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acifier
신생아의 하루는 울음으로 시작되고 울음으로 끝난다. 종종 그 원인을 알 수 없을 때에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무엇때문에 우는 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울음을 그치게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여러 육아 선배님들이 추천해준 바로 그 방법을 써봤다. 공갈 젖꼭지라고도 불리는 pacifier, 쪽쪽이. 처음에는 망설였다. 정말 효과가 있을까, 혹시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진 않을까? 하지만 다른 방법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아기가 울음을 터뜨리던 그 순간 입에 쪽쪽이를 물려주자, 금세 조용해졌고 평화가 찾아왔다.
처음 쪽쪽이를 물렸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난다. 한창 울다가 입에 뭔가가 들어오자, 처음엔 밥을 먹는 줄 알고 열심히 빨더니, 금세 우유가 안 나오는 걸 알아채고는 더 화를 내는 듯한 얼굴을 지었다. 하지만 금세 적응하고 정말 열심히 빨다가 잠이 들었다. 어이없고도 웃긴 그 순간 이후, 쪽쪽이에 대해 하나하나 찾아보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는 걸 알고 나니, 필요할 때마다 조금은 안심하고 물릴 수 있었다.
울음을 멈추고, 고무 젖꼭지를 입에 문 채 눈을 맞추는 아이의 모습은 어떤 위로보다 마음에 와 닿았다. 이 작은 고무 하나가 아이의 감정을 진정시키고, 나 역시 안도하게 만든다. 쪽쪽이를 영어로 ‘pacifier’라고 하는데, 이름 자체가 그 의미를 품고 있다. ‘달래다’라는 뜻의 pacify, 그 어원은 라틴어 pax—즉, ‘평화’다. 단순히 입을 막는 물건이 아니라, 마음을 달래고 평화를 전하는 도구인 셈이다. 아기에게도, 그리고 우리에게도. 입은 아기에게 감각의 중심이다. 세상의 많은 것을 입으로 탐색하고, 빠는 행동을 통해 불안을 다독인다. 그런 본능적인 욕구 앞에서 pacifier는 마음의 안정을 준다.
물론 pacifier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수면을 유도하고 정서적 안정을 돕는 장점이 있지만, 유두 혼동이나 중이염, 장기 사용에 따른 치아 문제 등의 단점도 존재한다. 그래서 언제부터 물릴지, 언제 끊을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반적으로는 영구치가 나기 전, 만 2세 전후에 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후엔 치발기 같은 대체 도구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듣기도 했다.
언젠가는 이 작은 도구도 손에서 놓아야 할 날이 온다. 계속 쪽쪽이를 빨고 다니면서 안정을 찾고 잠에 빠져들 수는 없다. 아기는 조금씩 입이 아닌 방법으로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법을 깨닫고, 우리는 그 곁에서 다정히 기다려주면 된다. 나중엔 쪽쪽이를 열심히 빨며 이너피스를 찾던 이 순간들을 추억하면서 웃음짓게 될 것이다. 진짜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그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