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천 조각으로 만들어주는 양수 속 시간

[S] Swaddle

by 오환

처음 속싸개라는 걸 봤을 때,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팔과 다리가 꽁꽁 싸매여 있는 모습이 어딘가 불편해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마치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두는 것처럼 느껴졌고, ‘아이도 답답하지 않을까?’, ‘저렇게 꽉 싸매도 괜찮은 걸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하지만 역시 육아의 세계는 심오했다. 아직 바깥 세상에 익숙하지 않은 신생아는 엄마 뱃속, 양수 속에서 웅크린 채 지냈던 시간의 흔적이 몸에 남아 있다. 오히려 자유롭게 팔다리를 뻗는 것이 더 낯설고 불안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속싸개는 그런 아이에게 익숙한 환경을 다시 만들어주는 도구였다.


단순히 따뜻하게 감싸는 것을 넘어, 자궁 안의 감각을 재현해주는 일종의 보호막. 특히 모로반사(Moro reflex)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이는 아무 자극 없이도 아기가 깜짝 놀라 팔과 다리를 뻗는 반사 행동으로, 생후 3개월까지 자주 나타난다고 한다. 속싸개는 이 반사를 완화시켜 아기가 더 깊고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조리원에서 배운 대로 곱게 감쌌다고 생각했지만, 몇 번 안아 올렸다가 다시 내려놓기만 해도 어느새 천이 풀려 있고, 한쪽 팔이 빠져나와 공중을 휘젓고 있었다. 다시 싸매려다 보면 천은 어느새 삐뚤어지고, 마음은 급해지곤 했다. 속싸개는 간단해 보여도 은근히 연습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속싸개가 모든 아이에게 정답인 건 아니라고 한다. 아이마다 기질이 다르기에, 모로반사를 줄이는 방법도 다양하다. 게다가 일부 소아과 의사들은 만 2개월이 지난 이후나 아이가 잠든 상태에서는 속싸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속싸개는 영어로 swaddle이라고 하는데, 이는 고대 영어 swathian에서 유래했으며, ‘감싸다’, ‘묶다’는 의미를 지닌다. 부모가 아이를 감싸는 이 동작은 이미 오랜 시간동안 이어져 온 본능적인 보호의 제스처라고 한다. 아기가 잠을 푹 자지 못해서 하품은 하는데 짜증만 내는 막막한 순간, 속싸개는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지만 따뜻한 행동이 된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아기를 안정시키고 위로하는 방식. “이제 안 놀라고 잠을 좀 잘 수 있을꺼야”라고 말 없이 전하는 손길.


우리는 매 순간 속싸개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낮에는 풀어두고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다가, 밤에 잠이 들기 전엔 종종 감싸주곤 했었다. 잘 자기를 바라는 마음, 놀라서 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그 마음이 천 조각 하나에 담겼다. 속싸개는 어쩌면 자궁 밖에서 아이가 처음으로 만나는 또 다른 ‘자궁’이다. 작고 얇지만, 그 안에는 부모로써 우리의 사랑과 온기가 촘촘히 싸여 있다. 아직 세상은 낯설지만 적어도 밤이 찾아올 때만큼은, 품 안에서 조금 덜 무서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우리는 조심스레 아이를 감싸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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