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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로또, 37 밀리언 달러!

뉴질랜드 7개월 살이 Day79

by 여행하는 과학쌤

"37 밀리언 달러!" 쇼핑몰 곳곳에 붙어 있는 로또 광고를 봤어. 마감 직전이었는데 유독 많은 사람들이 로또 판매점에 몰려 있더라고. 어느 정도의 금액인지 감도 안 오면서 무턱대고 같이 줄을 섰어. 뉴질랜드 로또는 처음이라 용지를 집어 들고 읽어봤더니, 한 줄에 70센트, 최소 구매는 네 줄 부터래. 그 정도는 없는 셈 칠 수 있는 돈이니까 마음 편히 네 줄만 사보자 싶었어.


그런데 네 줄을 사겠다고 하니까, 갑자기 6달러를 달라는 거야. 6달러면 휘태커스 벽돌 초콜릿을 사 먹고도 남을 돈이라 없는 셈 치기 힘든데 말이야. 한 줄에 70센트 아니냐고 되물었더니, 그건 로또만 사는 금액인데 1등을 해도 1 밀리언 달러 밖에 못 받는대. 37 밀리언 달러를 받고 싶으면 파워볼을 사야 한다는 거야. 솔직히 말해서 파워볼이 뭔지 전혀 몰랐지만, 분위기상 다들 당연하게 파워볼을 사는 것 같길래 6달러에 네 줄을 사고 쇼핑몰을 빠져나왔어.



그리고는 로또에 대해서 잊어버리고 있었어. 로또에 당첨되면 뭘 할지 상상하는 게 일반적일 텐데 최신형 스마트폰을 사고 싶다는 생각 말고는 당장 떠오르는 게 없었거든. 고장난 스마트폰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건, 로또 당첨금으로 하기에 너무 소박한 일이잖아. 그래서 37 밀리언 달러가 얼마인지 더 생각해 보지도 않고, 그냥 현생 바깥으로 치워버렸어.


이렇게 잊어버리고 있다가 예상치 못하게 따란! 뭐라도 당첨되었다는 결말이면 행복하겠지만, 슬프게도 달랑 두 개의 번호를 맞췄어. 결과 발표를 보고 나서야 파워볼이 뭔지 알게 되었는데, 뉴질랜드에서는 6개의 로또볼, 1개의 보너스볼, 1개의 파워볼을 뽑더라고. 로또볼이랑 보너스볼로 로또 1등부터 7등을 결정하고, 추가로 파워볼의 숫자까지 맞추면 파워볼 1등부터 7등이 되는 거야. 파워볼 1등이 안 나오면 상금이 계속 누적되는데 이번주에는 행운의 당첨자가 있더라고. 그제야 계산해 봤더니 300억 원. 뉴질랜드랑 한국에 각각 집을 사놓고 평생 놀러 다닐만한 금액이었어.


그런데 내가 당첨되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더 슬펐던 건 2등의 상금이었어. 파워볼 2등인데도 이천만 원. 5개의 로또볼, 1개의 보너스볼, 1개의 파워볼까지, 총 7개의 숫자를 맞춰야 하는 낮은 확률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한 느낌이었어. 300억 원이랑 비교하니 더더욱.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이 이럴 때 어울리는 걸까? 심지어 5개의 로또볼을 맞춰야 하는 로또 3등은 달랑 50만 원이더라고.


뉴질랜드의 로또를 경험해 보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 될 것 같아. 내가 파워볼 1등에 당첨될 만큼 재물운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혹여나 간발의 차이로 2등이나 3등이 되면 상대적 박탈감에 화딱지만 날 것 같거든.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소시민이나 되어야지 뭐. 당장은 로또 대신 휘태커스 초콜릿을 매주 사 먹는 소시민이 더 마음에 드는 것 같아.


오늘의 Tip
로또 표시가 있는 편의점에서 로또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직접 숫자를 고르고 싶을 경우 로또 용지에 표시를 하고, 자동으로 숫자를 고르고 싶을 경우 판매원에게 몇 줄을 구매할 것인지 이야기하면 됩니다. 6개의 숫자를 맞추는 일반 로또, 6개의 숫자와 1개의 파워볼 숫자를 맞추는 파워볼, 로또볼이 뽑히는 순서대로 앞의 네 숫자를 맞추는 스트라이크 중 하나를 선택하여 구매합니다. 뉴질랜드에서는 1주일에 두 번, 수요일과 토요일에 로또볼을 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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