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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환 Jun 16. 2020

참 고맙다 불면증아

2. Insomnia 불면증

 * Insomnia(불면증) : 라틴어 in(부정) + somnus(잠)     


 요즘 불면증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양을 세어보기도 하고 심호흡도 해봤어요. 6시 이후엔 커피나 홍차 등 카페인이 포함된 모든 음료는 멀리하고, 몸을 피곤하게 하기 위해 격한 운동도 해봤지만 소용없더군요. 심지어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조금 들이켜봐도 효과가 없었어요. 아니 오히려 더 힘들더군요. (참고로 저는 소주 3잔만 마셔도 헤롱헤롱 하는 ‘알쓰’입니다)

   

 '억지로 눈 붙이고 있다가 답답해서 눈을 뜬다. 혼곤한 상태에서 폰을 만지작 거린다. 잠이 더 달아난다' 이와 같은 패턴이 지난 며칠간 반복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너무 아까웠어요. 그래서 ‘이왕 잠 못 드는 거 뭔가 생산적인 것이라도 해볼까?’는 생각에 알랭 드 보통의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읽어 내려갔습니다. 처음엔 글이 눈에 잘 안 들어왔어요. 비몽사몽 상태에서 억지로 읽는데 집중이 잘 될 리가 없었겠죠. 그런데 어느 한 구절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프루스트의 시각에서 보자면, 우리는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고통을 겪고 나서야, 무엇이 본인이 바라는 대로 되지 않고 나서야, 비로소 뭔가를 진정으로 배우게 된다. ... 매일 밤 곧장 침대로 들어가는 사람, 그리하여 잠에서 깨어 일어나는 그 순간까지 살아 있기를 중단하는 사람은 잠에 관해서, 반드시 대단한 발견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소한 관찰이라도 하는 것을 결코 꿈도 못 꿀 것이 당연하다. ... 약간의 불면증은 우리로 하여금 잠을 음미하게 해주고, 그 어둠에 한 줄기 빛을 비춰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없지 않다. ... ”

 

알랭 드 보통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p92)  



 놀랍게도 불면증에 관련된 내용이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처음에는 크게 공감가지 않았어요. ‘불면증이 우리로 하여금 잠을 음미하게 해 준다고? 피곤하고 짜증 나며 전혀 달갑지 않은데? 지금 새벽 2시 반인데 미치도록 잠이 안 와서, 책이라도 읽으며 잠들기 위해 몸부림치게 만드는 불면증이??’ 이런 생각이 들며 집중도 안되었기에 그땐 책장을 바로 덮었어요. 하지만 다음날 일어나서 다시 한번 위의 글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맞는 부분도 있는 듯했어요. 불면증으로 힘들어하기 전에는 이런 주제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시간 되면 눈감고 잔다’는 단순한 논리 그 자체였기 때문이죠. 지금은 한숨 푹 자는 것이 소원일 정도로 잠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불면증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출처 : Unsplash)


 저는 아직 어떻게 불면증을 이겨낼지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잠, 불면증, 꿈, 악몽’ 등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수면제 복용’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겠더군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는 ‘기필코 잠을 자겠다고 화학적인 목발에 의지하는 꼴’ 일 수 있어요. 그의 소설 <Le sixième sommeil(잠)>에는 주인공 자크의 어머니이자 신경생리학자인 카롤린 클라인이 강의 중 언급했던 불면증 해결 방법에 대해 소개하는 부분도 있는데, 이 중 몇 개를 시도해보면 조금은 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 잠을 잘 못 자면 첫째, 침대 매트리스를 딱딱한 걸로 바꿔 봐요. 둘째,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요. 셋째, 저녁에는 커피나 오렌지주스를 마시지 말아요. 넷째,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화학 수면제 복용을 피해요. 다섯째, 섹스를 해요. 뭐니 뭐니 해도 이게 최고의 천연 수면제죠.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분 자신을 위해서, 여러분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하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잠> (p116)     


- 2020년 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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