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하는 과학쌤 Oct 13. 2024

다이아 반지는 갖고 싶어

 결혼 준비를 하는 동안 꼭 필요하지 않은데 욕심낸 것이 있다면 결혼 반지다. 혼과 관련된 유일한 로망은 이아 반지를 끼워주는 프로포즈였다.


 사실 태어나서 한 번도 커플링을 해본 적이 없다. 패션용으로도 반지를 끼지 않았으니 내 손가락 사이즈도 몰랐다. 하지만 결혼 반지는 항상 끼고 있을 생각이었다. 매일 보는 손가락에 기왕이면 예쁜 것이 보여야  착용할 마음이 들, 볼 때마다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비싼 브랜드의 반지를 원하는  아니었다. 알이 고 저렴하더라도 반짝거리는 다이아가 올려져 있기만 하면 되었다.


 남편은 내 바람 중 반지와 프로포즈는 접수했지만, 다이아는 도무지 납득하지 못 했다. 결혼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심플한 디자인의 커플링만 착용하고 다이아 반지는 서랍 안에 잠들어 있어서 아깝다고 했단다. 남편은 차라리 다이아 목걸이를 선물하겠다고 했다.


 내 입장에서는 다이아 목걸이야말로 아까운 악세서리였다. 목이 답답한 느낌을 싫어해서 목티나 후드티도 즐겨 입지 않는데다 목에 무언가 있으면 잠을 못 잔다. 다이아든 에메랄드든 목걸이를 빼야 잠이 드는데, 비몽사몽 바쁜 아침에 이것을 다시 챙겨 목에 걸기 힘들기 때문에 며칠 혹은 몇 주씩 테이블 위에 방치기 일쑤였다.


 같은 주제로 우리는 의견의 합치를 보지 못 하고 여러 번 다투었다. 사실 다투었다기보다는 내가 일방적으로 서운해하며 엉엉 울었다. 당사자인 내 의견은 들어주지 않고, 친구들과 본인의 생각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몇 번이나 상해하다가 마침내 찾아간 악세서리 매장에서 남편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남편은 커플링의 '커플'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남녀가 동일한 다이아 반지를 착용하지 않으니, 커플링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매장에서 여성용 다이아 반지와 비슷한 느낌 남성 반지를 추천 받아 껴보고 나서야 남편은 우리의 결혼 반지에 완전히 동의했다.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다이아 반지와 같은 사건은 무궁무진하게 발생한다.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운해하는 일들 말이다. 여전히 표현이 서툴 때가 많지만, 조금씩 상대의 표현 방법을 알아차리려 노력하고 상대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표현해 보려고도 노력한다. 우리는 잘 때나 씻을 때나 늘 반지를 끼고 있다.

이전 09화 결혼식 뭣이 중한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