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편의 요리 생활을 적으면서 브런치를 시작했고, 5년 동안 333개 글을 발행했다. 1년의 공백을 빼고 보통 3-4일에 한 편을 올린 셈이 된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하게 쓰고 싶어서 찾은 재료가 식사였고 이 영역은 역시나 소재가 끊이지 않았다. 매일 반복해서 일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들이면서 즐긴다. 시리얼 같이 가볍고 김장 같이 복합적인 사건들은 계절의 흐름을 따라가며 나이를 먹었고, 지나온 장소 이곳저곳은 식탁에 흔적을 남기며 어우러졌다.
나는 그 사이 안락한 소파에 앉아서 작은 화면을 들여다보며 혼자 속삭이기도 하고 외치기도 한다. 내가 적어 남기는 것은 요리법이거나 식탁에서의 일이거나, 그 과정의 사건으로 무척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일상의 일들인데, 그 무게가 이 무중력 지대에 들어서면 두리뭉실 떠올라 나플거리다가 가볍게 흩어진다, 마치 여름 바다의 수면에 기대 누워있는 것처럼. 그러면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여기에 ’따당‘ 따당 하얀 화면에 따당 엄지손가락 끝으로 ‘따당’ 깜빡이는 커서 앞으로 글자를 찍는 것이다.
가끔은 비밀 레시피가 들어가는데 그건 나만 알아볼 수 있는 것으로 (나 말고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두 명이 있다) 어떤 제스처가 되거나 ‘따당’ 엉뚱한 장면이 되기도 한다. 주기적으로 연재를 하지 않고 꼭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이곳, 잘 정돈된 나의 ‘기억의 식탁‘(셜록, 기억의 궁전)은 이제 허기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충분하게 채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즉흥적이고 단순한 차림으로 좋고 싫은 것을 구분하던 거친 손길을, 이제는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요리조리 다양한 시선에서 맛보고 여유 있게 웃어넘기며 신중함을 기하는 ‘엘레강스’로. 생각하던 질문들을 피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 걸으며 정면에서 답을 찾는 것, 온전한 무게를 지는 것.
나는 몇몇 사람들의 그 문장을 (엘레강스에 대하여) 노트에 적어두었는데, 나만의 정의를 찾아갈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