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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해인 Mar 02. 2024

지워진 문장만큼 어른이 되어

(24.03.01)


봄이라기엔 너무 쌀쌀하고

겨울이라기엔 너무 온화한 계절입니다.


애정을 고백하기엔 마땅하고

사랑을 끝맺기엔 서운한 계절입니다.


느긋이 꿈을 좇기엔 엄마는 나이가 들었고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은 환상으로만 두려 하고

추억을 공백으로 남겨두기로 다짐한 계절입니다


열정과 나태가 뒤섞여

나의 마음은 미지근한 온도를 품었고

양분이 된 우울과

소중함을 일깨워준 상실도

사랑 앞에 녹아버린 계절입니다


지워진 문장만큼 어른이 되어

사색이 커다란 파도가 되어

우울이 이따금 말을 걸어올 지라도


유독 아름다운 시간에는

유독 아름다운 글을 써야 했으며


시간의 바깥에 두고 온 이름은

한평생 닿을 수 없을 지라도


영원은 효율이 없기에

꼬마는 여생이 두렵지 않고

늙은이는 죽음이 두렵지 않기를

단지 나약하고도 아름다운 우리가

계절에 얽힌 서로의 삶을

나지막이 이해할 수 있기를


만끽하기엔 너무 짧고

외면하기엔 너무 다정한

나의 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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