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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라나 타히티

by 여행하는 과학쌤

"요라나~" "마루루!"

두 개의 단어면 폴리네시아에서 만사 오케이다. 요라나는 안녕, 마루루는 고마워를 뜻한.


모든 해외여행은 공항에서부터 시작되는 법. 에어 타히티는 환영 인사 "요라나~"와 함께 타히티를 상징하는 꽃을 선물해 준다. 웰컴 선물로 꽃을 주는 비행기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하얀 꽃을 받는 순간부터 행복감이 몽글몽글 샘솟았다.


타히티 공항에서는 환영 공연도 열린다. 국제선 도착 시간에 맞추어 악단이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자정 무렵에 도착했는데도 프로 정신이 가득한 악단은 모든 사람이 입국 심사를 완료할 때까지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나 열렬히 여행객을 환영하는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


마법 같은 시작은 또 있다. 바로 어제로 돌아간다는 것. 폴리네시아의 타히티와 뉴질랜드 사이에는 날짜 경계선이 있다. 화요일에 뉴질랜드에서 출발하면 하루 전인 월요일에 타히티에 도착한다. 1월 1일에 뉴질랜드에서 타히티로 여행을 떠나면, 타히티 기준 날짜로 12월 31일에 도착하니 새해를 두 번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여러 이유로 여행객도 타히티에 이끌리고, 타히티 역시 여행객을 통해 얻는 이익이 크다. 물고기나 열대 과일을 채집해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현지인들이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관광 산업이다. 그래서 택시비나 숙소비가 비싼 편이다.


일례로 타히티 공항에서 시내까지 차로 10분 걸리는 가까운 거리인데, 택시비가 우리 돈으로 5만 원이 넘었다. 뉴질랜드에서 버스비 몇 천 원도 아까워 3~4km를 걸어 다니다가, 타히티에서 고작 10분에 그렇게 큰돈을 지불하기엔 손이 떨렸다. 우리는 궁상맞게 택시줄에 서 있던 아무나 붙잡아 동승을 제안했다. 피차 시내로 들어가는 입장에서 택시비를 나누면 윈윈이니까. 쫄보 내향인이지만, 가난이 더 무서운 법이었다.


우리에게 간택받은 서양인 여행객이 우리보다 영어를 잘했으므로 자연스레 앞 좌석에 탔다. 그런데 생각보다 순진 사람이었는지, A호스텔과 B호스텔이 목적지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역시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택시 기사는 각각 5만 원씩 총 10만 원을 요구했다. 내리는 곳이 같아도 두 팀이면 돈을 두 배로 내야 한단다.


몇 분의 의견 충돌 끝에 우리는 두 팀이 아니라 친구라며 얼레벌레 시내의 적당한 곳에 택시비를 절반씩 내고 헤어졌다. 뭐가 됐든 타히티에 도착했고, 일단은 모두에게 "마루루!" 하고 외치면 되는 거다.


세계 평균시의 기준점인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면 시간이 더해지고, 서쪽으로 이동하면 시간이 빼진다.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출발해 지구 반대편까지 동쪽 방향으로 돌아가면 12시간이 더해지고 서쪽 방향으로 돌아가면 12시간이 빼지니, 기준점의 반대편에는 24시간의 차이가 생기는 모순 지점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편의에 따라 이곳에 날짜변경선을 설정했다. 이 선을 기준으로 좌우 지역에서 날짜의 차이가 발생하지만, 가상의 선이므로 실제 발생하는 천문학적 현상에 대한 시간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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