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이야기,귀가 열리면 입을 열어줘야 한다(2)

초등 4학년 성적이 평생 간다는데,

초등학교 4학년부터 학습이 어려워지는 진짜 이유


초등 4학년 성적이 평생 성적을 좌우한다라는 말이 있고 그와 비슷한 내용의 책도 있다. 그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초등 4학년부터 학습이 어려워지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초등 4학년 교과서의 목차를 유심히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학년 사회교과서만 봐도 1단원부터 어려운 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지도에 대해 배우는데 축척, 등고선 등의 어휘들이 나오고 지역사회, 국민. 의회, 지방자치 등등의 이해하기 어려운 어휘들이 나온다. 이런 어휘들은 이른바 개념어로써 어휘의 개념을 이해해야만 하는 단어들이다. 사회 과목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과학 수학 모두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이 이런 어휘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어릴 적부터 사회과학 도서를 읽혀야 한다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쉬운일은 아니다. 그 어휘들은 4학년이 배우기엔 낯설고 어려운 단어인데 그 어휘들이 나오는 책들을 미리미리 읽어두는 것이 그 어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물론 지적 수준이 높은 아이들에게는 해당될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의 학생들은 책 수준이 너무 높거나 어려우면 읽기 자체를 싫어해서 이런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이런 개념어들의 특징은 그 어휘들이 일상생활에 등장하지 않아서 낯설다는 데 있다. 평소에 쓰지 않던 말들을 학교 교과서에서 처음 만나니 어려운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이런 어려운 어휘들을 익숙하게 해 준다면 고학년이 되면서 어려워가는 학습에 대한 고민을 좀 더 줄일 수 있는데 그런 어휘를 일상 속에서 말로 녹여주면 아이가 받아들이기에 한결 수월해진다.





펜데믹, 자가격리, 백신, 면역력



이 말들은 코로나를 겪으며 모든 사람들이 뉴스를 통해서 거의 매일 듣고 있는 어휘들이다. 어른들은 물론 초등학교 3학년 정도만 돼도 저 어휘들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럼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저런 어휘를 책을 읽어서 알게 됐는가? 아니다. 티브이에서 정은경 본부장의 브리핑을 통해, 그리고 뉴스의 앵커들을 통해, 그걸 들은 엄마 아빠의 걱정스러운 대화를 통해서 아이들은 하루에도 여러 번 저런 어휘를 듣게 됐다. 자신의 학교에 확진자가 나오는 경험을 하게 되면 위의 단어들은 아이의 생활 속으로 확 들어온다. 아이는 " 어제 3학년 3반에서 확진자가 나왔대요. 그래서 우리 학교는 모두 원격수업을 하고 확진자가 나온 반은 선별검사를 통해 자가격리를 해야 한대요"라는 말을 할 수 있다. 확진, 원격, 선별검사, 자가격리, 등등의 말이 아이의 말 안에 다 들어 있다. 만약에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다면 저런 어휘들이 이토록 익숙하게 생활 속에 등장하지는 않았을 거고 아이들이 저런 어휘를 나중에 책에서 만나게 된다면 무척이나 생경해서 그 개념 설명을 들으며 이해해야 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쓰지 않는 어휘들이 생경하고 어렵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다시 초등학교 4학년 학습으로 돌아가 보자. 초등학교 4학년에 나오는 사회과학 용어들은 실생활에 나오는 어휘들이 아니고 책이나 학습을 위해서만 만나는 어휘들이라 아이들은 그게 어렵다. 만약 저런 어휘들을 일상의 대화 속에서 녹여낼 수 있다면 아이들은 보다 훨씬 쉽게 4학년을 보낼 수 있다. 아이들에게 신문 사설을 읽히라는 교육전문가도 있는데 그 말은 실천을 하기엔 어려워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왜냐면 신문 사설에는 일상생활 속에서는 잘 쓰지 않는 저런 어휘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이들은 사설을 읽지도 않을뿐더러 읽어도 뜻을 모른다는 것인데 그럴 때는 엄마가 그 어휘들을 일상에서 녹여주면 된다. 예를 들어 4년에 한 번씩 하는 선거의 경우 아이들에게 한 두 번 그 어휘를 대화에서 녹여준다고 생각해보자. 투표를 하기 전부터 뉴스에서는 후보나 공약 관련 뉴스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이와 뉴스를 같이 보거나 엄마가 뉴스를 얘기해줘도 된다."이번에 우리 지역에 국회의원 후보로 누구누구가 나오는데 엄마는 그중에 지역사회 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 거야" 또는 지자체 선거가 있을 때는 "우리 동네 시의원들을 잘 뽑아야 해, 왜냐면 지방자치제도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본이기 때문이지" 등등의 대화를 시도해보며 아이와 말을 해 볼 수 있다. 물론 누가 저런 말을 일상에서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어색하고 오글거린다. 하지만 그 오글거림을 피하고 한 두 번 만 해줘도 아이는 그 말들이 덜 낯설게 된다. 예전에 둘째랑 길을 걷다가 길가에 시뻘겋게 녹이 슨 철근 가닥을 보고 둘째가 이렇게 물었었다. " 엄마 이거 왜 이렇게 빨개?" 우리 둘째는 뭐든 느리고 이해하는데 오래 걸려서 그때는 내가 작정하고 말을 풀어서 해주던 때였다. "응, 원래는 그냥 철막대 같은 건데 공기 중에 있는 산소랑 만나서 저렇게 오래 있으면 녹이 슬게 돼, 산화됐다고 말해" 물론 매번 이렇게 말해줄 수는 없고 한 번 말했다고 아이가 단번에 이해하지는 못한다. 기회가 될 때마다 얘기해줘야 하고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이해력 빠른 아이들에게는 굳이 엄마가 이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만약에 아이가 또래보다 느리거나 문자가 느려서 독해능력이 좀 부족한 경우엔 엄마가 이 정도의 수고는 할 수 있다.

내 말의 요점은 느린 아이를 엄마가 일일이 설명해줘야 한다는 애기가 아니다. 모르는 말들을 오직 책을 통해서 풀려고 한다면 독해능력이 따르지 않는 아이들은 힘들다. 어느 정도는 일상의 대화에서 녹여내면 학습적인 면에서나 책을 읽고 이해하는 독해능력에서나 훨씬 더 수월하다는 얘기다.





영어, 듣고 말하기가 되면 리딩 레벨은 자연스럽게 오른다.


영어 이야기를 하면서 이토록이나 우리나라 초등 학습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영어도 같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어는 외국어라서 끊임없이 단어를 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정 정도 맞는 말이지만 완전히 맞는 말은 아니다. 우리말이 그렇듯이 영어도 듣고 말을 할 수가 있으면 외워야 할 단어들이 줄어들고, 이해력도 훨씬 높아진다. 귀가 열려서 연따 스피킹을 통해 말하기 연습을 하다 보면 아이들은 기본적인 어휘들을 우리말 해석 없이 이해하게 된다. 겨울왕국을 여러 번 본 아이들은 coronation(대관식) 같은 어려운 어휘들도 들어서 알게 된다. 리딩 레벨 2점대의 베렌스타인 베어즈 60권을 듣다 보면, chase, chores, bully, easter, trick, cub, 등등의 기본 어휘들은 한국말 해석 없이 그냥 알게 된다. 인터넷으로 동화를 듣다 보면 orphan, orphanage처럼 요즘엔 좀 낯선 어휘들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이런 어휘들을 단어장에 우리말 해석까지 해가며 외울 일인가? 그럴 시간에 듣고 말하고 읽다 보면 어휘 암기는 부록처럼 따라온다. 물론 단어를 암기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그것은 귀가 열리고 말도 하고 쉬운 책을 엄청나게 읽고 난 후다. 기본적으로 듣고 말하기가 가능한 후에 단어도 외우고 다른 학습을 시작하는 것이 결국은 흔들리지 않는 영어실력을 갖추는 유일한 길이다. 듣고 말할 수만 있어도 아이는 세계 어디에 가도 생존할 수 있다. 영어는 적어도 듣고 말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읽고 쓰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듣고 말하기 먼저라는 얘기를 나는 하고 있는 것이다.

겨울왕국.jpg 겨울왕국. 아이들이 사랑하는 영화, 네이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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