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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해인 Aug 05. 2022

도로시

뇌와 심장과 용기

안녕 도로시야

커다란 마음을 온통 산산조각 내놓고는

수수깡 같은 파편을 주워

그것을 온통 너라고 여기는 가엾은 도로시야

두 귀를 서걱서걱 자르고는

남몰래 사랑을 속삭이는 도로시야

땅콩이나 씹어대는 옘병할 골칫덩이들에게

가랑이를 내어주는 도로시야

쉽사리 할 수 없는 말을 뱉고는

그 의미를 뒤늦게 망각하는 도로시야

노란 벽돌길 위에서

노래를 불렀던 암야를 기억하니

우리는 삐그덕거리는 구체관절인형

쇄골을 한 입 깨물어

피를 머금은 아가리에서는

싱싱한 딸기향이 나

못난이 코주부 마녀도

주둥이에선 싸구려 딸기향이 나겠지

나의 소원은 그뿐이야

그 향취를 간직하여

청춘이라 명명하는 것

너의 소원은 어때

그냥 이곳에 계속 나랑 있어주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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