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모교 앞길을 오갔다.
그날이 그리워서였는지도 모른다. 언제쯤이었을까 학교를 졸업한지가. 세월은 흘러흘러 2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나는 추억속에 머물고 있다.
나는 하얀 실내화 한 켤레가 가지런히 들어있는 신발 가방을 들고 학교로 뛰어가는 것을 좋아했다. 그 나이 또래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그리웠을법도 하지만, 내겐 선생님을 보는 것이 큰 행복이었다. 우리반 선생님은 깡마른 몸에 뽀얀 피부를 가지고 계셨고, 동그란 단발머리에 항상 미소를 띄고 계셨다.
선생님은 우리반 아이들을 너무 이뻐하셨다. 매일 아침 한 명씩 머리 쓰다듬으며 웃어주셨고 재미있는 얘기도 자주 해주셨다. 때로는 반 내에서 다툼이 있거나 싸움이 일어났을 때는 엄하게 혼내기도 하셨지만, 이 또한 우리를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던 우리였다.
선생님은 종이접기를 잘 하셨다. 뼈 마디가 드러난 얇은 손으로 요목조목 종이를 잘 접으셨고, 그녀의 가녀린 손에서는 매일같이 새로운 예술품이 탄생했다. 놀라웠다. 세모 네모만 접을 줄 알던 우리는 어느새 장미 꽃 한 송이를 접을 수 있는 똑똑이가 되었고, 우리반은 알록달록한 색종이들로 물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은 칠판 앞에 서서 크게 기침을 하시고선 진지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여러분, 오늘은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할거에요."
힘이 들어간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왠지 모를 긴장감이 흘렀다.
"오늘부터 '통일'이라는 주제로 우리반 모두가 색종이를 접어 대회에 참가할거에요. 한 명도 빠짐없이 형형색색의 종이를 활용해 태극기 문양을 만들거고, 이 한반도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작품을 하나 만들어볼 거예요."
일단 무슨말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선생님이 하자면 하고 싶었다. 그녀에겐 이유 없는 행동은 없다는 것을 우리반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거듭된 종이접기 연습으로 꽤나 자신감이 생겼었고, 친구들과 함께 한다면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로부터 우린 대왕 색종이 작품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첫 문장 출처: 봄이다 살아보자 / 나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