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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25일

네가 세상에 나온 지 319일째 되는 날

by 미상


2025년 3월 25일

나의 작은 친구에게


채아야 너가 3월 신입생으로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지 벌써 2주가 되었어. 너는 이제 10개월인데, 맞벌이를 하는 우리 사이에 태어나 조금은 고단하게 되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너는 첫날에만 조금 울고 그 이후는 나와 떨어져서도 어린이집에서 잘 놀더라.


선생님이 그러셔. 어머님 채아 데리고 여기저기 멀리 많이 다니셨나봐. 채아는 탐구하고 몸으로 움직이는 행동반경이 넓고 낯선 환경인데도 적응을 잘해요.


근데 그 말이 나는 다행이면서도 이상하게 아리더라. 너는 무슨 10개월짜리가 낯선 환경에 적응을 하고 그러니. 좀 울어도 당연했을 건데 너는 나 없는 그곳을 웃으면서 잘만 들어가더라. 그걸 네 아빠에게 말했더니 다행이네.. 하더라. 그래, 우리가 낯 가리지 말라고 그렇게 키운 거니까. 너는 사실 백일 때부터 두 달간 낯을 많이 가렸거든. 근데 뭘 또 그렇게까지 우리가 의도한 대로 되었니.


무섭다. 우리의 언어와 행동이 너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일지. 정신 차리고 더 좋은 것만 더 아름다운 것만 경험하게 해 줘야지 했어.


채아야 너는 우리에게 모든 것이 처음이라 조금 불리하기도 조금 운이 좋기도 한 아기야. 우리의 서툼이 너에게는 조금 힘들기도, 우리의 처음이 너의 모든 것에 반응하기도 할 테니 말이야.


우리 그래도 잘 살아내자! 10개월의 너가 살아갈 환경에 적응하는 것처럼 34살의 내가 37살의 너의 아빠가 그런 너를 보며 배우고 힘내는 것처럼 우리는 앞으로도 끈끈할 거야.


잘 자 채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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