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이 하는 것을 똑같이 따라하는 학생이 있다. 학생은 스승의 언어와 행동 모두를 자신도 모르게 닮아가게 된다. 좋은 것도 닮고 나쁜 것도 닮게 된다. 스승의 좋은 것들은 자신의 실력과 인격과 품격이 될 것이고, 나쁜 언행들을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발전시키지 못하게 하는 습관으로 답습될 것이다. 이처럼 관계에서는 좋은 인격도 닮아가지만, 나쁜 품성도 자신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된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관계인 집단에서 좋은 점을 취하고 개발하면 개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지만, 모여 있는 전체가 소속되어 있는 집단은 바뀌지 않는 경우가 있다. 어쩌면 개인의 노력과는 별계로 집단 문화의 체계가 변화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단의 변화는 개개인 모두의 인식과 합의된 목표, 노력이 있어야 변화 가능하다 라는 생각을 한다.
중학교에서 선생님들에게 매번 욕을 하는 학생이 있었다. 그러던 중 그 학생이 한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그 선생님은 그 학생에게 말하셨다. ‘이 상황은 니가 욕을 할 상황은 아니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학생은 계속 욕을 했고 결국 교무실까지 가게 되었다. 그 선생님은 그 학생의 어머니와 면담을 하였고, 어머님께 아이 일로 학교에 온 것에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며, 그 일에 대해 아이에 대해 실망하거나 화를 내시지 말하고 하면서 아이와의 면담에 어머님도 있어주시길 부탁드렸다.
그렇게 이루어진 면담에서 어머니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눈물을 보였고, 그 눈물을 본 아이는 그 때부터 욕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선생님은 그 아이의 마음속에 있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보게 되면서, 그 아이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궁금해 하게 되면서 그 아이에 대한 이해가 시작되었다. 그 이후로 그 아이에 대한 선생님의 시각-선생님들께 욕을 했던 아이가 부모의 진심을 볼 줄 알고 변화하는 행동-은 달라졌다.
그러면서부터 선생님은 아이에게 ‘너 학교 오는거 힘들지?’ 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그 말은 들은 그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얘기를 하다보니 그 아이의 어머니는 따뜻한 분인신데, 그 아이의 아버지가 매우 엄격하고 통제적인 사람이었다. 그 아이가 하는 욕과 얼굴이 그려져 있는 분노는 아버지와의 갈등을 표현한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준 선생님과의 관계 이후 그 아이는 학교에서 더 이상 선생님들께 욕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 두 사례의 관계-집단과 개인, 선생님과 학생, 아버지와 아들-속에 있는 공통점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 공통점은 개인과 집단이라는 점이었다. 스승과 스승을 따르는 제자들, 선생님과 학생, 부모와 자녀 등 모든 것이 관계로 이루어진 집단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개인의 변화가 집단의 변화까지 일으키지는 못할지라도, 개인의 성장과 변화가 집단 안에서 이루어지며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의 기저에 있는 변화의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믿음인 것 같다. 스승에 대한 믿음으로 학생은 스승의 좋은 점을 습득하여 자신의 능력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고, 어머니의 눈물을 본 아이는 어머니의 진심을 믿으면서 변화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 변화의 모습을 지켜본 선생님은 아이의 행동 이면에 있는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신뢰가 있음을 보며 아이의 변화 가능성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프로이드의 심리 사회적 발달 이론에서 1~2세까지의 발단 단계에서 획득해야 할 것을 신뢰감 혹은 불신감이라고 말한다. 이 시기의 신뢰는 자신에 대한, 자신을 보살펴주는 대상인 주양육자에 대한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믿음을 말한다. 이 시기의 신뢰와 불신은 무의식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지내다가, 어떠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 사람인지를 우리는 알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미루어 보았을 때 이 학생의 1~2살 때의 경험은 어머니와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신뢰감이 형성되었을 수 있으며, 그 신뢰감을 통제적이고 억압적인 아버지라는 환경 아래에서 잊고 지냈다가 아버지와 같이 자신의 지붕이 되는 존재인 선생님을 통해, 자신에 대한 신뢰감, 대상에 대한 신뢰감, 세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신뢰는 자신의 타인 그리고 상황에 대한 조절력과 판단력으로까지 발달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된다.
이렇듯 신뢰와 불신에 대한 부분은 우리 인생의 기저가 되며, 우리의 일생에 많은 영향력을 가진다. 그리고 더 희망적인 것은 신뢰는 어린 시절 형성되면 사실 제일 좋지만, 커서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서도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포기만 하지 않으면, 변화하겠다 라는 의지와 훈련을 할 각오만 있다면 언제든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뇌의 가소성(Plasticity,可塑性): 뇌의 신경회로가 외부의 자극, 경험, 학습에 의해 구조, 기능적으로 변화하고 재조직화되는 현상)과도 연결되는 개념이며, 뇌가 학습이나 훈련에 의해 발전될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심리와 마음도 학습이나 훈련에 의해 발전될 수 있음을 알게 해주는 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