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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울한 밀리 Oct 19. 2022

바라보는 시선은 무엇일까?

시선, 잣대, 판단.

옛날에는 인생이 그리 어렵지 않았었다. 나의 세계에는 정해진 기준이 있었고, 그것을 분석해서 피라미드를 올라가는 것이 나의 전부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이전의 나는, 더 어린 시절의 나의 세계는 백지였었다. 그것을 내가 보는 것 하는 것, 느끼는 것으로 채워 갔었다. 몰랐기 때문에, 세계의 기준이 어디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나는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러다. 슬슬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서.. 부모님의 기준들을 배워나갔다. 이렇게 해야 돼, 그것이 세상이야. 이렇게 하는 게 좋은 거야. 나의 경험을 통한 배움이라기보다 그저 듣고 외우고 분석하는 배움의 방법을 배웠다. 그렇기에 공부를 잘해야 했었고, 좋은 학교를 갔어야 했었고, 예뻐야 했었고, 좋은 성적을 받아야 했다.


울타리는 사회로 넓혀지고, 새로운 기준들도 들어왔지만, 결코 그저 분석하고 맞추는 나의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그것을 분석해 피라미드를 올라가는 데에 성공하면, 짧은 쾌감이 있었지만 깊은 충족감은 없었다. 결국 그 피라미드를 올라가다 보니, 사회의 다른 사람의 기준이 내 기준이 되어 있었고, 나의 시선이 남의 판단에 의해 나도 다른 사람을 판단하게 됐다.


스무 살이 되어, 조금씩 울타리 안에서 나왔다. 부모님의 울타리, 사회의 울타리, 학교의 울타리. 울타리에서 나오니 나는 너무 볼품없었다. 나의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갑자기 얻은 자유는 갈망했었지만 다루기 어려웠다. 그래서 아팠다, 고통스러웠다.


다시 나는 아이가 되어, 나의 시선으로 일그러진, 어그러진, 불편한 세상을 바라보아야 했다. 이제는 나를 지켜줄 울타리가 없이 그대로 세상과 맞서면서 살아가야 했다. 그래도 살아가야 했기에 버둥쳤다. 노력했다. 그리고 조금씩 나의 판단을 하고, 그것을 쌓아가니 믿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은 판단이 있다, 그들만의 잣대가 있다. 그것의 옳고 그름은 없다. 그저 자신만의 생각 판단일 뿐이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뿐인 것이다. 하지만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열려 있을 수 있다. 전에 무서워서, 남의 울타리 안에 나 자신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나의 울타리와, 남의 울타리를 연결해줄 수 있는 문을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서로의 시선들은 다양하고, 다 소중하다, 재미있다. 언젠간 말을 타고 여러 시선을 뛰어넘나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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