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김치나 묵은지, 하얀
줄기 부분을 썰어서 담고
올리브, 참깨, 들깨 기름 같은
가지고 있는 신선한 기름을
올립니다.
김장김치가 맛있게 익어가는 계절이다, 숨죽이며 보글거린다. 창 밖의 펑펑 거리는 눈을 바라보는 겨울의 소란스러움은 가끔 공기방울을 터트리며 부글 끓어오르는 팥죽의 소리, 스-아 하는 만두 찜통의 뚜껑을 여는 소리들로 거리에서, 시장에서, 집에서 모두가 익어가며 조용한 소리를 내는 것이다, 더 익으면 시원한 맛이 들 테다. 겨울에 따뜻한 음식들과 바로 썰어 낸 김치를 같이 먹으면 여느 때보다 김치의 힘을 맛볼 수 있다. 이렇게 자주 먹다가, 가끔 가볍게 차린 식탁에서 다른 게 먹고 싶은 날, 내가 쓰는 방법은 부드러우면서 기름진 맛을 더하는 것인데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뿌려서 먹는 것이다. 흐-ㅁ 김치통에서 바로 꺼내어 국물이 잘 스며있는 김치를 올리브오일로 감싸서 아삭아삭 씹으면 상큼하면서 청량한 기운과 부드러우면서 밀도 있는 신선함이 서로를 북돋아준다. 신 묵은지를 먹을 때도 그렇고 익어가는 김장김치를 먹을 때도 그렇다. 김치볶음과는 또 다른 맛이다. 둥그런 초록의 과육에서 짜낸 기름이 톡 쏘는 맛도 있어서 샐러드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고소한 맛이 들어있는 들기름과 참기름도 좋다. 이건 무척이나 익숙한 맛이다. 오늘은 시골에서 주셨던 햇들기름을 둘러보았다.
사실 소개는 했지만 이건 우리 집에서 나만 좋아하는 메뉴이다. 충분히 굳이, 라고 생각할 만 하다. 왜 그럴까를 따져보면 나로서는 한번에 이해하기 힘들다. 일단 '당연히 맛있는 데'가 아니라는 것인데, 나는 이 조합을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이렇게 먹어서 맛이 좋을 때는 지금인 것이다, 겨울. 그럼 나는 왜 이걸 좋아할까? j는 내게 ‘넌 고기 좋아해!’라고 말하지만 나는 야채 좋아한다. 그리고 고기라기보다 기름짐을 좋아한다. 오일은, 일단 들기름을 생각해 보자. 그 작은 깨를, 씨앗을 꽃대에서 털어 내 모으고 볶아서 짜낸 것을, 동네에 제법 방앗간들이 있어서 다리 끝, 시장 중간, 슈퍼 옆에서 깨 볶는 냄새를 종종 맡을 수 있다. 볶은 깨를 밖으로 가지고 나와서 허공에 날리면서 식힐 때 고소한 연기가 퍼져나간다. 작은 깨를 압착시켜서 낸 기름이라니. 기름 안에는 뭐가 들어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 깨 씨앗 하나면 깨가 자라는 것이다. 들기름 한 병에 깨가 몇 개나 들어가게 될까를 생각해 보면 나는 뭘 먹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올리브오일도 떠올려본다. 멀리 떨어진 지중해에서 나고 자란 풍성한 열매를 압착해서 만들어진 오일은 색부터 다르고 비옥하다. 음, 아니 겨울에 맛이 없을 수가 없고 건강하지 않을 수가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