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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Dec 20. 2023

김치 샐러드

김장김치나 묵은지, 하얀

줄기 부분을 썰어서 담고

올리브, 참깨, 들깨 기름 같은

가지고 있는 신선한 기름을

올립니다.



 김장김치가 맛있게 익어가는 계절이다, 숨죽이며 보글거린다. 창 밖의 펑펑 거리는 눈을 바라보는 겨울의 소란스러움은 가끔 공기방울을 터트리며 부글 끓어오르는 팥죽의 소리, 스-아 하는 만두 찜통의 뚜껑을 여는 소리들로 거리에서, 시장에서, 집에서 모두가 익어가며 조용한 소리를 내는 것이다, 더 익으면 시원한 맛이 들 테다. 겨울에 따뜻한 음식들과 바로 썰어 낸 김치를 같이 먹으면 여느 때보다 김치의 힘을 맛볼 수 있다. 이렇게 자주 먹다가, 가끔 가볍게 차린 식탁에서 다른 게 먹고 싶은 날, 내가 쓰는 방법은 부드러우면서 기름진 맛을 더하는 것인데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뿌려서 먹는 것이다. 흐-ㅁ 김치통에서 바로 꺼내어 국물이 잘 스며있는 김치를 올리브오일로 감싸서 아삭아삭 씹으면 상큼하면서 청량한 기운과 부드러우면서 밀도 있는 신선함이 서로를 북돋아준다. 신 묵은지를 먹을 때도 그렇고 익어가는 김장김치를 먹을 때도 그렇다. 김치볶음과는 또 다른 맛이다. 둥그런 초록의 과육에서 짜낸 기름이 톡 쏘는 맛도 있어서 샐러드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고소한 맛이 들어있는 들기름과 참기름도 좋다. 이건 무척이나 익숙한 맛이다. 오늘은 시골에서 주셨던 햇들기름을 둘러보았다.

김치 샐러드

 사실 소개는 했지만 이건 우리 집에서 나만 좋아하는 메뉴이다. 충분히 굳이, 라고 생각할 만 하다. 왜 그럴까를 따져보면 나로서는 한번에 이해하기 힘들다. 일단 '당연히 맛있는 데'가 아니라는 것인데, 나는 이 조합을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이렇게 먹어서 맛이 좋을 때는 지금인 것이다, 겨울. 그럼 나는 왜 이걸 좋아할까? j는 내게 ‘넌 고기 좋아해!’라고 말하지만 나는 야채 좋아한다. 그리고 고기라기보다 기름짐을 좋아한다. 오일은, 일단 들기름을 생각해 보자. 그 작은 깨를, 씨앗을 꽃대에서 털어 내 모으고 볶아서 짜낸 것을, 동네에 제법 방앗간들이 있어서 다리 끝, 시장 중간, 슈퍼 옆에서 깨 볶는 냄새를 종종 맡을 수 있다. 볶은 깨를 밖으로 가지고 나와서 허공에 날리면서 식힐 때 고소한 연기가 퍼져나간다. 작은 깨를 압착시켜서 낸 기름이라니. 기름 안에는 뭐가 들어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 깨 씨앗 하나면 깨가 자라는 것이다. 들기름 한 병에 깨가 몇 개나 들어가게 될까를 생각해 보면 나는 뭘 먹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올리브오일도 떠올려본다. 멀리 떨어진 지중해에서 나고 자란 풍성한 열매를 압착해서 만들어진 오일은 색부터 다르고 비옥하다. 음, 아니 겨울에 맛이 없을 수가 없고 건강하지 않을 수가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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