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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May 18. 2024

설거지의 다사다난함

부엌, 싱크대가 작은 문제와 건조 공간

 봄도 오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진 본인은 몇 차례 설거지 대란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반성하지는 않고 쌓여있는 것들을 멀찍이 떨어져서 남일처럼 보다가 이건 '갖춰지지 않은 설거지 시스템 문제'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 긴 일종의 보고서 쓰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개인적인 기록이며 전문지식은 조금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생각할수록 이의 없이 세탁기처럼 '식기세척기 구입이 필요하다.' 생각이 들지만 놓을 공간을 만들지 못했다는 사정으로 미루고 있습니다. (옷) 세탁과 (그릇) 세척의 다른 점이라면 식사시간마다 일어나고, 비교적 바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 ‘먹는’에 부합하는 깨끗함. 같은 점이라면 좋은 바람과 햇빛에 건조되면 좋겠다는 것. 이런 모든 일을 조율하며 개별의 인공지능 기기 보다 효율적으로 부엌을 관리하고 계신 많은 (집의) 점심관리본부장님들께서는 읽기를 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답답하실 수 있음을 저는 미리 말씀드린겁니당.




부엌


 부엌은 불을 다루는 공간이지만, 물을 쓰는 곳이기도 하다. 음식 만들 준비를 하고 요리할 때, 물을 쓴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식기류를 다시 사용하기 위해서 물로 씻어내는 것까지 부엌에서 이루어진다. 건물 안에서 물을 쓴다는 것은 수도관에 연결된 수전이 있다는 것이고, 싱크대라고 불리는 보통 관리하기 편한 도기나 스테인리스 틀로 제작되어 물을 받아 쓰고, 배수구를 통해 뺄 수 있는, 드레인이 연결되어 오수로 빠져나가는 개수대가 설치된다. 실내 설비의 관리와 효율을 생각해서, 그리고 살림이라는 큰 범위에 함께 들어있는 요리, 설거지 그리고 세탁의 기능까지 따로 구역으로 묶기도 한다. 보통 다용도실(세탁실) 야외공간과 인접해 있고 정수기, 식기세척기 같은 물 공급이 필요한 기기도 함께 연결된다.


 쌀쌀한 날이 계속되고 개학도 하고 오래 감기 기운이 가시지 않던 어느 날에 (아주 많은 핑곗거리가 있었다.) 설거지 대란을 일으킨 본인은 외식과 간단한 컵 세척만 반복하며 주말을 보냈고 j가 손을 대기 전까지 싱크대는 비워지지 않았다. 모든 그릇이 싱크대에 수북하게 채워져 있는 상태와 나란히 무작정의 할 생각 없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 사건은 보통 체력 이하로는 한 번에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걸 인정하고, 이번기회에 정리가 필요했던 설거지에 대해서 찬찬히 실용적인 고민을 하면서 힘내 시도하기로 했다. 사기로 마음먹었지만 아직 놓을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식기세척기를 아쉬워하고 이케아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던 설거지통과 건조매트를 어른거리다가도 당장 대체용품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니 작은집 통합 운용을 고려한 우선순위에서 잠시 미뤄두고, 사려고 했던 도구들을 머릿속에서 굴려보는 흥미진진한 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떨어져서 생각해 보니 이건 도구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공간의 문제는 아닐까'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부엌은 요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동선, 그를 위한 수납, 인근에 설치된 식탁과 더불어 요리의 목적인 식사를 위한 기능이 중요한 요소이면서 집 안에서 10% 정도 비율로 나눠 쓰고 있데, 그곳에서 식사를 마치고 정리하는 일에 따로 주어진 공간은 거의 없다, 대형 식기세척기가 자리 잡는 것은 세척에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부엌이 커지거나 혹은 상대적으로 부엌 안에서 다른 역할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작은집에서는. 요즘 가족 단위가 적은 살림에서는 그릇류의 수납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요리를 즐겨하시는 분들은 아니기도) 대신에 전기를 사용하는 생활 기기가 늘어나서 기본인 냉장고를 시작으로 김치냉장고, 전기밥솥, 전자레인지(오븐), 커피머신, 믹서, 전기불판, 토스트기 등등 추가가 되고 사용빈도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작은 것들은 전기콘센트 주변으로 모여지며, 어디에 어떻게 놓고 쓸 것인가는 집집마다의 사정이다. 부엌 외에 수납공간인 팬트리가 따로 있으면 중간지대로서 물건 보관하기가 쉬워진다. 우리 집은 기존 시스템유닛에 더해서 도마를 놓고 쓰는 작업대 겸 보관 공간 테이블을 하나 쓰고 있다. 지금 상태에서 식기세척기는 대용량 빌트인 타입이 아닌 카운터 탑 타입을 구입할 예정이므로 선반을 하나 더 구입해서 높이를 맞춰 놓아야 한다.


싱크대


 싱크대를 살펴보자. 하나씩 따져보면 물을 받는 것은 수전만으로도 해결된다. 재료를 손질할 때 물을 받아서 혹은 물을 흘려보내기 위해서 배수구와 볼 형태의 받침이 필요한데 김장 담그기를 제외하면 보통은 싱글 싱크대 한 칸에서 무리 없이 해결된다. 부엌에 여유가 있으면 아일랜드식 작업대 혹은 세컨드 부엌을 구분해서 마련하기도 하는데 그곳에 보조 싱크대가 설치되기도 하고 더블 타입의 싱크대도 있고, 보통은 아무리 작아도 450mm 이상이고 그 사이 다양한 타입이 존재하며, 950-1000(mm)의 넓은 것도 있다. 우리 집은 집의 크기에 비해서 싱크대가 큰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900mm이다. 설거지에 맞춰서, 가족들이 모두 모인 저녁 식사를 마치고 식탁의 그릇들을 모두 싱크대에 넣는다는 상상을 해보자, 작고 큰 냄비와 팬, 기타 도구들 까지 한 번에 넣을 수는 없다, 포개고 끼워 넣을 수도 있겠으나 이건 뭐 의미 없는 일이다. 시중에 나온 제품들이 아마도 보통 집의 부엌에서 내어줄 수 있는 싱크대의 크기일 것이다. 그 안에서 백숙용 냄비까지는 가능하지만 들통은 버거운 감이 있고 모든 세척이 필요한 것을 쌓을 수는 없고 수전과 싱크대 사이의 높이를 생각하며 그 안에서 그릇을 잡고 손을 움직이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때로는 수전을 고정하지 않고 호스를 이용해서 세척한다. 이 싱크대라고 하는 오밀조밀한 작업공간을 잘 이용해서 설거지를 해야 하므로 하루에 세 번 늘쌍 우리는 설거지를 통해서 작업 효율을 체감하고 이 설거지라고 하는 놈은 요리 못지않게 구조적으로 모든 센서를 동원해서 해결해야 하는 활동인 것이다. 식기세척기를 쓰는 집이 많아지면 싱크대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 합리적일 것도 같은데 기본 냄비들 크기도 있으니까 그것도 어느 정도까지만 가능할 것이고, 어쩌면 이동식 욕조같이 상황에 따라 배수 드레인을 연결해서 쓰는 싱크대를 사용하기도 할까.


 그리고 요리를 하기 위해 물을 쓰는 곳과 요리 후의 처리를 하기 위한 곳이 한 군데서 이루어진다는 점도 우리가 그 둘을 분리하는 방법을 찾는 것으로 운영된다. 더 깔끔함의 우선순위에 있는 요리를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며 세척볼을 따로 놓고 작업하고 하위에 있는 설거지는 싱크대를 그대로 이용하는 것으로 구분. 혹은 싱크대를 그대로 재료 처리에 쓰기 위해서는 항상 세척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 그러면 역으로 설거지통이 필수로 들어올지도 모르겠다.


 식기세척기가 들어와도 이 모든 게 드라마틱하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전기를 동력 삼아 일을 처리하는 기기를 들이는 것과, 음식을 동력 삼아 작업하는 '나'가 직접 시간을 들이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식기세척기는 나에게 하루 1시간 정도의 여유로움을 줄 것 같다. 그러면 나의 요리글쓰기에 시간을 더할 수 있을까. 우리가 식기세척기 놓을 튼튼한 선반을 하나 구입하고 세척기를 '척'하니 올려놓기로 한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날을 기약할 수는 없다. 그전까지 나는 '나의 부엌'에서 요리조리 소소한 나만의 '테크 트리'를 연마하며 군더더기 없이 설거지를 처리하는 즐거움을 맛보고 싶을 뿐이다. 다시 말해 요리에 초점이 맞춰진 싱크대와 시스템주방에서 그 이후의 작업인 분해와 재생, 정리를 위한 작업 공간과 시스템 정리가, 우리 집 매뉴얼 작업이 한 번쯤 필요하다는 것.        


요리 조리-후의 부엌,

다시 요리-로의 부엌


 내가 무언가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이케아 주방 코너에서 설거지통을 발견한 후이다. 처리 전의 그릇들을 싱크대가 아닌 곳에 따로 보관할 수 있는 없던 공간의 발견이다. 그러면 싱크대는 항상 정돈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텐데. 그리고 그 설거지통은 탄탄한 검은색 사각 플라스틱 통으로 레고박스 같기도 하고 분위기가 제법 부엌에 재미를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출발해서 싱크대 안에 그릇이 쌓여 있는 것을 해소하는 방법을 따져보니 싱크대에 걸쳐놓고 사용하던  펀칭 스테인리스 건조대가 눈에 들어왔고, 건조대를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싱크대에 여유가 찾아왔다. (여기서 여유라는 말은 쌓여있던 것을 넓게 종류별로 구분해서 풀어놓을 수 있게 된 것을 말한다.)


 물론 여기서, 바로 설거지를 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이 있기 때문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겠다. 요리를 해서 식사를 마친 기분 좋은 순간에 바로 해치우듯 설거지를 하는 것은 어딘가 그 여운을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서 바로 설거지하지 않는 것에, 싱크대에 씻을 거리가 쌓여 있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조금 느슨하게 냉장고에 넣을 것들을 정리하고, 남은 음식물을 처리하고 그릇을 싱크대에 넣고 식탁과 주변을 말끔하게 정리하는 것, 요리한 냄비나 팬을 설거지하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 그 정도까지가 내가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정리하는데 10분 정도 시간을 쓰고 보통은 차를 마시러 나가거나 다른 할 일을 먼저 한다. 다음 단계의 여유가 생겼을 때 정리를 시작한다. 이 지점에서, 하나 더 따지면 바로 이때에 식기세척기에게 일을 시킨다는 것은 무척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고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식. 세. 기에 대해 생각만으로도 무척 여유로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의 게으름과 여운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의 경계는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든든하게 식사를 하고 바로 인공지능과 같은, 아니 더 복잡한 과정을 통합해서 내리는 판단, 그릇과 그릇의 오염에 따라 세제, 수세미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정리정돈까지 딱딱 맞추는 이 작업은 집중과 기술, 그에 맞는 힘과 세세하게 그릇의 틈들을 파고드는 섬세함까지 필요한 것으로 워밍업 없이 바로 '그 기술'을 발현하기란 나로서는 무척 힘든 일이다. 그리고 이 '설거지의 기술'은 변화무쌍한 상황을 컨트롤해야 하는 것으로 무엇을 요리해서 먹었는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같은 반복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항상 새로운 상황과 마주하는 것이다. 충분한 설명이 되었으리라. 그러나 늘 고수는 존재하는 법, 이 모든 난관을 아무렇지 않게 룰룰루 처리하시는 다른 집의 수많은 본부장님들. 자세한 사항은 우리 집 식구들 셋만의 사정이므로 여기까지만 밝힌다.  


건조 공간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싱크대 안에 있는 건조대를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하나씩 해결을 하자면 건조대는 물이 빠지는 것이므로 보통 받침이 있는 것을 사용해서 테이블 상단에 올려놓고, 싱크대 안에 걸쳐서 넣어 놓기도 한다. 싱크대 안에 넣으면 싱크대 공간을 일부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작은 싱크대에서는 활용도가 떨어진다. 그리고 테이블에 올리면 작은 부엌에서는 도마를 올리고, 그릇들을 놓거나 재료들을 올리는 작업 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또한 불편하기도 하다. 그릇을 세척하고 행주로 바로 건조해서 찬장에 넣는다면 또 다르다. 그러면 건조공간은 필요 없지만 그 정도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 예전에 일본 교토에서 묵었던 숙소는 건조대를 싱크대 바로 아래에 넣어두었기 때문에 내가 꺼내서 사용하고 말리기 위해서 그대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외출해서 돌아오면 꼭 원래의 위치에 들어가 있는 것이 조금 신기했다. 이건 집이 아닌 숙소이기 때문에 무어라 말하기는 어렵다. 아무튼 건조대를 사용하면 그것을 놓을 곳이 있어야 하는데, 다른 위치를 찾기로 한 지금, 부엌 테이블을 제외하고 내가 쓸 수 있는 곳은 쓰지 않는 의자 위나 뒤를 돌면 보이는 세탁기의 위였다. 헹굼을 마친 그릇을 건조대에 올리려면 싱크대 가까이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설거지할 때는 의자에 올려서 옆에 두고 , 마친 후에 들어서 올리는, 그리고 그릇을 장에 정리할 때 다시 옮겼다가 제자리로 돌려야 하는 여러 단계 동작이 필요한 방법이지만 공간확보와 깔끔한 작업대 유지를 우선으로 했고 특별하게 불편함 없이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추가된 하나는 건조대의 물을 받는 방법인데, 처음에는 쟁반이나 건조매트를 고민했지만 설거지통으로 쓰려고 생각해 둔, 집에 가지고 있던 무게감 있는 불투명의 플라스틱 사각통을 이용해서 그 위에 건조대를 올려놓았다. 우연하게 맞는 사이즈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시스템의 설거지통, 건조대 기능을 가진 스테인리스 제품을 판매하는 것도 확인했는데 유용한 방법을 찾은 것 같다. 이렇게 높이와 무게감을 가진 통 위에 올려서 같이 이동하면 안정감도 생기고 의자에 올려서 높이를 맞추기도 용이했다. 세탁기 위라서 흔들림이 있지 않을까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그리고 집의 구조상 빛과 바람이 잘 드는 위치라서 선택한 것이기에 엉뚱한 장소가 아니었다.


설거지통


 건조대 이동 후에는 여유가 생긴 싱크대다. 여기에 더해서 설거지통을 구입하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플라스틱을 구입하는 것이 조금 망설여졌다. 환경적인 것을 떠나서 설거지되지 않은 상태의 그릇들이 들어가고 물을 받아서 세제를 풀기도 하고 사용하다 보면 오염되는 것을 처리해줘야 하는데 플라스틱보다는 스테인리스가 좋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스테인리스 제품도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활용도가 좋아 보였는데, 한 가지 망설이게 한 점이 다시 설거지통 도구를 하나 더 늘리는 것 그리고 부피 있는 스테인리스 도구를 들이는 것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싱크대의 구조는 본래 물을 받아서 쓸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인데 건조대를 치운 지금, 설거지통을 마련해서 쓸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예전보다 넓게 쓸 수 있는 싱크대에 종류별로 구분해서 늘어놓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으니까. 그리고 여전히 커다란 통 자체를 세척하고 말려야 하는 활동을 추가해야 하니 그것도 고민이 되었다. 건조대를 빼낸 지금 다시 설거지통을 싱크대에 넣는 것이, 싱크대를 나눠 쓰는 효과가 생기기는 하나 (물을 받아서 쓰는 곳, 아닌 곳) 헹굼에는 쓸모 있을지 모르지만 세척 시에 특별히 유리한 해결방법이 되지는 않았다. 설거지통의 건조도 따로 해줘야 하고, 작은 크기의 통은 그다지 유용해 보이지 않았다. 급할 때 쓸 수 있는 김치용 플라스틱통들도 이미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설거지통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하고, 있는 넓어진 싱크대 구조를 더 잘 활용하기로 했다.


설거지

먹고 난 뒤의 그릇을 씻어 정리하는 일


 설거지 공간에 대한 문제는 이렇게 일단락하고 다음은 설거지 자체로 옮겨간다. 옛 부엌에서는 개수통이 부엌의 살강 근처나 바깥에 위치해 있었다. 개수통은 통나무를 움푹 파서 물을 담을 수 있게 하거나, 쪼개진 판을 엮어서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통을 사용하는 법 까지는 살펴보지 못했지만 일단 물 안에(개숫물) 그릇들을 담가놓는 역할에 충실했던 것 같다. 서서 그릇을 넣기 편한 높이로 받침도 있다. 옛 부엌에서는 아궁이(불)가 중심이고 물을 길어 사용했으며, 그릇은 모아 따로 씻었다.


 개수통 참고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01673


 식탁 위에 남겨진 먹고 난 그릇들을 바라본다. 우선 남은 음식과 야채류를 정리하고, 음식물쓰레기를 분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기름이나 양념이 많은 그릇은 긁어내거나 키친타월로 닦고 냄비나 팬이 있으면 깔끔한 것은 물로 한번 헹구고 냄비는 그 안에 밥그릇 같은 물에 불려서 세척하기 좋은 것들 위주로 채워 넣고 물을 담는다. 수저는 컵에 꽂아서 물을 받아 놓는다. 수전에서 가까이에 오염이 적은 것부터 놓기 시작한다. 양념이 많은 것은 한번 헹구고 계열이 같은 것 끼리 적당히 포개 놓는다. 식탁을 닦고 냄비나 팬, 오염이 많이 된 것은 물을 부어 끓이기 시작한다. 이 정도 정리를 하면 10분이 지나간다. 그리고 여기부터가 설거지의 시작이다. 때에 따라 바로 설거지를 할지 외출하고 나서 10분씩 나눠서 할지가 결정된다. 그리고 그릇을 세척한다. 세척은 수세미와 주방 세제를 이용한다. 설거지하기 편하게 처리가 돼서 물에 불려져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설거지를 고민하면서 세제를 쓰는 방법도 변화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작은 설거지통에 세제푼물을 받아서 사용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는데, 요지는 수세미에 짜서 쓰는 것이 아니라 물에 세제를 풀어서 쓰는 것.


세제

풀어서 쓰기


 세제를 직접 쓰면 헹굼에 필요한 시간과 물이 많이 필요해지고 그만큼 서서 작업하는 '나의 동력'도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 되므로 적정한 선에서 줄이는 것이 필요했다. 다만 너무 묽게 하지는 않고 한번 펌핑한 양, (3-5ml, 티스푼으로 한번 정도 될 것 같다.) 물 50ml 정도를 수전의 분사기능으로 거품을 내서 1:10 비율로 세제를 거품내서 쓰는 것이다. 그래서 헹구는 시간을 줄여보기로 하고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 시간을 체크해 보았다. 밥2, 국2, 컵7, 반찬통 2 혹은 그릇5,컵9,숫가락2 이 정도 세척하는데 5분, 헹구는데 그릇류는 3분, 냄비나 반찬통이 포함되면 5분 정도 해서 약 10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건 어떤 기준을 정하는데 알맞은 시간이 되었다. 이렇게 설거지 한 판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분이다. 10분 사이에 어느 정도 처리를 하고 보통의 날에 남은 것은 다시 10분 정도를 쓰면 완료가 된다. 

 이걸 한 번에 할 수도 있고 나눠서 할 수도 있다. 10분씩 중간에 하는 것과 연속해서 20분 이상의 시간을 서서 일하는데 쓰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요리하고 바로 하는 것이면 더 부담이 간다. 시간을 들여서 수월하게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이렇게 한 번 마무리할 때 다음 작업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정리해 놓으면 점점 일이 수월해진다. 물론 이 시간을 쓰지 않고도 바로 충분하게 할 수 있다. 이건 선택의 문제로 남겨놓자. 설거지는 물을 이용해서 부드럽게 불리고 전처리를 하는 것에 시간을 쓰면 내 에너지는 줄여서 작업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은 조금 더 들어간다. 어떻게 하는 것이 나은지는 그때의 상태에 따라서 정하면 된다. 짧게 나누어한다는 것은 다른 일을 하는 사이 참참이를 가능하게 한다. 그건 기분전환의 시간으로 이용될 수도 있고 아무튼 노동으로 여겨지지 않을 정도의 에너지만 들일 수 있도록 일을 줄이는 것이다. 이 작전은 유용하다. 


수세미

식물 수세미의 뽀드득함


 다른 도구인 수세미는 자주 바꾸는 소모품이라서 새로 나온 것이나 귀엽고 형태가 독특한 것들이 보이면 사곤 하는데, 와인병 모양의 스폰지는 컵 닦기에 좋았고 의외로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동물모양은 넓은 면은 이렇게 좁은 면은 저렇게 활용할 수 있어서 쓰는 재미도 있었다. 요즘 기본으로 쓰고 있는 것은 식물 수세미이다, 남다른 뽀드득함을 자랑한다. 스펀지의 푸석함과는 다른 자연의 밀착력으로 그릇을 씻어내는 것 같다. 딱딱하게 붙은 것을 처리하기는 어렵지만 물에 잘 불려있는 상태가 되면 기분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원하는 형태로 수세미를 잘라서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좁아지는 꼭지 부분은 컵 닦는 용도로 쓰면 좋다. 해진 것은 싱크대 정리할 때 사용하면 세제 없이도 간단하게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릇들 정리가 부드럽게 잘 되어 있으면 이 수세미만으로 무리가 없었고, 가끔 솔이나 과탄산소다를 넣어서 남은 것들을 처리한다.

 

헹굼,

설거지통?


 헹구는 시간이 그릇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서 달라지는 건 당연한 듯하면서 신기한 일이다. 헹굴 때 따로 수세미를 쓰면 시간이 더 줄어든다고 한다. 식기세척기의 장점 중에 물 사용량이 있었다. 물을 계속 흘려서 작업하면 아무래도 사용량이 많을 것이다. 이때 설거지통이 한번 더 등장한다면 유용할 것이나 나는 이미 있는 것들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세척은 작은 그릇들 먼저 하고, 헹구기 전에 세척된 큰 그릇이나 냄비 안에 넣고 수전아래 옹기종기 모으는 것이다. 이 부분이 조금 아쉬운데,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그만한 크기의 플라스틱 통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용할 것 같은 순간에 꺼내서 헹굼통으로 쓰면 될 것 같고, 혹 마지막 설거지라면 (모두 세척된) 배수구를 막고 싱크대에 물을 받아서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시,

건조 공간


 이렇게 설거지를 하면 다시 건조대와 연결된다. 건조대를 가지고 와서 먼저 설거지를 시작하기 전에, 혹은 그전에 그릇들을 제 위치에 정리한다. 그래야 마른 그릇과 젖은 그릇을 구분할 수 있다. 완전하게 마르지 않은 그릇이 생기기도 한다. 그릇 정리를 말하자면 우리 집의 찬장이 정리되어 있는 방식에 대해 말해야 한다. 싱크대 위 상부장 아래에 부착식 건조대가 있는데 넓은 원형 접시와 플라스틱 접시 6개 그리고 유리컵은 여기에 올려놓고 건조해서 그대로 쓴다. 머그컵은 같이 놓고 건조하다가 상부장 제일 오른쪽으로 아랫칸으로 옮겨 놓는다. 그곳이 냉장고에서 가깝고 바로 아래 커피와 설탕 트레이가 있다.  손이 닿기 가장 편한 곳에 자주 쓰는 것을 놓는다. 그릇은 싱크대 바로 윗 칸에 놓고, 조금 더 부피 있는 냄비들은 한 단계 윗 칸에 놓는데 도기 냄비는 싱크대 위쪽에, 스텐 냄비는 그 다음칸에 있다. 위치에 맞게 마른 그릇들을 정리한다. 빈 건조대에 접시와 컵을 제한 그릇을 쌓아서 건조대 위치, 세탁기 위로 가져간다. 부착식 건조대에 놓인 유리컵들은 일단 꺼내 쓰기가 쉽고, 비슷한 것들끼리 투명하게 빛을 통과시키면서 부엌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들어줬다.


부엌, 해질녘 (06.10)


부엌

구조와 살림


 우리 집 부엌은 일반적인 작은 집의 시스템 부엌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상부장을 가진 세 칸의 모듈로 구분할 수 있다. 요리-세척-작업이 칸칸이 주요 임무이다. 거기에 작업대 가구가 직선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에 냉장고가 있는 일자형 부엌이다.

 자주 쓰는 것을 상부장에 넣는 것의 장점은 몸을 굽히지 않고 손 닿기 편한 곳에 기기를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허리를 펴고 스트레칭을 하게 되고 한눈에 보기도 편하다. (요리) 기름, 간장, 후추, 식초 같은 양념류는 불 쓰는 곳 바로 가까이 있고, 그다음 칸은 (세척) 1층은 그릇들 2층은 도기류 냄비이고, 그다음 칸은 (작업) 식료품 선반과 냉장고에 면해서 머그컵과 기타 도구들, 스테인리스 냄비들이 들어가 있다. 가장 상층에는 예전에 사용하던 어린이 식기와 가끔 꺼내 쓰는 믹서기가 올라가 있다. 오른쪽 작업대 하단 서랍은 세 칸으로 되어 있는데, 첫 번째 서랍은 뚜껑 있는 쌀통과 스파게티면, 국수와 향신료, 마른 재료들이 들어가 있고, 그 아래는 웍과 둥그스런 채반과 플라스틱 볼이 들어가 있고, 제일 아래 얕은 칸에는 팬이 들어가 있다. 싱크대 하단에는 큰 플라스틱 통들이 있고, 가스레인지 하단에는 잘 쓰지 않는 전자레인지가 들어있다. 작업대 하단의 선반에 식료품들이 놓인다.


부엌 (06.10)

 

 저녁을 먹고 설거지가 마무리되어 있더라도 밤사이와 아침이 되면 물, 술, 우유, 커피, 그리고 물병, 시리얼 담는 데 사용된 컵과 병들이 쌓여있다, 3명 기준 6에서 9개 정도.

 그릇을 산 기억이 한참 전인 것 같다. (반찬통들도 산 적이 없지만, 이건 점점 요술같이 늘어나고 있다. ) 부족함 없이 잘 갖춰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r이 친구들에게 선물 받은 컵들만 추가되고 있다. 예전에는 조금 더 아기자기했던 것 같은데, 어린이 용품이 치워지고 약한 것들은 진즉 깨졌다. 특별히 더할 것은 없지만 예쁜 종지를 발견하면 몇 개 사고 싶다.  

   


살림 간소화,

그래도 3인 가족의 한 끼 식사

설거지해야 할 것


기본 (비교적 금방 할 수 있는 것)

물에 담그거나 헹구어 놓기

밥그릇, 국그릇, 수저 3벌

큰 접시 2개, 작은 접시 2개, 종지 2개

물컵, 채소 그릇


추가 (구분되지 않고 쌓여있으면 부담스러운 것)

주걱이나 키친타월, 뜨거운 물 이용

주물밥솥, 냄비, 프라이팬

국자, 뒤집기, 튀김 젓가락

비워진 반찬그릇, 김치통

도마, 칼, 행주, 물병


 세제를 풀어놓는 작은 그릇을 마련해서 쓸까 했는데 설거지통과 마찬가지로 관리해야 하는 그릇을 하나 늘이는 것이라서 가지고 있는 것을 쓰기로 했다.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설거지해야 할 그릇 중 하나를 쓰겠다는 것이다. 그중 넓은 그릇보다는 좁고 긴 컵이 좋겠다 싶었고, 보통 크기의 컵 보다는 조금 작은 술잔이 적당했다. 처음 익숙해지기 전까지 이 방법의 단점이라면 마지막까지 남겨두어야 하는 이 컵을 설거지하다가 무심하게 씻어버리는 것이었다. 몇 번을 그렇게 하다가 세제컵 놓을 위치를 정했다. 싱크대 상단 동글게 처리된 모서리에 올려놓기로 했다. 컵이 없으면 적당히 깨끗한 밥그릇으로 한다.  


 한판 설거지를 하고 남은 그릇들을 다음번 설거지하기 좋은 상태로 조정. 다른 일을 하다가 지루해지거나 할 때, 여력이 생기면 마른 그릇을 장안에 정리하거나 남은 그릇을 씻는다. 그리고 하던 일로 돌아간다.


 파스타 먹고 설거지는 무척 편하다. 면을 볼에 받쳐 채에 걸러서 물기를 털고 식사를 마치면 접시와 팬의 남은 음식, 소스를 정리하고 아직 따뜻한 면수를 접시에 부어서 한 번 더 마무리를 한다. 그러면 여기까지 손에 물이 닿지 않은 상태에서도 설거지 준비를 할 수 있다. 나는 맨손 설거지를 한다.


 사실 설거지 양이 많은 것은 셋이 집에 있는 주말의 기준이고 보통의 날은 둘이 가볍게 저녁을 먹으니 가뿐하다. 날이 더워지면 조리하지 않고 먹는 것을 선호해서 요리도 그렇고 설거지 양은 더 줄어든다.  

 다른 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을 마치고 와서 모두가 함께하는 저녁을 준비할 때는, 요리가 아니라 정리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내가 일을 할 때 저녁식사는 j의 담당이었기 때문에 뚜렷한 업무분담이 되었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방침으로 주로 내가 하고 있다.


 설거지의 마지막은 싱크대 정리에 있다고 한다. 언젠가 본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토니 스타크 회장님은 사무실 개수대에 커피 찌꺼기가 그대로 버려진 것을 보고는 ‘아니 누가 이걸 여기다 이렇게 버렸냐’며 투덜거리면서 정리를 하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며 커피를 홀짝이는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가 눈치 보는 장면이 슬쩍 지나간다. 나는 이런 장면들을 좋아한다. 싱크대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은, 이건 뭐랄까 미끄덩한 것들 사이에서 눈을 질끈 감으며 끓임 없이 수행하는 부지런한 노력과 연구의 결과이고 종종 다이소에 등장하는 ‘신묘한’ 물건들을 살펴보면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마치면서,


 나의 동력을 사용하기 위한 의지는 때때로 발현되지 않고, 다만 위와 같은 몇 가지 작은 변화로 수북하게 쌓이는 일이 생기지 않으면서 한 번에 해야 하는 일을 많이 줄여 놓고, 나눠서 틈틈이 부담 없이 해결가능한 상태를 만들어 놓는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힘든 일을 나누는 것이 설거지에서도 통했다. 있는 것들의 활용도를 높였다는 것도 잘한 일 중의 하나다. 이것들이 나의 방법인데 다른 집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종합판단 후 선택이 있을 뿐.


 따뜻한 물에 손을 맞기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지.

 설거지를 마치면 욕실에서 따뜻한 물로 비누칠을 해서 손을 씻고 잘 말린다.


참, 설겆이가 아니라 설거지라고 한다.


설거지의 다사다난함 (06.10)

https://brunch.co.kr/@bluetable/237


작은 변화

- 부엌 근처에 식기 건조공간 마련 -> 싱크대 넓게 사용

- 세제는 세척할 컵에 풀어서 사용 -> 한 번 양으로 10분 설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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