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2.01)
‘왜 누군가와는 연애를 할까요? 왜 어떤 이와는 친구 이상이 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걸까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과 사랑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마음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엊저녁 이슬아 작가의 북토크에서 그녀가 물었다. 곱씹을수록 단내가 나는 문장이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정의하기에 적합하진 않지만 좋아하는 이의 테두리를 짓기에 어울리는 의문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사랑에 빠지는 계기라든지, 사랑하는 이유라든지. 상대에게 안착할 때조차 인간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인연이라는 것을 믿을 때도 잦다. 이토록 나약한 사람의 마음이 누군가를 극진히 애정한다는 것에는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재작년 카뮈의 소설을 애정했다. 그는 이토록 부조리한 세상임에도 왜 꾸준히 살아가는 것이냐며 물었다. 그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도 삶은 어찌어찌 잘 흘러갔다. 오늘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 너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어느 한 새벽을 통째로 빌려 이야기할 수 있겠으나 좋아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이유는 쉽게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모든 것에 이유를 둘 의무는 없다. 어떤 이의 태도를 구태여 설명하는 것보다도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편이 더욱 좋다. 그리고 내가 왜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지 그 마음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내 한 손에는 슬아 작가의 산문집이 있고 다른 한 손에는 꽉 잡은 너의 왼손이 있다. 나는 끝내 진심을 표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한다. 문장과 살결이 맞닿는다.
너는 하필 여지껏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