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이동진 평론가가 여러 매체를 통해 강조했던 삶의 신조다. (작가님의 블로그 소개 문구이자 <밤은 책이다>에 실린 문장이기도 하고, 유퀴즈에서도, 최근 유튜브 '최성운의 사고실험' 인터뷰에서도 언급되었다)
한 시간, 반나절, 하루... 시간을 잘게 쪼개어 순간순간에 성실하기...
인생이라는 넓은 영역은 개인이 통제하기 힘드니 흘러가는 대로 맡기기...
내 인생의 후반부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렇게 살고 싶다.
진심이었던 시간의 단편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서사가 구축되는 삶이었으면 하고,
목적 달성에 급급하기보다 취향 발견에 공들이는 삶이기를 바란다.
해가 바뀔 때쯤이면 다이어리를 사고, 굵직한 연간 계획들을 끄적이는 일이 연례행사다.
그동안의 다이어리는 주요 이벤트 위주로 메모해 놓아서 평범했던 하루들은 듬성듬성 공백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문득 페이지들을 들추다가 휑한 빈칸의 수만큼 헛헛한 마음이 들었다. 마치 그 시간들이 헛되이 방치되기라도 했던 것처럼.
올해는 나의 '매일'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은 다시 오지 않을 유일무이한 하루라고 하지 않는가.
요즘은 주간 다이어리의 네모 칸에 그날그날의 감정과 일정들을 전보다 더 촘촘하게 적고 있다.
유일하게 존재하는 나날들의 동선과 흔적을 몇 글자로라도 붙잡고 싶어서.
평범한 일상이었더라도 소소한 장면 하나쯤 건져서 기록으로 고정해 두자고 결심.
그러기를 어느덧 한 달. 2025년 1월의 매일을 짚어보니 새로운 시도에 좀 더 과감해진 나와 마주한다.
'해볼까?'라는 마음이 빼꼼 올라오면 머뭇거림을 줄이고 일단 도전했다. 커피 브루잉 자격증을 하나 더 땄고, 글쓰기와 독서 모임에 도전했으며, 처음으로 수제 과일잼도 만들어 보고, 소심한 덕질 라이프에 남편이를 끌어들였다.
1. 나를 위한 에세이 쓰기 수업 도전
'서촌 그 책방' 에세이 수업 6주 과정에 참여했다.
누군가의 글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싶었다. 에세이 쓰는 법을 배우며 내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
경험을 나누며 편안하게 수업을 이끌어주신 작가님과 속도를 맞추며 서로의 글을 읽고 공감해 주던 글쓰기 메이트들의 따뜻한 조언들 덕분에 겨울 아침 추위를 뚫고 즐겁게 책방으로 향할 수 있었다.
2. 바리스타 과정 브루잉 lv1 과정 도전
지난 여름 테크니컬 바리스타 자격증 도전에 이어 올 겨울에는 브루잉 자격증도 땄다.
드리퍼마다 특징과 기능이 제각각인 데다 에스프레소 머신과는 달리 추출 과정 전체를 온전히 바리스타가 통제해야 해서 섬세함이 필요하더라.
이제 홈카페에서도 대충대충이 아니라 물양 조절하며 핸들링 횟수까지 맞추는 그럴듯한 커피 브루잉 가능 ㅎㅎ
3. 경제도서 읽기 모임 도전
늦은 감이 있지만 노후 대비 돈 공부가 하고 싶어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경제 독서 모임에 신청했다. 혼자였으면 진도 빼기 어려웠을 책들인데, 매일 정해진 분량을 읽으며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한 권씩 완독 중. 2월까지 경제도서 4권 소화하기!
4. 골드 키위 잼 만들기 도전
요즘 과일 박스 선물세트가 많이 들어와서 처치 곤란한 과일들을 소진하려고 수제 잼을 만들어봤다.
요리에 딱히 재주가 없어서 생존요리 몇 가지 하는 정도로 만족하며 그냥 사 먹자 주의였다. 막상 만들어보니 어렵지도 않고 내 손으로 만드는 과정이 더해져서 그런지 더 맛나다.
5. 덕질에 남편 끌어들이기 도전
최애 그룹 크레즐 콘서트(backstage logline)... 일단 2장 예매하고 남편이 꼬시기.
내가 애정하는 그룹의 실력을 현장에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 나의 소소한 덕질을 지원받고 싶은 마음, 이왕이면 좋은 음악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의외로 흔쾌히 동행하며 즐겨주는 동반자가 있어 든든했던 하루.
진심을 다한 하루하루들이 모이니 풍성한 한 달이 되어 있었다. 일상의 조각들을 이어 붙이고 덧대다 보면 나만의 작은 세계가 만들어지지 않겠는가
통제할 수 있는 매 순간의 최선이 모여서 조금씩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2월도 힘내본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주인 할머니가 찬실씨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 대신, 애써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