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까지 중풍에 걸려
우리 집에 모셔야 했을 때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나와 형이
두 분의 식사를 챙겨드리고
대소변을 받았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듯
말없이 기저귀를 가는 형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불평할 새 없이 두 분을 돌봐드렸어
평생 고생만 한 나의 조부모님,
우리 부모님도 그렇게 될까 두려워서
선업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했어.
"민아, 고기가 먹고 싶다."
어느 날 할머니가 어린 손주에게 했던
그 한 마디를 아직도 잊지 못해.
민아, 고기가 먹고 싶다.
그때 알았어
죽음을 눈 앞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죽음을 멀게 여기는 사람처럼 다 느낀다는 걸.
내일 죽는다고 해도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
그 모든 욕망을 느끼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것.
나는 그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정육점에 들러 삼겹살 한 근을 샀어.
할머니는 고기를 맛있게 먹었어
너무너무 맛있게 먹었지
나는 그 사실이 아직도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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