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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60에 혼자가 되게 생겼다(1)

나는 주말부부가 싫다.

59세가 맞을까?

정부에서 내 나이 한 살을 가져갔으니 59세라고 해야 맞을 거다.


올 3월까지 우리 집은 대개의 가정이 그렇듯이

나, 동갑내기 남편, 성인이 된 딸, 아들 이렇게 네 식구가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성수동으로 출퇴근하는 둘째가 작년 겨울부터 독립을 부르짖고 있어서 5월엔 둘째를 독립시켜야겠다고 맘먹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2월 말에 남편이 부산으로 발령이 났다. 3월 2일부터 부산 출근이라 2월 마지막 날에 부산으로 짐과 함께 가버렸다. "부산으로 갔다"라는 표현이 맞겠지만 내 마음은 "가버렸다"로 느껴졌다.


나는 주말부부가 싫다.


난 주말부부가 싫어!!!라고 소리를 지르니 언니가 눈을 흘겼다.

3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하다는 주말부부, 나는 싫다.

정확하게 말하면 혼자 남겨지는 것이 싫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남겨진 것 같아 싫었다.


그리고 5월, 딸아이가 갑작스럽게 서울로 출퇴근을 하게 됐다.

기질적으로 몸이 좀 약하고 기력이 달리는 딸에게 3시간이 넘는 출퇴근 시간은 고역이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해야 했고 6시에 퇴근해서 집에 오면 빨라야 8시가 다 됐다.

게다가 지친 몸으로 앉지도 못하고 줄곧 지하철에서 서서 오는 바람에 집에 오면 녹초가 되곤 했다. 보고 있자니 내 속이 타들어 갔다. 아들인 둘째는 그럭저럭 체력으로 버티고 있었지만 딸은 너무도 힘들어했다. 

퇴근할 때마다 반쪽이 돼서 돌아오는 딸을 보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딸을 회사 근처로 내보내야겠다고 생각했고 딸도 그러고 싶어 했다. 결정이 난 이상 하루라도 망설일 이유가 없어서 부리나케 서울을 오가며 오피스텔을 구했고 5월 5일에 딸이 독립했다. 

남편이 부산으로 가고 28세 딸을 내보내고 나니 아들과 둘이 남게 됐다.

5월에 독립하기로 예정됐던 아들은 얼결에 남게 됐고 남편과 딸이 먼저 각자의 공간으로 가게 되자 나는 정말 심각한 문제에 맞닥뜨렸다.


나는 사실 겁이 많은 사람이다.

나이만 먹어서 60살이지 거의 어린애와 같은 공포증을 갖고 있다.

천둥 번개를 무서워해서 천둥번개가 심하게 치는 날이면 밤새 귀를 막고 한숨도 못 잔다.

또한 작은 소리에도 펄쩍 놀라고 아직도 악몽에 시달리는 날이 있어서 혼자서는 편하게 잠을 자지 못한다. 

누군가 들으면 "에이, 어른이 장난하나"라고 하며 웃어넘길 엄살로 생각한다.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내게는 아주 심각한 문제이다.


아무래도 혼자서 이 집에 사는 것은 생각만 해도 악몽이라 둘째를 붙잡았다.

퇴근한 둘째에게 독립을 1년만 미뤄달라고 어렵사리 말을 꺼내자 둘째가 펄쩍 뛰었다.

원래는 자기가 나가기로 했는데 누나가 먼저 나갔으니 펄쩍 뛸 만도 하다.

항상 엄마는 누나 편의는 봐주고 자기의 요구는 건성으로 들었다며 억울하다고 성을 냈다.

자식이지만 펄쩍 뛰는 그 모습에 섭섭했다.

조용히 아들방을 나오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둘째는 그저 엄마가 혼자 있기 힘드니 자기를 잡는 거라고 생각했을 뿐

엄마의 이 뿌리 깊은 공포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일산에서 성수동까지 출퇴근은 아무리 혈기 왕성한 26세의 젊은이라도 힘들 것이다.

둘째는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며 회사 근처로 나가야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마음을 다 잡아도 혼자서는 이 넓은 공간이 감당이 되지를 않았다.

도저히 혼자는 단 하루 밤도 지내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좀 더 둘째를 설득해 보기로 맘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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