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It's TUMMY TIME!"

[T] Tummy Time

by 오환

속싸개를 풀고, 바닥에 엎드린 채로 살포시 내려놓는다. 처음엔 낯선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곧 이마를 바닥에 툭 하고 떨어뜨린다. 이 모습이 바로 말로만 듣던 ‘터미타임(Tummy Time)’의 시작이다. 아직 목은 약하고 팔은 가늘어서 길어봤자 10초 내외에서 끝나곤 했지만, 이 짧은 시간이 아이에게 주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아기를 키우며 가장 조심했던 부위는 단연 ‘목’이었다. 들어올릴 때도, 밥을 먹일 때도, 트림을 시킬 때도 늘 서로 “목 조심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작은 머리가 흔들릴까 봐 손으로 받치고, 다른 손은 엉덩이를 받친 채 조심조심 안아올렸다. “목에 힘만 줄 수 있어도 얼마나 좋을까”—아내와 나는 종종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런 아기에게 Tummy Time은 단순한 놀이 시간이 아니다. 말 그대로 ‘배(Tummy)를 대고 보내는 시간’이지만, 그 안에는 스스로 몸을 세우기 위한 작고 의미있는 연습이 담겨 있다. 신생아의 목과 어깨, 팔 근육을 단련시키는 동시에, 뒤통수가 평평하게 눌리는 것을 방지해주는 중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물론 처음에는 당연히 스스로 목을 들기 어려워했다. 우리는 푹신한 작은 베개를 아이의 가슴 아래에 받쳐주고, 옆에서 계속 지켜보며 응원했다. 아기가 상체를 들기 위해 점점 더 힘을 주는 순간, 몸의 다양한 근육들이 사용되며 시야가 서서히 위로 확장된다. 낮고 좁았던 시야가 넓어지고, 세상을 보는 각도도 함께 달라진다. 그야말로 몸과 감각이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다.


고개를 들고 버티려다 다시 툭 떨어뜨리기를 반복하는 그 작은 움직임 속엔 “나 처음하는 것 치고는 잘하죠? 열심히 운동할꺼에요”라는 말 없는 언어가 담겨 있다. 보는 우리는 열심히 해보려는 아이가 사랑스럽기도, 대견하기도 하다. 이건 아이가 스스로 해보아야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이라는 걸 알기에 우리는 그저 옆에서 조용히, 때론 시끄럽게 응원할 뿐이다. "It's TUMMY TIME!"


‘Tummy’라는 단어는 19세기 무렵 유아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본래 stomach을 귀엽게 줄여 부르던 표현인데, 이 단어의 어원은 훨씬 더 오래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Stomach은 그리스어 stoma (입, 구멍)에서 비롯된 말로, 중세에는 소화기관뿐 아니라 ‘기호, 용기, 감정의 자리’를 뜻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 배 속 깊은 곳에 욕망, 기분, 심지어 사고와 감정까지도 담겨 있다고 믿었다. 그러니 배를 바닥에 대고 있는 이 짧은 시간이 단지 근육을 단련하는 시간이 아니라, 감정과 본능, 움직임과 의지가 자라나는 훈련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 연습의 반복이 쌓이면, 아이는 어느 날 자연스럽게 뒤집고, 앉고, 기고, 일어설 것이다. 요즘엔 밥 먹이고 트림시키려고 어깨위에 얹혀두면, 그 위에서도 고개를 뻣뻣이 들고 나름의 터미타임을 하기도 한다. Tummy Time은 세상과 마주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자 중요한 훈련이며, 언젠가 아이가 낯선 세계를 향해 나아갈 때 꺼내 쓸 수 있는 귀한 힘의 근원이 된다. 그 첫걸음을, 우리는 지금 함께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keyword
이전 19화19. 천 조각으로 만들어주는 양수 속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