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rgen Oct 29. 2022

조선과 서양의 풍속화, 시대의 거울

<조선과 서양의 풍속화, 시대의 거울>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글은 책의 머리말이 됩니다.

출간된 책에는 30편의 글이 수록되었습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8183074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1952175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641740 


‘조선과 서양의 풍속화'를 비교합니다. 이건 틀린 말이지요? '동양과 서양' 또는 ‘조선과 네덜란드’ ‘조선과 스페인’ 이런 식의 제목으로 많은 고민끝에 '조선과 서양'으로 씁니다. '동양'이라하면 중국의 산수 인물화가 많고, 조선에서 중국의 화첩을 보고 중국풍의 그림을 많이 그렸기 때문이죠. 일본의 우키요에는 유럽에 자포니즘 선풍을 일으켰고요. 중국과 일본의 그림을 빼고 '동양'이란 말을 쓸 수는 없습니다. 서양의 풍속화는 유럽의 여러 나라 작품들이 모여있습니다. 어느 나라를 특정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사정으로 동서양의 비교가 '조선과 서양'의 비교가 되었습니다.

서양 화가들 소개글은 매 회 마다 올리고, 조선 화원의 소개글은 작품 몇 가지를 본 후에 올립니다. 조선과 서양의 풍속화 연대기가 같으면 좋겠지만 그림에 따라 서로 시간차가 있습니다. 제목이 비슷한 그림, 화면이 닮은 그림, 이미지는 다르나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비슷한 그림을 모았습니다.

잊혀지는 옛 이야기들, 한국전쟁 후까지도 남아있던 우리들 삶의 모습들을 소환했습니다. 눈으로 본 사람이 전하지 않으면 그 모습이 파묻힐 것같은 안타까움이 큽니다. 물론 저는 조선시대에 없었지요. 조선의 풍습이 남아있던 시대에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할아버지가 나뭇개비를 황이 담긴 그릇에 콕콕 찍어내며 성냥을 만드실 때 옆에 앉아 황냄새를 맡았습니다. 다섯 살 무렵에 할머니는 저 시집갈 때 가져가라고 길쌈한 실꾸리와 천을 남겨주셨습니다. 시집갈 때는 그것들이 반짓고리 속에 갇힌 채 다 삭았더군요. 어릴적 남자친구들은 소에게 꼴을 먹이려 소끌고 풀밭을 옮겨 다녔습니다. 여자 친구들은 바구니 들고 나물캐러 다녔습니다. 조선 풍속화의 여러 장면들이 수 백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마치 나의 옛 사진처럼 다가왔습니다.

서양의 옛 풍속에는 깜깜합니다. '사람 사는 모습이 뭐 그리 다를까'하는 생각으로 서양인들의 풍속화를 찾아봤습니다. 조선과 비슷한 그림이 많아서 '그렇지, 사람들은 다 이렇게 사는 거지.'하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아니,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지?'하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조선과 서양의 풍속화를 살펴보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따라가는 일도 중요하고, 잊혀지고 파묻히는 시간을 돌아보는 일도 중요합니다. 유년의 기억을 징검다리 삼아 조선시대로 건너가 봤습니다. 보폭을 넓혀 그 시대의 서양까지 돌아봤습니다. 과거는 과거시대의 현재였고, 현재는 과거의 미래였습니다. 현재는 미래의 과거가 될 것입니다. 미래는 미래시대의 현재가 될 것입니다. 그러한 연결고리 속에서 서로 다른 시대에 대한 낯섦과 익숙함을 살펴봤습니다.


배추밭 무밭의 샛노란 장다리꽃 위에서 춤추는 나비를 쫓아다녀 본 적이 없는 손주들에게 할머니의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조선과 서양의 풍속화, 시대의 거울>이 시간의 흐름을 타고 “옛날 옛날에 ~”로 시작하는 이야기로 남기를 바랍니다. 호랑이가 담배피우고 여우가 말을 하던 이야기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로 남으면 좋겠습니다.


2023년 따뜻한 봄날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