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Rooting Reflex
아기의 얼굴에 손끝이 스칠 때마다 아이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입을 벌렸다. 처음엔 단순히 배가 고픈 줄만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건 생존을 위한 신호, ‘젖 찾기 반사(Rooting Reflex)’라는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뺨이나 입 주위에 무언가 닿으면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입을 여는 이 반사는, 세상과 연결되기 위한 아기의 몸짓이었다. 생각해보면, 처음 ‘캥거루 케어’를 했을 때 아이가 내 가슴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입을 벌리던 행동도 이 반사로 설명되는 듯했다. 나는 젖을 줄 수 없는 몸이었지만, 아이는 그런 구분조차 모른 채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게 단순한 배고픔이 아니라 생존을 향한 몸짓이라는 걸 알고 나니, 그 당황스러우면서도 묘하게 뭉클했던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Rooting’이라는 말은 본래 돼지가 땅속 먹이를 찾기 위해 코로 흙을 파헤치는 행동에서 유래했다. 고대 영어 wrotan에서 비롯된 이 단어는 ‘코로 땅을 파다’, ‘뒤적이다’는 뜻을 지닌다. 그러니 아이가 얼굴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무언가를 더듬는 모습은, 아주 오래된 생존의 흔적이자 본능적인 탐색의 움직임인 셈이다. 신생아에게 루팅 반사는 먹이를 찾기 위한 생존 본능 그 자체다. 무언가가 얼굴에 닿기만 해도 고개를 돌리고 입을 벌린다. 엄마의 유두이건, 아빠의 손끝이건 상관없다.
고작 태어난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데, 살아남으려는 본능은 강력하다. 나도 그 반응을 자주 확인해봤다. 배가 고픈 건가 싶을 때면 손가락으로 아이의 입 주위를 살짝 건드려본다. 그러면 아이는 내 손가락을 따라서 고개를 돌리며 입을 벌리고, 우리는 그 움직임에 따라 젖병을 준비하곤 했다. 그 움직임이 빠르고 격렬할 수록 더 배가 고프다는 신호였다. '빨리 밥 줘! 나 엄청 배고파서 예민해 ㅜㅜ 빨리 안 주면 더 세게 울어버릴꺼야' '예 알겠습니다~ 금방 드릴께요'
이건 단지 먹기 위한 본능이 아니었다. 울음이나 표정보다 먼저 나타나는, 살아남기 위한 말 이전의 언어였다.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입술 하나로 우리와 대화하고 있었다. 그 짧고 단순한 몸짓에 귀를 기울이고, 조심스레 응답해야 한다. 본능은 언젠가 사라지지만 그 반사를 통해 나눈 연결은 오래 남는다. 점점 자라서 말을 하고, 웃고, 손을 뻗게 되더라도, 이 모든 시작은 조용하지만 때론 격렬한 입술의 몸짓 하나에서 비롯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