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나는 요즘 시대에 결혼이 연애와 크게 다를 게 있겠나 하는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연애와 결혼의 큰 차이라면 한 집에서 늘 붙어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양가 가족들을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다.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에는 다툼이 거의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무탈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결혼을 결심했는데, 결혼 준비를 시작하자마자 다툼이 시작되었다. 양가 가족과 관련된 문제가 절반, 서로의 생활 방식 문제가 절반이었다.
연애를 할 때는 둘 다 자기주장을 크게 하지 않았다. 일주일 중 하루 이틀 정도 만날 때는 손쉽게 양보하고 서로에게 맞추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결혼식을 앞두고 신혼집에서 같이 살기 시작하자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많은 부부들이 그렇듯 아주 사소한 것들, 이를테면 방문을 열어둘지 닫아둘지, 택배를 얼마나 시키는지, 식재료를 어떻게 보관할지 같은 것들이 모두 다툼의 이유가 되었다. 그 와중에 본가에서 받아 오는 반찬과 식재료는 감사할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다툼의 대상이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저렇게나 별 것 아닌 일로 왜 싸우지? 나라면 안 그럴텐데.'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나도 경험해보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더랬다. 막상 결혼이란 것을 겪어 보니, 오만 이유로 다투다 못해 침대에서조차 서로 옆으로 좀 가라며 투닥거리는 사이가 되었다.
연애하던 시절에 침대 매장에서 누워봤을 때는 분명히 퀸 사이즈도 충분히 크다고 생각했었다. 퀸 사이즈와 킹 사이즈를 두고 고민하다가 킹 사이즈 매트리스를 구입했는데, 어느 순간 킹 사이즈 침대조차 비좁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마음의 거리가 그만큼 멀어진 상태였다.
결혼식을 올리기도 전부터 안 되겠다 싶어 상담을 제안했다. 아직 공식적인 결혼 전이라 커플연애상담으로 예약할지 잠깐 고민하다가, 부부상담으로 예약을 잡았다. 결혼 준비 과정과 동거 과정에서 겪는 일들은 이제 부부의 영역이었다.
물론 상담사가 모든 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단지 마음 속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도와주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시각에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그것만으로도 우리 관계는 크게 나아졌다. 상담에 회의적이던 남편이 요즘은 오은영 박사의 상담 프로그램도 종종 찾아 본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이제 전보다 의미 있게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더이상 우리의 침대가 비좁지 않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