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료 Oct 21. 2020

할머니는 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할아버지까지 중풍에 걸려

우리 집에 모셔야 했을 때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나와 형이

두 분의 식사를 챙겨드리고

대소변을 받았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듯

말없이 기저귀를 가는 형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불평할 새 없이 두 분을 돌봐드렸어

평생 고생만 한 나의 조부모님,

우리 부모님도 그렇게 될까 두려워서

선업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했어.



"민아, 고기가 먹고 싶다."



어느 날 할머니가 어린 손주에게 했던

그 한 마디를 아직도 잊지 못해.


민아, 고기가 먹고 싶다.


그때 알았어

죽음을 눈 앞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죽음을 멀게 여기는 사람처럼 다 느낀다는 걸.

내일 죽는다고 해도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

그 모든 욕망을 느끼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것.



나는 그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정육점에 들러 삼겹살 한 근을 샀어.



할머니는 고기를 맛있게 먹었어

너무너무 맛있게 먹었지



나는 그 사실이 아직도 슬퍼.








이전 07화 만둣국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