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마이 쁘렌~
언제 봤다고 쁘렌이야 Shake it 들아..... (욕 아님)
카이로는 첫째도 삐끼, 둘째도 삐끼, 셋째도 삐끼라는 말이 있다. 아니, 웃픈 소리로 다합을 제외한 이집트의 모든 관광지역은 삐끼와 사기꾼 천국이라고 한다. 이 말을 증명하듯 길거리에서 와이파이를 잡기 위해 핸드폰을 보며 조금만 얼빠져있어도 삐끼들이 귀신같이 알아채고 몰려온다. 한 놈도 아니고 두 놈 세 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몰려와 헤이 마이 쁘렌을 외친다. 인도에서도 많이 당했던 삐끼질이라 처음에는 여유롭게 응 안 사 ~ 응 안 타~ 하며 가볍게 넘겼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이 인간들이 더 끈질겨지는 게 아닌가? 피라미드 근처에 가게 되면 마치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 멀뚱멀뚱 서있던 삐끼들이 하나둘씩 좀비마냥 우리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들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방향을 오른쪽으로 튼다. 그럼 오른쪽에 서있던 삐끼의 레이더망에 걸려 또 다른 삐끼를 마주하게 된다. 이게 웃긴 게 지들도 삐끼가 아닌 척 딴청 부리며 걸어오긴 하는데, 한눈에 봐도 누가 삐끼인지 아닌지는 몇 번 경험하다 보면 다 알게 된다. 결국 다가와서 하는 말도 다 똑같다.
헤이 마이 쁘렌 ~ 프리 포토, 프리 포토! 카멜? 낙톼 탈뤠요? 낙톼 투얼?
적절한 한국말을 섞어가며 어찌나 끈질기게 영업을 하던지, 안 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삐끼들을 상대하느라 피라미드고 나발이고 홍해 앞에 누워 바닐라 셰이크나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 와중에 한 삐끼를 상대하고 있던 남자 동생(일행)의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노, 노, 노, 노, 노!!!!!!! 노!!!! 노!!!!!!!!! 노!!!!!!!!! 그 맘 알지. 아무렴. 그럴 만도 해. 잘했어. 아아 이집트여, 오랜 고대 역사를 가진 나라의 자부심을 저버리고 한낱 삐끼의 나라로 전락해버렸단 말인가. 심지어 피라미드 입장권을 살 때도 내어줄 거스름 돈이 없다며 그냥 돈을 더 냈다고 치라는 판매원....
그렇게 이집트와는 결별을 했다. 나중에 다시 와야지. 꼭 다시 올 건데 그때는 오직 다합만 가겠노라고 다짐했다. 아프리카 종단 계획은 수단을 건너뛰고 에티오피아로 바로 넘어가기로 했다. 수단을 육로로 통과하기엔 땅 덩어리가 너무 크고 나라가 안정되지 못해 내전이 일어나고 있어 위험하다는 판단하에 에티오피아로 가기로 했다. 그리하여 나는 에티오피아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게 되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내가 가진 항공편은 편도였고 남아공까지 육로로 종단을 할 계획이었기에 왕복행 티켓을 끊지 않았었는데 이집트 공항에서 이걸 문제를 삼았다. 가끔 이런 경우가 있긴 하다. 편도행 티켓만 있고 나가는 티켓이 없으면 항공사에서 페널티를 물게 된다나? 그렇기에 나가는 티켓이나 왕복행 티켓을 가지고 있지 않은 걸 가지고 문제 삼는 경우가 나라마다 간혹 있다. 내 앞에 줄을 서 있던 일본인은 나와 같은 상황임에도 그 자리에서 현금 400불을 내며 왕복 티켓을 사버렸다. 오메 아까운 거. 다시 돌아올 것도 아닌데 저걸 낸단 말이야?
우선 그런 조항이 진짜 있는지 보여달라고 물었고, 일반 직원이 아닌 매니저와 대화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5분 후, 매니저가 왔다. 조항은 이들이 하는 말과 동일하게 쓰여있었다. 이런. 다른 협상을 해야 했다. 만약 나를 출국시켰는데 추후에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내가 모든 책임을 진다는 계약서를 쓰겠다. 그러니 허락해주세요. 제발. 매니저는 조금 고민을 해보더니 승낙을 해주었다. 이럴 때는 일반 직원과 이야기하는 것보다 매니저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 훨씬 낫다. 다행히 일을 잘 마무리하고 에티오피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디스아바바의 길거리를 걷다 보면 자주 듣는 소리가 있다.
"칭쳉총~(중국어 발음을 따라하면서 놀리는 말)"
"니~~하(니하오)"
"나카무라!(일본인 하면 생각나는 이름)"
"치나! 치나!(차이나)"
달려가서 저 주둥이를 한대 그냥.... 후려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만 이 소리도 자주 듣다 보면 그래 맘껏 짖어라.... 하며, 무시하게 된다. 인종차별의 아이러니라고 해야 하나. 세계적으로 가장 아픈 인종차별의 역사를 가진 땅의 국민들이 그 나라에 온 외국인들에게 더욱 심한 인종차별을 아무렇지 않게, 매 길거리에서 가한다는 사실은 어처구니가 없다. 이들의 행동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그들 민족에게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에 대한 정당성을 스스로 걷어차버리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이들이 백인과 아시아인을 대하는 태도 또한 다르다. 성인 백인은 나이가 많아 보이건 적어 보이건 무조건 Sir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조심스레 대한다. 반면 아시아인들은 원체 베이비페이스가 많아서 그런지 일적으로 만난 상대가 아니라면 칭쳉총일 뿐이다. 물론 모든 이들이 이렇진 않다. 일반화는 금물. 그러나 나를 포함한 많은 아시안 여행자들이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단어는 '칭쳉총', '니-하'라고 한다. 우리한테 어떤 답변을 기대하고 저 단어를 던지는 것일까? 그를 돌아보면 순수하게 웃을 뿐이다. 적의는 없어 보인다. 웃는 얼굴에 침이라도 뱉을 것인가? 그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뿐이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이 느낀 것 중 하나가 교육의 중요성이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이들의 이런 무례한 행동은 좋은 교육의 부재에서 나온다. 타인을 배려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은 좋은 교육에서부터 길러지지만 이곳에 사는 많은 이들에겐 그 기회가 박탈된다. 그 박탈을, 그래서 길러져 나온 행동들을 놓고 누굴 탓할 것인가. 애석한 일이다.
일행 중 한 명은(여자) 매일 듣는 저 소리에 너무 열이 받아 가는 곳마다 싸웠다. 너 지금 뭐라 했어? 뭐? 칭쳉총? 치나? 나 코리안이야 새끼야! 코리안 오케이? 암 코리안! 돈 쎄이 투미 치나! 칭쳉총 오케이?! 유! 블랙! 유! 니가(nigger)! 왜? 기분 나쁘냐? 나도 나빠 이 새끼야아아!!라고 하면 이들은 대부분 악의가 없기 때문에 그저 웃으며 미안하다고 하는데 이게 참, 기분이 묘하다. 결국 생각해 보면 우리만 열이 받아있기 때문이다(...).
일행들과 했던 다나킬 투어(aka-화산 투어). 바로 앞에서 용암이 터지는 것을 보니 심장이 쫄깃했다. 발이라도 잘못 디디면 그대로 용암행 청춘열차.
소금사막
소금사막.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 사막과는 다른 모습이다. 해수면보다 약 100m 아래 위치한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땅이라고 한다. 화산활동으로 인해 바닷물이 모두 증발하고 100만 톤의 소금이 남아있다. 햇볕을 피할 곳도, 그늘진 곳도 없는 이곳에서 하루 종일 소금을 캐고 받는 일당은 7만 원.
유황 지대 유황 지대
형형 색깔의 유황 지대. 코를 찌르는 유황냄새가 가득하다. 지구에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울 만큼 다른 행성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다나킬 투어는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중간중간 현지 마을에 들러 숙식을 한다. 와이파이는 물론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도 있어 여러모로 고생을 한다. 화산을 가게 되면 넓게 펼쳐진 평야에 화장실도 하나 없어 큰 일을 보기가 굉장히 난처했다. 남자들은 그래도 대충 그냥 풀때기로 어떻게 가리고 막 해서 하면 됐는데 여자 여행자들은 그렇게 하기 쉽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거나 3일 동안 화장실을 참았다고 한다(...). 투어를 다니는 동안 땅이 몹시 울긋불긋해서 자면서도 천장에 머리를 박고, 가만히 있으면서도 머리를 박았다. 창문 밖으로 튕겨져 나갈 뻔하기도 했다는(에바..). 다행히 좋은 일행들과 함께했기에 몸은 피곤했으나 즐거운 기억만 남았다.
마을에 들릴 때마다 현지 아이들은 우리를 굉장히 반갑게 맞아주었다. 일행들이 내 이름(찬아~)을 부르는 걸 듣고 동네방네 찬아~ 찬아~ 거리며 나를 놀아줬다는 사실. 이 아이들도 지금쯤이면 많이 컸겠지. 귀여운 아이들. 다나킬 투어를 마치고 우린 다시 아디스아바바로 돌아왔다. 그리고 육로를 통해 케냐로 내려가기 위해 루트를 알아봤다. 험난한 여정이 시작됐다는 걸 그때까지는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