마우스로 핸드폰을 쓸 수 있다는 거, 혹시 알고 있었어? 어떻게 알았냐고? 하하.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구.
가끔씩 의문이 들 때가 있어. 나만 이렇게 핸드폰을 자주 떨어뜨리는 걸까 하는 생각. 주머니에 조심히 넣고 다니는데도 어느 순간 쿠당탕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후드티건 청바지건 여성복의 주머니가 너무 작게 만들어졌기 때문인 것 같아. 뉴질랜드에 온 이후로는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핸드폰을 떨어뜨리는 일이 더 많아졌어. 지갑, 집열쇠, 차키, 핸드폰. 모든 것을 주머니에 품고 다니는데, 유독 핸드폰만 몸 밖으로 탈출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곤 해.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에 뉴질랜드에 오면서 핸드폰을 세 개나 가져왔어. 2년 동안 잘 쓰고 있던 S20, 그전에 쓰던 S8, 그리고 엄마의 오래된 노트4까지. 사실 노트4를 챙기면서도 설마 이것까지 쓸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렇지만 '설마' 뒤에는 늘 반대되는 결과가 따라오더라고.
뉴질랜드에 온 지 2주도 안 돼서 집도 절도 없을 때, 언덕을 오르다가 S20을 떨어뜨렸어. 떨어뜨리는 것쯤이야 흔하게 일어나는 일인데, 그날부터 터치가 안 됐어. 진작부터 액정에 금이 가 있던 터라 이런 날이 올까 봐 불안했는데 현실이 된 거야. 그때부터 최근까지 S8을 사용했어. S8은 배터리가 금방 방전되긴 했지만, 밖에서 핸드폰을 자주 보지 않기 때문에 그럭저럭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었지. 그런데 왜 '최근까지'라고 말했는지 짐작이 가지?
맞아, S8도 또 떨어뜨렸어. S8의 액정에도 이미 금이 가 있던 상태라, 이번 충격으로 화면 전체가 하얘지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어. 한국에서도 액정 교체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뉴질랜드에서는 2배나 비싸지 뭐야? 그래서 엄마의 오래된 핸드폰, 벌건 김장 다라이 색깔의 노트4를 꺼내게 된 거야. 문제는 노트4의 소프트웨어가 구버전이라 웬만한 앱이 깔리지 않는다는 거야. 심지어 브런치 앱도 설치되지 않고, 카카오톡조차 최신 업데이트가 안 되어서 보이스톡이 불가능하더라고.
그래도 그럭저럭 며칠을 보냈어. 사실은 인터넷 없이 여행하기의 고수인지라, 오래된 스마트폰으로 며칠 지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 하지만 여행이 아닌 장기간 생활에서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지. 노트4에서는 뉴질랜드 은행 앱이 설치되지 않았어. 주급이 들어왔는지 집세가 나갔는지 확인이 안 되고, 수중에 얼마가 있는지 모르니 장을 보는 것도 어려웠어.
그렇지만 언제나 길은 있기 마련이야. S20은 터치 기능 외에는 멀쩡했거든. 스마트폰을 꼭 손가락으로 터치해서 쓸 필요는 없잖아? USB 컨버터를 사서, S20에 마우스를 연결해 봤어. 핸드폰 화면에 마우스 커서가 보일 때의 희열이란. 타자를 칠 때 마우스로 자판을 하나하나 클릭해야 하는 것이 유일한 단점인데, 음성 인식 기능을 이용해서 극복하고 있어. 이 글의 첫 문단도 고장난 S20에서 마우스와 음성 인식으로 작성한 거야!
당분간은 이렇게 지내 보려고 해. 스마트폰 사용이 불편해지니까 요리나 산책 같은 다른 활동들로 눈을 돌리게 되더라고. 하늘의 색도 더 많이 바라보고, 라디오로 음악도 들어 보고 있어. 디지털 노마드가 대세라는데, 나는 역시 아날로그 삶도 나쁘지 않은 듯 해.
오늘의 Tip 뉴질랜드에는 갤럭시 유저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아이폰 악세서리 판매점이나 아이폰 수리점은 찾기 쉽지만, 갤럭시 수리를 저렴하게 하는 곳은 없습니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든 전자제품은 한국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뉴질랜드에서 사기보다는 한국 사이트에서 구매한 후에 배송 대행 업체를 통해서 전달 받는 것이 더 저렴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