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세상에 나온 지 231일째
24년 12월 27일
나의 작은 친구에게
채아야 안녕. 이제 며칠만 지나면 네가 태어난 해가 지나 25년이 된단다. 23년 너를 가지고, 24년에 네가 태어나 참 다사다난했어. 가끔 너가 잠이 들었을 때 사진첩을 열어 지나간 시간들을 넘겨보는데 너 참 많이 컸더라.
고개도 못 가누던 네가 이제는 요상한 개구리 자세를 하며 앞으로 기어가고, 혼자 앉아보려고 용을 쓰고 말을 하기 위해 폭풍 옹알이를 해.
어떤 날은 벌써 잡고 선다, 엄청 잘 기어 다녀서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닌다라는 비슷한 개월수 엄마들의 말을 들으면 초조하고 내가 뭘 해주지 않아서 네가 조금 늦나 싶을 때도 있어. 그럴 때 나는 내가 무수히 찍어놓은 지나간 너의 영상과 사진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어. 그걸 보고 있으면 너 정말 많이 성장했거든..
너는 너만의 속도가 있지 않겠니. 있잖아 나는, 세상을 살며 나만의 속도를 인정하는 게 참 쉽지 않았었거든. 누구는 벌써 취업을 했네. 누구는 벌써 얼마를 모았네. 근데, 내가 조금 더 살아보니 그건 내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는 거였다는 걸 알게 되었어. 그걸 아는 내가 또 너를 주변 속도에 맞추려고 할 뻔했다니.. 괜스레 미안해지더라.
그래놓고 미숙한 나는 같은 개월수 발달사항을 또다시 정독하고 있겠지만 한 가지 약속할 건 차분히 기다려줄게.
지금 이 일기를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너는 네발기기 자세를 한 채로 엉덩이를 앞뒤로 왔다 갔다 열심히 하고 있단다. 너 스스로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거겠지.
고맙다. 내게 와 내가 좀 더 인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또 올 한 해 크느라 무던히 애써주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