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날로그적 사람에 가깝습니다. 예전엔 오랫동안 문자와 통화만 가능한 2G 폰만 사용했어요. 이러한 이유로 외출할 때 카메라, MP3, 폰 등을 바리바리 싸서 다니기도 했지만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었어요. 그러다가 29살에 처음 접한 스마트폰은 완전 신세계였습니다! (참고로 당시는 2015년, 우리나라에 스마트폰이 보급된 지 최소 10년이 넘었을 때였습니다) 길거리에서 걸어 다니며 카톡을 보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다는 것, 휴대폰으로 디카 화질에 버금가는 사진 촬영이 가능하고 음악도 들을 수 있다는 사실 등에 새삼 놀라움과 기쁨을 느끼곤 했었지요. 물론 지금은 원시인의 삶에서 조금 벗어나긴 했습니다. 스마트폰도 있고 일명 '눈팅'을 주로 하지만 인스타와 페이스북 등 SNS 계정도있으며, 글을 쓸 때에도 원고지에 한자씩 눌러쓰기보단 노트북으로 타자를 두들겨 씁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디지털화된 세상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런 제가 요즘 하고 있는 일은 디지털 문화의 최고봉인 인공지능 관련 전시회 준비입니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디지털과는 거리가 먼 제가 AI 전시회를 준비한다니. 이전까진 제가 인공지능에 대해 아는 건 극히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엄청나게 똑똑한 이놈이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바둑 경기에서 이겼다거나, 현재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을 빼앗아 간다는 등의 소식들을 접하는 게 거의 전부였지요.
하지만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관련 기업들 정보를 찾아보고 최신 소식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는데 자세히 파고들면 들수록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하더군요. 요즘엔 인공지능이 거의 모든 사업분야에 접목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널리 퍼져있습니다. 호텔에선 AI 로봇이 호텔 객실 서비스나 식당 서빙을 하고, 카페에선 로봇팔이 바리스타 대신 직접 커피를 내리기도 합니다. 심지어 요즘은 신문기사를 쓰거나 책 집필까지 한다고 들었어요. '이러다간 영화 <Her(헐)>처럼 사람이 인공지능 운영체재와 연애하는 날도 머지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분명 인공지능의 발명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끼쳤습니다. 그건 부인할 수 없을 거예요. AI 스피커에다가 이야기만 해도 방에 불을 켜고 끌 수 있고 음악 재생도 시켜주고 TV도 켜주는 등 일상생활을편하게 만들어 주었지요. 그리고 사기 방지, 몰래카메라 색출을 통한 불법 촬영 방지 등 범죄 예방에도 도움이 되고 있으며, 'AI 돌봄'이라는 서비스는 무료함과 외로움을 느끼시는 독거노인분들께 즐거움을 주기도 합니다. 게다가 청각기능을 상실하신 분들을 위해선 수신 음성을 실시간으로 문자로 변환시켜주는 AI 문자통역서비스 등도 제공된다고 하니 인공지능의 기특함은 분명 인정해 줄만 하지요.
하지만 AI가 아직은 도입단계이기 때문에 만연해있는 사회문제를 없앨 수 있는 만능 해결책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니,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야기시킬 가능성도 있지요. 워낙 똑똑한 놈이기에 잘못된 손에 들어가면 보안이나 윤리 등의 이슈들이 따라다닐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AI 알고리즘을 개발한 이들이 잘못된 데이터를 입력하고 이를 학습한 AI가 편견에 입각한 판단을 내리게 되면 충분히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지요. 감정이 없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 <I, Robot(아이, 로봇)>에서 델 스프너 형사(윌 스미스)는 로봇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과거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옆에 소녀도 있었지만, 구조 로봇이 단순히 생존확률만 계산하여 소녀 대신 자신을 구한 것에 죄책감을 느낌과 동시에 로봇에 대한 증오심도 생겼기 때문이지요. 그는 '감정이 있는 인간이었다면 ...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만약 인공지능에 감정이 주입된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A.I.>를 통해 약간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을 사랑하도록 프로그래밍된 로봇 아이 데이빗입니다. 엄마의 사랑을 얻기 위하여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데이빗은 동화 피노키오 속 푸른 요정을 믿게 되지요. 동화 속 피노키오처럼 진짜 사람 아이가 되고 싶어 하는 감정이 생긴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이 되지도 못하고 양부모님으로부터 버림받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지만 감정을 가진 로봇 아이를 입양한 부모님은 어떤 마음으로 그 아이를 바라볼까?'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이 받는 상처는 진짜일까 가짜일까?'
인공지능이 감정이 생긴다면 사람과 같아질까? (출처 : Unsplash)
AI(인공지능)는 Artificial Intelligence의 약자로, 언어 그대로 '인공 또는 인위적인 지식'의 뜻입니다. 즉, 날 것 그대로의 것은 아니라는 의미지요. AI가 우리 삶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현재 추세를 봐서는 'AI 시대의 도래'는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스마트폰이 도입될 당시에도 많은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Being stupid with your smartphone(당신의 스마트폰과 함께 멍청해지세요)"이라는 어느 광고 문구처럼, 스마트폰 때문에 사람들이 더 무지해지는 것은 아니냐는 것이 논지였지요. 많은 정보들을 외우지 않아도 단순히 검색 몇 번으로 쉽게 필요한 자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엔 똑똑한 기계에 종속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가 컸습니다. 하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는 정보를 외우는 대신 뇌를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논쟁은 어느 정도 종결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전시회 개최까진 두 달 남았습니다. 워낙 자료가 방대하고 분야도 무궁무진하기에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도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번 기회에 전시회를 준비하며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또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등을 한층 더 심층적으로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전시회가 끝날 때쯤엔 지금보단 더 인공지능의 본질에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접근한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