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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nstory Apr 03. 2023

[Life Journal] CH1.난 갱단이 아니야

드디어 미국으로 출발

이전에 언급하였지만, 나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물론 영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부모님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해외여행을 비교적 많이 다녔고, 국제 학생 교류 프로그램 경험도 있었던 터라 외국인을 만난다 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지만, 영어는 정말 못했다. 하지만 미국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나는 언어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은 하나도 없었고, 새로움의 시작이라는 설렘이 가득 차 있었다. 


< 인천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


홀로 떠나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부치고, 비행기 티켓을 받았다. 부모님은 수많은 걱정을 하시며 계속해서 이것저것 체크하셨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 나는 걱정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 단지 빨리 출국심사 후 비행기 탑승을 위한 게이트로 가고 싶었다. 누나가 처음 유학을 갈 때에, 우리 가족은 다 같이 공항에 누나를 배웅하러 갔었는데, 그때가 생각났다. 


누나가 유학을 떠날 당시 나는 굉장히 어렸다. 누나가 나보다 더 큰 방을 썼었는데, 누나가 미국에 가면 이제 그 방이 내 방이 되겠구나 하고 좋아했었다. 그때당시 누나는 출국 심사를 위해 들어가면서 울었다. 그때 뭔가 서럽게 우는 것처럼 보였는데, 신기했다. 아버지는 눈물을 참고 계신 것 같았는데 누나가 우는 모습을 보고 결국 우셨다. 이때 아버지가 우시는 모습을 난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부모님과 떨어져 공부를 하러 가기 위해 홀로 집을 떠나는 모습,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울던 모습을 보며 나는 슬프고 마음 아픈 감정보다는 '오 신기하다...'라는 생각만 했었던 것 같다.


내가 처음 유학을 가기 위해 떠나는 날 공항에서 나는 울지 않았다. (부모님이 우시는 모습도 보지 못했는데, 나중에 어머니 말로는 아버지가 집에 가시는 길에 눈물을 흘리셨다고 했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다는 생각을 할 자리도 없을 만큼 설렘에 가득 차 있었다. 나는 탑승 게이트까지 걸어가면서 계속 혼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최대한 성숙한 척을 했던 것 같지만 아마 제삼자의 시선에선 어린아이가 혼자 웃으면서 공항을 걸어 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혼자 다니는 공항, 혼자 타는 비행기, 홀로 서있는 입국심사 대기 줄, 등등 모든 게 그냥 재미있었고 모험 같았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체포된 나


약 12시간의 비행 끝에, 드디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다. 나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환승하여 내가 갈 학교가 있는 작은 도시로 가야 했다.


< 샌프란시스코 전경 >
< 그 유명한 금문교 >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서 입국 심사를 기다리기 위해 줄을 서 있을 때에도 두려움은 하나도 없었다. 빨리 환승을 하고 미국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내 차례가 왔고 드디어 입국 심사를 하게 되었다. 미국의 입국심사 질문은 까다롭기로 유명해서 혹시나 통과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라는 마음도 조금 있었지만 마치 처음이 아닌 척, 태연한 척하고 있었다. 내게도 이것저것 질문을 하였는데 사실 머릿속에는 '오 미국경찰이다' 하며 신기해하기만 했다. 물론 대답을 잘 하진 못하고 내가 아는 영어로 열심히 설명했다. "I'm going school" 정도의 수준 이었던 것 같다. 가족관계, 학교, 지낼 곳 등 여러 가지 질문을 한 뒤 알 수 없는 종이에 빨간 도장을 찍어주더니 가라고 했다. '뭐야 입국 심사도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에 환승게이트로 걸어가는 도중에 도장을 확인하는 경찰이 내 서류를 확인하더니 나는 저 끝에 있는 곳으로 가야 된다고 안내했다. '이런 것까지 잘 알아듣다니 영어 소통에 큰 문제는 없겠는걸' 생각하며 안내해 준 곳으로 걸어갔는데 그곳에 도착하고 정말 깜짝 놀랐다. 


미국 형사, 경찰 관련된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던 장면이 펼쳐졌다. 하얀색 러닝만 입은, 팔은 문신으로 가득한 멕시코 아저씨들이 쭉 앉아있었고 (한 그룹이었던 것 같다), 영화에서만 보던 1대 1 취조실, 정장을 입은 요원 같은 아저씨들, 그리고 수염과 함께 배 나온 영화에서 도넛 먹는 모습으로 자주 출연하는 경찰 아저씨 등 모두 그곳에 있었다. 한 경찰 아저씨가 날 발견하고는 손짓으로 오라고 해서 앞으로 갔더니 여권과 비행기티켓 등을 제출하라고 했고 여권을 드리자 저기 앉아서 기다리라고 했다. 내 옆에 앉아 있던 아저씨는 수염이 덥수룩하고 손등까지 문신이 있던 굉장히 거대한 아저씨였다. 그리고 내가 타야 할 비행기는 약 3시간 뒤 출발이었다. 홀로 한국을 떠나 처음으로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 내가 갔을 때 앉아있던 분들은 이런 스타일이었다 >


뭐지... 뭔가 잘못된 건가... 나 테러범으로 오해하나... 내가 뭐 잘못했나... 난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사람 같은데 왜 여기 있지... 등등 약 1시간 30분을 험상궂은 사람들 사이에서 기다리며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던 것 같다.


비행기를 놓칠 것 같은 불안감이 점점 커지자 나는 용기를 냈다. 한 경찰 아저씨에게 가서 내가 아는 모든 영어 단어, 그리고 몸짓을 하며 "난 타야 하는 비행기가 있는데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요"라는 내용을 열심히 설명했다. 다행히 내 설명을 알아들었는지, 다시 내 여권과 티켓, 그리고 비자 서류 등을 확인하였다. 그때 당시 내겐 누나의 미국 휴대폰 전화번호 가 적혀있는 노트가 있었는데 그 전화번호를 보여주며 "My sister number, call her"이라고 말했고, 경찰 2명이서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를 하더니 그 번호로 전화를 했다. 


전화가 길어질수록 나는 점점 더 불안해하고 있었는데 전화를 하던 경찰이 "Okay"라고 하더니 내게 전화를 바꿔줬다. 반가운 누나의 목소리였다. 누나는 내게 "괜찮아 이제 보내줄 거야 가서 잘 비행기 타"라고 말했다. 얼마나 안심이 되었는지 모른다. 갑자기 경찰은 내게 친절하게 대해주며 비행기를 탑승해야 하는 곳으로 가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무서워 보이는 하얀 러닝의 아저씨들에게 혼자 작별 인사를 하고 그 공간을 나오면서 '역시... 모험 같아... 재밌어'라고 생각했다.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런 두려움조차 즐거웠던 것 같다.



(입국 심사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곳에 가게 되었는지 아직 잘 모른다. 이유를 내게 직접 말해주었으나 내가 못 알아들어서 모를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도 왜 어린 학생이었던 나를 그곳에 보냈는지는 전혀 짐작 가는 바가 없다)



내가 탑승해야 할 비행기는 굉장히 작은 비행기였다. (경비행기 수준이었던 것 같다)

< 이 정도 크기의 비행기였다 >

그동안 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때에는 탑승구에서 비행기로 바로 연결되는 통로를 통해 탑승했는데, 이번엔 그게 아니었다. 광활한 활주로 밖으로 걸어 나가니 저 멀리 작은 경비행기가 한대 주차되어 있었다. 이거... 괜찮은 거겠지?라고 생각하며 작은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비행기 날개에 프로펠러가 달려 있는 비행기를 타보는 것은 또 처음이었다. '역시... 모험은 재밌어...'


다행히 상상 속의 사고는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드디어 최종 도착지인 시골 마을에 도착했다. 


제2의 고향과 같이 느껴지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본격적인 내 미국생활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Ch.1 은 미국에서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내용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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