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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Aug 11. 2023

코비드 이후,

소설

"점심은 김치볶음밥 어때요?"

"그건 저녁에 먹자. 지금은 떡볶이 같은 게 먹고 싶어."

"그래? 내가 해줄께."

"네가 만든 거 말고, 맛있는 거 사 먹고 싶어."

(췟)


 양념 요리는 금지된 지 오래다. 금지된 일은 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종종 참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r은 평일 아침 일찍 셔틀을 타고 외부 탐험에 나섰다가 밤이 되어야 들어온다, 바깥세상의 모든 일을 흡수한다. 그곳의 요리는 자유롭기 때문에 간혹 지역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혼합식 식사가 나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자면 된장국 정식에 핫도그가 곁들여 나오는 식이다. 금기를 깨려면 혼자로는 힘들다,  r이 돌아와 있는 주말이어야 한다. 이 셋만의 세상에 둘의 힘이라는 것은 터부를 깨는 상상 초월의 힘이다. 기다리자!


 헌데, 바깥세상은 어떤 곳일까. 나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있다. 돗자리를 챙기고 도시락을 펼쳐놓는 장면을 떠올려본다. 그곳이 그대로 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 많은 시간이 지났고, 세상은 감염됐다. 모두 백신을 접종받았지만, 글쎄 바이러스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한참 세상은 멈췄고 움직임이 재기되었을 때, 모두들 얼굴을 가리고 입을 막았다. 어디를 가든 소독을 했으며, 줄지어 늘어서서 긴 막대기로 콧속 시료를 채취해 정밀 분석을 받았다. 젠장, 양성이다.


 그는 갇혀있다.

 "과장님, 자료 정리해서 보냈습니다. 언제 나오시는 건가요?"

 "알 수 없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세상은 서서히 열렸다. 비행기가 뜨고, 뱃 길이 열렸다. 버스,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벗었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다시 웃는 연습을 했다. 그것이 완전히 사라졌는지 우리는 장담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곳, 자유가 있는 곳, 양념 요리가 금지된 곳은 없다.


 떡볶이, 나가서 먹자. 바깥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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