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티 Oct 25. 2024

집 가고 있는데, 말도 안되는 일이 생겼다.



도심 한복한을 걷다가 털이 북실북실한 거대한 고릴라를 마주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와, 그런데 이 기이한 일이 내게도 생겼다고?

도저히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장을 보고 서둘러 집으로 향하던 중 저 멀리서 쿵 하고 소리가 났다.

노이즈캔슬이 되는 에어팟을 깊게 꽂고 있음에도 알 수 있는 묵직한 굉음이었다.

무슨 소리지? 하며 왼쪽으로 고개를 획 돌리던 그때 비명소리가 들렸다.


"꺄악!!!"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몸집의 고릴라가 이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그 중 가장 가까이에 서있던 3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까무라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녀가 신고 있던 핑크색 구두는 날라가버린지 오래고, 필사적으로 앞만 보고 달렸다.
비명소리와 함께 큰 몸집의 고릴라를 발견한 거리 위의 사람들 역시 혼비백산이 되어 냅다 반대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거리엔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내팽겨쳐졌고, 주행하던 차들 역시 급정거하며 차를 세웠다.


슬로우모션으로 그려지던 그 광경을 보며, 무섭기도 했지만 궁금하기도 했다.

이 요상한 나의 궁금증이 여기서도 발동을 하다니 참 나답다 생각했지만, 고릴라의 표정을 살피니 차마 뛸 수 없었다.

몸집이 훨씬 거대했고, 시커먼 털로 뒤덮여있었고, 큼큼한 냄새도 풍기는 그였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의 양 볼엔 미세한 보조개가 패여 있었고, 눈꼬리는 한참을 아래로 향해 있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이나있는듯 했다. 두려움에 질린 사람들을 보고 뭐가 저리도 재미있을까?

악당이 득실한 영화 한편을 찍기라도 한 듯 들떠 있는걸까? 아니면 자기를 보고 치를 떠는 사람들을 놀리는 것이 재밌던걸까?


그러다 그 때, 정신이 홀린 듯 뛰어다녔던 어르신 한 분이 큰 소리를 내며 고꾸라지고 말았다. 







첫 문장 출처: 픽사 스토리텔링 / 매튜 룬

이전 19화 엄마, 살아도 괜찮은 세상일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