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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nstory Mar 25. 2023

[Life Journal] Intro, 시작

본격적인 내 인생의 시작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상하게도 나는 무언가 답답한 느낌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말로 설명하기 굉장히 어려운데, 무언가에 억눌리고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이 드는 그런... 공허하면서도 답답한... 느낌이었다. 마음대로 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하기 전에 뭔가 걸리는 것들이 많은 느낌.... 그리고 그 느낌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었다.


인생의 첫 번째 반환점


어렸을 때의 느낌이지만 아직까지 그 느낌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마치 이 답답한 느낌을 해결해 줄 것 같은 기회 가 찾아왔다. 완벽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혼자 미국 유학을 갈 수 있었던 기회였다. 그리고 나는 이 기회를 잡았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간다는 생각은 누나 (내겐 누나와 여동생이 있다)로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미국으로 가기 3년 전, 누나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중에 들었지만 친구가 간다고 하길래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겠다고 부모님께 얘기했고, 부모님은 흔쾌히 보내주셨다. (그때 당시 어린 나이의 눈으로는 그랬다) 어린 나이였기에 나는 그냥 '아 미국에 가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유학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더 나아가 외국이라는 곳에서 혼자 사는 게 어떤 것 인지 하나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 생생히 기억나는 순간 중 하나는 먼저 미국으로 간 누나가 혼자 아이팟을 산다는 소식을 전화로 접했을 때이다. 


아버지께서 열심히 일하신 덕분에, 나는 나름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 생각해 보면, 먹고 싶은 것 도, 갖고 싶은 것 도 나름 다 가졌던 것 같다. 친구들 사이에선 나름 잘 사는 집이라는 소문도 있었으나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부족함은 없이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국에서 누나가 아이팟을 샀다는 소식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누나가 혼자 아이팟을 산다고? 혼자 그런 거를 사러 갔다고?' , '그래도 되는 건가?'였다. 그 일이 있고 난 이후, 이상하게도 누나의 모든 미국 생활이 너무 자유로워 보였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찾는 답답함을 해결할 수 있는 무언가가 미국 생활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누나의 유학생활에 점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나도 미국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던 것 같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때부터 부모님께 나 또한 미국을 가겠다고 말을 하였고, 미국에 가서 공부를 해야 하는 장황하고도 거창한 이유 들을 생각 나는 대로 막 말하기 시작했다. 그땐 어떤 의미인지 알지도 못하고 알아야겠다는 관심도 없었던 글로벌 시대에 대한 내용부터 더 넓은 세상, 새로운 경험, 기타 등등 많은 사유를 열심히 찾아보며 보내 달라고 했었다. 물론 마음속으로 '가서 열심히 공부해야지'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던 것 같다. 


우리 가족은 미국에 친척이 있거나 하지 않았다. 미국에 사는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누나가 처음으로 혼자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부모님은 누나를 홀로 유학 보내면서 얼마나 많은 걱정을 하셨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나까지 유학을 보내려고 하시니 아마 배로 걱정을 하셨을 것이다. 누난 공부라도 잘했지, 나는 그동안 공부로서 보여준 게 하나도 없었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누나가 미국에서 다니던 고등학교 주변에 있는 영어 교육 학원 (Language School)에 다니며 한 달간 미국 생활을 해보고 결정하는 것으로 부모님께 조건부 동의를 받았고, 나는 드디어 미국행 비행기에 혼자 몸을 실었다. 홀로 공항에서 출국심사를 거쳐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떠난다는 사실에 엄청 설레었었다. 출국심사를 하러 공항에 들어간 순간부터는, 부모님은 계시지 않고 앞으로 펼쳐질 모든 것을 내가 주체가 되어 결정하고 행동해야 했다. 영어를 잘하지도 않았어서 미국에 도착하게 되면 대화가 통하지도 않을 것이었지만, 그대로 두려운 마음은 하나도 없이 매우 설레었었다. 


부모님께 조건부 동의를 받고 한 달을 살아보러 처음 미국에 가는 것 이였으나, 사실 마음속으론 가기 전부터 '한 달간 살아봤더니 너무 나랑 잘 맞는다고 얘기해야지'라고 이미 가기 전부터 답을 정해 두었다.


이렇게 생각 없고 철 없이 미국으로 떠나게 된 순간이, 지금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내린 가장 현명하고, 최고의 선택이었으며, 가장 큰 인생의 반환점이 되었다.




다음 화인 Ch.1 은 미국에서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내용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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