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onday Blues(월요병) : 월요일에 느끼는 우울한 감정
2. Blue chip(블루칩) : 주식 시장에서, 건전한 재무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된 회사의 주식을 이르는 말
어제 오랜만에 친한 동생을 만났습니다. 세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그간의 근황을 공유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지요. 그 과정에서 요즘 그의 기분을 가장 크게 좌지우지하는 것이 ‘색(色)’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 성욕이 많이 떨어져 있다는 이야기를 참고하면 ‘색정(色情, Sexual Desire)의 색’은 아닌 듯 했어요. 최근 그 친구 관심사의 지분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주식임을 참고하자면, 그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바로 다름 아닌 ‘색깔(Color)의 색’이 아닐까요?
그는 눈 뜨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바로 주가 확인이라고 했습니다. 주가는 올라갈 경우엔 빨간색, 그리고 떨어지는 경우엔 파란색으로 표시되지요. 그렇기에 자기가 투자한 주식의 가격 변화가 어떤 색으로 표시되어 있는지에 따라서 그날 하루의 기분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주가가 상승곡선을 띄며 빨간색이 표시되면 기분이 들뜨지만, 그와 반대로 파란색이 뜨면 한없이 우울해진다고 하더군요. ‘파란색으로 된 것은 다 싫다. 파란색 칫솔도 싫고 청바지도 꼴보기 싫으며, 심지어는 파란 하늘도 짜증 난다’는 그의 말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되더라고요. 그런데 실제로 파란색과 우울함은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습니다.
한 예로 많은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월요병’을 영어로는 Monday blues라고 합니다. 그들의 입장에선 열심히 일하거나 공부했던 주중이 끝나고, 그 후 다가오는 주말이 한없이 반가울 겁니다. 하지만 주말이 끝나가기 시작하면 또 한없이 괴로워지겠지요.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지만 전혀 상쾌하거나 반갑지가 않을 겁니다. 저도 충분히 경험해봐서 알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파란색이 우울함을 상징하기에 ‘월요일에 느끼는 우울한 감정’이라는 의미에서 월요병을 Monday blues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하지만 파란색이 항상 부정적인 감정과 연결되지 않아요. 우선 ‘광고계의 블루칩’ ‘예능 블루칩’ 등의 표현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블루칩(Blue chip)’이라는 단어의 뜻을 살펴봅시다. 이는 원래 카지노에서 사용되는 가장 높은 액수가 적혀있는 칩인데,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선 ‘주식 시장에서, 건전한 재무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된 회사의 주식을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합니다. 쉽게 말해서 '우량주'를 뜻하는 것이지요.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파란색으로 표시하면서, 건전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는 주식은 ‘블루칩’이라고 부른다니 조금 역설적이기는 하네요.
카지노에서 가장 비싼 칩인 블루칩 (출처 : Unsplash)
직장인들에게도 파란색이 긍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월급날에 자신의 은행계좌에 파란색으로 찍히는 수치를 확인할 때지요. 인터넷으로 출입금 계좌를 확인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입금은 파란색, 그리고 출금은 빨간색으로 표시됩니다. 빠져나간 공과금, 보험비, 방값 때문에 빨간색으로 뒤덮여있던 계좌 입출금 내역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월급은 반가움 그 자체입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경우 긍정적인 파란색이 부정적인 파란색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블루칩에 투자했을 경우 웬만해선 파란 하향곡선을 보기 힘들 것입니다. 이러한 종목들은 재무구조가 튼실하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계좌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월급은 월요병을 극복하는데 무엇보다 효과적인 특효약 아닐까요. 똑같은 파란색이라도 그 영향력은 확연히 다릅니다. 주가 하락이나 월요병만을 보며 ‘파란색은 우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면 조금만 관점을 바꿔 블루칩이나 입금될 월급을 생각하며 기분 전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 2020년 6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