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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과학쌤 Oct 09. 2024

결혼식 뭣이 중한디

 어떤 사람들은 결혼식을 '결전의 날'처럼 생각다는데, 우리에게 결혼식은 그저 흘러가는 하루일 뿐이었다. 웨딩 업체 입장에서 우리는 돈이 안 되는 손님이었을 게다. 처음에 계약한 스드메 외에 추가로 지불한 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식과 관련하여 들어간 총금액은 500만 원이다.


스드메 계약서 144만 + 2번의 헬퍼이모님 45만 + 스튜디오 촬영 원본 파일 33만
신랑 양복 2벌 45만
혼주 한복 대여 + 메이크업 110만
결혼식 스냅사진 45만 (원본 파일, 앨범 포함)
결혼식 DVD 촬영 40만
청첩장 13만 (모바일 청첩장, 영상 포함)
사회자 15만
부케 9만
결혼식장 대관료 무료
총 499만 원


 아끼고 아꼈는데 모아 보니 500만 원인 것도 놀라웠다. 40만 원, 50만 원, 그렇게 몇 번 쓰다 보면 천만 원은 금방이다. 평소라면 수백 번 고민하며 결제할 금액인데, 전체적으로 워낙 큰돈이 나가다 보니 몇 십만 원 정도는 우습게 쓰게 된다는 게 결혼 준비의 맹점이다. 그래서 단돈 10만 원씩이라도 줄여보자는 마음이었다.


 신랑 양복은 기성복으로 싸게 샀고, 신부의 웨딩드레스도 가성비로 골랐으며, 결혼식 후 연회장에서는 집에 있던 원피스를 입었다. 청첩장도 초저가로 찍어 내고, 결혼식 사회자는 숨고에서 구했다. 이것들에 대해서는 조금의 후회도 없다. 청첩장이야 금방 버려지는 종이일 뿐이고, 결혼식 사회 멘트도 거기서 거기인지라 깔끔하게 식순 안내만 되면 되었다.


 퀄리티가 어떻든 행복한 순간의 사진과 영상은 꼭 남기고 싶었기에 저가 업체를 예약했. 최아니었지만 가격 대비 최선의 결과를 얻었고 생각한다. 끝난 후에야 알게 된 약간의 팁이라면, 과물이 보장된 유명 작가 아닐 바에야 차라리 결혼식장과 연계된 업체를 예약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동일한 결혼식장에서 여러 번 찍어본 경험은 사진과 영상의 퀄리티를 높여준다.


 유일하게 큰 아쉬움이 남는 것은 결혼식을 도와준 헬퍼 이모님이다. 신랑 신부가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동안 이모님이 드레스를 가지고 온다. 메이크업이 끝나면 드레스를 입고 다 함께 결혼식장으로 이동하는데, 이때부터 쎄한 기분이 들었다. 이모님이 다른 직원과 소통하지 않고 구석에서 쉬고 계셔서 마무리가 굉장히 늦어졌고, 혼식장까지 착 예정 시각이 밀리는 와중에 랑 신부를 챙기는 게 아니라 자식 자랑과 본인 자랑 끊임없이 늘어놓았다.


 스튜디오 촬영을 도와주었던 헬퍼 이모님이 워낙 완벽하셨기에 이 분도 알아서 해주겠거니 믿었지만, 안타깝게도 신랑 신부의 결혼은 안중에도 없이 드레스를 깨끗하게 가지고 퇴근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분이었다. 결혼식 당일에는 내 뒷모습을 전혀 알 수 없었는데, 장딴지가 훤히 보이도록 드레스를 말고 있는 사진을 친구들에게 받고 굉장히 속상했다. 드레스를 너무 올려 입혀서 뒤쪽으로 겨드랑이가 보였고, 베일은 밧줄처럼 두어 번 꼬인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이모님은 하객들에게 드레스에서 떨어지라는 말을 하며 앉아만 있었다.


 튜디오 촬영 도와준 이모님께 드리는 20만 원은 큰 돈이라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지만, 결혼식날 이모님께 돈을 드릴 때는 너무 아까웠다. 심지어 저녁 결혼식이라 추가금이 붙은 25만 원이었다. 이 돈은 환불을 요청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혼식날은 내 모습을 보기 힘드니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순수 인건비이다 보니 드레스를 가져오고 입혀준 금액과 잘못 챙겨준 금액을 어떻게 책정할지 애매한 것이다.


 무수히 많은 젊은 부부가 그렇듯 우리도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대충 넘어갔다. 그저 흘러가는 날들 중 하루일 이니 결혼식날 벌어진 일에 큰 의미를 두지 말자고도 생각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리 겪어볼 수도 나중에 다시 할 수도 없는 일이라 수많은 신랑신부가 비슷한 상황을 반복해 겪는다는 부분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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