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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과학쌤 Oct 04. 2024

웨딩드레스 가봉 두 번 간 썰

- 가봉 : 옷을 완성하기 위해 몸에 잘 맞는가를 보기 위하여 임시로 듬성듬성하게 하는 바느질.


 나는 '가봉'이라는 것을 사전적인 정의 그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드레스 가봉'이라고 일컫는 것이 정의 그대로 드레스를 입어 보고 내 체형에 맞게 형태를 잡아주는 작업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결혼식 한 달 전으로 웨딩드레스 가봉 날짜를 잡았다. 가봉 후에 조금이라도 살이 찌거나 빠지면 안 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 드레스샵의 현실은, 아무나 입을 수 있는 프리 사이즈 드레스를 돌려 입히기 때문에 신부의 체형에 맞춘 가봉을 하지 않는다. 빅 사이즈를 위한 드레스, 보통 체형을 위한 드레스 정도의 구분만 있을 뿐이다. 만약 내 체형에 딱 맞 진짜 가봉을 하고 싶다면, 역시 추가금을 내야 한다. '드레스 가봉'이라고 부르는 날 하는 일은 사실 '가봉'이 아니라 단순히 드레스를 고르는 일이다.


 이러한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결혼식 한 달 전이 아니라 육 개월 전쯤, 그러니까 웨딩 박람회에 다녀와서 드레스샵을 정하자마자 바로 가봉을 하러 갔을 것이다.


 나는 여러 드레스샵에 직접 가보는 '드레스 투어' 과정을 생략하고, 사진만 보고 드레스샵을 결정했다. 내가 결혼식 직전의 가봉 날짜까지 넋놓고 기다리는 동안, 다른 신부들은 '드레스 투어'라는 것을 하면서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찜해 놓았던 것이다.


 결혼식 한 달 전, 웨딩 촬영 직후에 설레는 마음으로 본식 드레스를 고르러 갔다. 촬영할 때 입었던 다소 낡은 드레스들도 예뻤기 때문에, 진짜 결혼식 드레스는 얼마나 반짝반짝 예쁠까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입어보고 싶은 드레스마다 다른 신부가 이미 고른 드레스라 불가능하다는 말만 돌아왔다. 아무도 고르지 않고 남아 있는 드레스들은 어딘가 어색한 구석이 있었다. 사람 보는 눈이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간신히 하나를 고르고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찔끔 났다. 결혼식에 아무런 기대가 없긴 했지만, 최소한 어색한 차림새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싶진 않았다. 화려 것을 욕심내진 않았지만 너무 없어 보이는 건 싫었다.


 다행히 드레스 복은 없어도 사람 복은 있었다. 몇 달 앞서 결혼한 친구가 내 드레스 사진을 보더니, 이럴 땐 다시 고르러 가야 한다 같이 가주겠다고 했다.


 드레스 샵에서 드레스를 고르는 과정은 일반적인 옷 가게에서 옷을 고르는 과정과 다르다. 걸려 있는 드레스를 눈으로 직접 보고 고르는 게 아니라, 광고 사진을 찾아 보고 요청하거나, 직원이 추천해주는 것만 입어볼 수 있다. 그런데 드레스를 다시 고르러 가자, 남아 있는 모든 드레스를 보여주었다. 선택지가 좁아서 백 퍼센트 마음에 들 수는 없었지만, 이전에 골랐던 것보다 나은 드레스를 고를 수 있었다.


 그리하여  또한 경험한 자만이 알 수 있는 팁을 풀어둔다. 하나. 20kg 이상 극한의 다이어트를 계획이 아니라면 드레스 사이즈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둘. 다른 신부가 드레스를 찜해두기 전에 미리 드레스 것이 중요하다. 셋.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고르지 을 때는 가보면 다른 것을 고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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