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1.27)
네가 지나온 세상을 나는 모른다.
자랑스럽게 한편으로는 애석하게 서술하는 너의 지난날이
한 폭의 풍경이 되기까지 네가 견뎌내야 했던 계절을 나는 모른다
다만 네 두 눈에는 오늘도 세상이 담겨있고
네 눈으로 세상을 낱낱이 바라보는 것이
그 안에 어느덧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어찌나 벅찬 지 너는 모른다.
너를 좋아하는 감정이 습관이 되지는 않을까
가급적 사랑이라는 단어를 꽁꽁 아껴 두지만
이후 혼자 남겨질 네가 혹여 잠깐이라도 외롭지는 않을까
네 생각을 필요 이상으로 잔뜩 하여
언제라도 좋아한다는 말이 입안에 잔여 한다는 사실을 너는 모른다
네 이름을 부른 만큼 나의 세계는 넓어져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다가도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일지 궁금스러워
네게 뾰족한 질문을 뱉었다
사랑과 온기에는 자격이 있으며
나아가서는 그것이 세상의 진리라며
나는 시시 때때로 그 진리에 엇나가
행복의 윤곽을 정의하는 것이 두렵다며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떠든다
그리고 너는 말한다
규칙 사이 변칙을 포착할 줄 알아야 한다며
소외된 마음이 똘똘 뭉쳐 세상을 이루고
사랑이라 불리는 것도 대뜸 촌스럽고 보잘것없다며
우리는 특별하지 않아도 각별할 수 있다며
세상과 사람을 각별하게 여기는 것은 개인의 역할이라며
그것이 고작 세상이라며
나조차도 품지 못하는 것을 품어보겠다며
나는 난감하여 말이 꼬인다
엉성한 마음을 내뱉은 것이 창피하여
술에 잔뜩 취한 척 딴 얘기를 늘어놓는다
너는 웃는다
엎드려 곤히 자는 척을 하는 나를
품에 끌어안은 채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다
우리는 어쩌면 서로를 모른다
다만 사랑이라는 감정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