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사랑스런 라하의 제대탈락을 축하합니다"

[N] Navel

by 오환

아기의 몸은 하루하루 빠르게 변해갔다. 작고 부드럽던 손발은 점점 힘을 얻었고, 울음소리도 분명해졌다. 그리고 또 하나—기저귀를 갈 때마다 조심스레 마주했던 배꼽도, 어느 날 문득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처음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줄 때,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온 건 작고 마른 탯줄이었다. 그 끝엔 집게처럼 생긴 플라스틱 클립이 달려 있었고, 그 아래로 말라붙은 탯줄 조각이 배꼽에 매달려 있었다. 조심스럽게 기저귀를 여는 순간마다, 혹시라도 건드릴까 봐 긴장이 됐다.


며칠 뒤, 조리원에서 일하시는 분이 “배꼽 떨어졌네요” 하고 말씀하셨다. 그 때 ‘제대탈락’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제대(臍帶)'는 말 그대로 ‘배꼽 제(臍)’와 ‘띠 대(帶)’를 합친 한자어로, 엄마와 아이를 이어주던 통로, 곧 탯줄을 뜻한다. 아기는 그 가느다란 연결을 통해 숨 쉬고 자라며, 세상과 마주할 준비를 해왔다. 출산과 함께 그 탯줄은 잘려 나갔지만, 흔적은 여전히 아이의 배 위에 남아 있었다. 떨어진 탯줄은 리본이 달린 작은 상자에 담겨 우리 손에 건네졌다. "사랑스런 라하의 제대탈락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Navel’은 영어로 “탯줄이 붙어 있던 자리, 즉 배꼽”을 뜻하는 단어다. 고대영어 nafela에서 유래한 이 말은, 단순한 신체 기관이 아니라 ‘생명의 중심’, 혹은 ‘관계의 시작점’으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인지 ‘세상의 중심(navel of the world)’이라는 표현에도 등장한다. 배꼽은 출산 이후 우리가 부모로서 처음 마주하는 ‘이별’의 흔적이기도 하다. 아기는 엄마의 몸을 떠났지만, 그 연결의 표식은 며칠 동안 여전히 남아 있다. 그 탯줄이 떨어지는 순간, 아기는 비로소 세상에 ‘독립된 생명’으로 서게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배꼽은 이미 닫힌 문이지만, 그 문이 있었기에 우리에게 올 수 있었다.


지금도 가끔 기저귀를 갈거나 목욕을 시킬 때 아기의 배를 보면, 아주 작고 예쁜 배꼽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출발점의 흔적이자, 우리가 부모로 다시 태어난 순간을 기념하는 작고 조용한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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