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에게
2024년 7월 18일
오늘은 나에게
벌써 7월. 여름이 왔다. 나는 요즘 시간과 계절로부터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내 친구가 올여름을 가장 하얗게 보낼 사람이라 할 정도로 집에서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전부다.
어떤 날은 그런 나의 모습이 미치도록 낯설어 좋아하는 향으로 샤워도 오래 해보고 어디 나갈 사람처럼 머리도 빗어보고 좋아하는 옷들을 보고 있기도 한다. 그럼에도 짙은 밤, 어스름한 새벽, 밝은 아침과 노곤한 오후. 그 시간 모두 나와 함께 하길 바라는 존재로 내 여름이 채워진다는 건 매우 거룩하고 귀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면 조금은 마음이 나아진다. 이 진귀한 경험이 내 것인 게 어색하다가도 그래도 그래 고맙다, 내가 인간으로 살며 이리 빠르게 슬프고 빠르게 기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주어.
이 여름을 가장 하얗게 나더라도 지나고 보면 아주 영글어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