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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동백 冬柏

by 푸른새벽 Feb 0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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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한 사람 

하얀 꿈결처럼 세상을 물들이는

아닌 척해봐도 태연한 척해봐도

눈부신 널 보면 사랑인 걸 알 수 있어

너만이 내 사랑 

이 바람에 나를 태워 날려 보내면

너의 곁을 내게 내줄래"

--김필, "겨울이 오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OST 




겨울의 제주에는 동백꽃이 한창이다.

여느 꽃들은 온기가 퍼지는 시기에 앞다투어 피어나건만 동백꽃은 매서운 추위를 뚫고 뒤늦게 움튼다.


삭막한 겨울을 환히 밝히는 꽃.

웅크림 속에 단단히 영글어 계절의 끝에서야 비로소 몰아쳐오는 반가운 늦손님.

인고의 시간만큼이나 농익은 자태로 고아하게 매달려있다가 꽃송이째 후두두 떨어져 바닥마저 붉디붉게 물들인다.


강렬한 존재감과 장렬한 피날레로 무채색의 겨울을 선연하게 장식한다. 





동백꽃은 기다림의 가치를 알려준다. 

따뜻한 봄날에 나의 꽃이 피어나지 않는다고 좌절하지 말기를... 

저마다 꽃을 피우는 시기가 다를 뿐

마침내 피어날 테니까.


겨울의 꽃들은 모든 꽃들이 퇴장한 무대를 채우며 마음의 한기를 달래준다. 

오래 품어 선보이는 만큼 귀하게 빛난다.

동백꽃을 볼 때마다 설레는 이유다.   








@ 2025년 1월 말 제주 카멜리아힐에서...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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