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세례 받은 기독교인이 불교 가게 된 썰

by Dㅠ

‘이것은 내 것이다.’ 또는 ‘이것은 어떤 다른 자의 것이다.’ 하는 생각이 없다면,
내 것이라는 것이 없으므로, 그는 ‘나에게 없다.’고 해서 슬퍼하지 않습니다.
-숫타니파티 4장의 15. 폭력을 휘두르는 자에 대한 경-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유아세례를 받았다며 기독교를 다녔으나 어른이 되고서는 교회를 가지 않았다. 교회 갈 시간에 자기 계발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체 없는 신을 믿지 못하고 신앙심이 채워지지 않는데 어찌하겠는가? 사실 결정적인 계기는 기독교 외의 신은 부정 하면서 배척하는 행위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그러면 석가모니나 알라신은 왜 있단 말인가. 그럼 그들은 가짜를 믿고 있다는 말인가? 종교의 자유를 핍박하고 비난하는 건 매우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한다."예수천국 불신지옥"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군대 훈련소를 끝내고 자대 배치를 받고 신병 시절, 주말에 종교 체험 행사를 갔었다. 내 부대에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가 있었는데 한 시간씩 군종병들한테 종교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간식을 먹었었다. 기독교는 사회에서 다녀 봤으니 어떤 곳인지 잘 알았으나 천주교와 불교는 생애 처음 가봤었는데 경건하고 조용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나 불교는 조용하면서도 앉아서 절을 할 때 굉장히 괴로운 마음이 씻겨나가고 경건해지는 마음이 들었다. 잠시 동안 온갖 속세를 벗어나 해탈하는 석가모니가 된 느낌이었다랄까. 스님이 불경을 외우시면서 번뇌에서 벗어나 속세의 감정을 해탈해야 한다는 말씀이 내 심장을 관통했다. 기독교 다니다가 불교 가니까 마치 게비스콘 먹은 것처럼 답답했던 속이 확 풀린 느낌이었다.

스님 말씀 들어보니 틀린 말이 없었다. 우리가 집착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이고, 현재 내 것이라고 할지라도 언젠가는 내 것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내가 옳다고 남을 비난 해선 안되며, 세상은 윤회하기 때문에 현재 내가 하고 있는 행동, 즉 카르마(업보)를 통해 천당과 지옥을 오가게 될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런 말들을 듣고 나는 불교에 대해 더욱 알고 싶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후로 나는 주말마다 불교를 가면서 일주일 동안 있었던 선배들이나 부사관, 장교님들에 대한 분노나 미움 등을 해소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엄마에게는 미안하지만 기독교에서는 느껴 볼 수 없는 맛에 빠져버렸다.


제대하고 나서는 아르바이트와 자기 계발로 인해 절에 가지 못했다. 여자 친구와의 헤어짐, 뜻대로 되지 않는 인간관계, 매일매일 분노에 차오르는 뉴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벌써 절에 안 간지도 7년이 넘었다. 지금의 나약하고 흐트러진 나를 제대로 세워 줄 수 있는 건 절 밖에 없다고 느껴진다. 좋은 작가가 되려면 글쓰기에 집착하지 않고, 언제든 글쓰기는 나를 배신할 수 있으며 내 생각이 옳다고 남을 비난해선 안되며 천당에 가기 위해 조심스럽게 좋은 카르마를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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