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Lullaby
처음에는 아기가 잠들면 숨소리조차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조용해야 아기도 잘 잔다고 믿었다. 하지만 육아는 늘 예상과 달랐고, 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기를 눕히면 바로 잠드는 일은 드물었고, 잠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산후도우미 선생님도 우리 아기가 잠드는 데 유독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여러 번 말씀하셨다. 한참을 안고 있다가 겨우 잠든 것 같아 내려놓으면 다시 울기 일쑤였다. 나름 감미로운 목소리로 '잘자라 우리아가~'를 불러보려고 해도 높은 데시벨의 울음소리에 묻히곤 했다. 그 때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던 자장가의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는 걸.
그래서 더 이상 멜로디나 가사에 기대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중 들은 이야기가 바로 백색소음(white noise)이었다. 청소기, 헤어 드라이기, 물 흐르는 소리, 그리고 “쉬~” 같은 숨결이 신생아를 잠재우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유튜브에는 12시간짜리 백색소음 영상들이 수없이 있었고, 산후조리원에서도, 그리고 집에서도 종종 틀어주곤 했다. 이게 안 먹힐때에는 입으로 "쉬~"를 계속 외쳐댔다. 한 5분쯤 지나면 숨이차서 '제발 잠들어라. 너도 피곤하잖아'라고 속으로 외치면서. 그러면 고맙게도 스르르 잠들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자장가를 배웠다. 백색소음이라는 이름의 무형의 노래. 가사도 없고 선율도 없지만, 효과는 분명했다. 울음을 멈추고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아이를 보면, 내가 뭘 잘했는지도 모르겠으면서도 안도감이 밀려왔다.
도대체 어떤 원리인지 궁금했다. 찾아보니 이유는 명확했다.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이미 다양한 소음에 둘러싸여 있었다. 심장 박동, 혈류 소리, 장기 움직임 등 일정한 내부 소리는 아이에게 익숙함과 안정감을 주었다. 지나치게 조용한 환경은 오히려 낯설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백색소음은 그런 아이에게 다시 익숙한 세계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했다. 'lullaby’라는 단어는 중세 영어 lullen(달래다)과 bye에서 유래한 말로, 문자 그대로 “달래며 재우는 소리”를 뜻한다. 결국 자장가는 음표로 구성된 노래라기보다는, 반복되는 리듬과 울림 속에서 아이를 달래고, 부모 스스로도 진정시키는 소리다. 그게 청소기 소리든, 물 소리든, 헤어드라이기 소리든, 아니면 "쉬"소리든.
자장가는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 소리를 반복하다 보면 나 자신도 조금씩 안정된다. 하루의 긴장과 피로가 조금은 풀리고, 아이와 함께 나 역시 잠에 들 준비를 하게 된다. 말보다 먼저 닿는 것은 소리의 울림이다. 그 울림 속에서 우리는 부모가 되고, 아이는 세상과 조금씩 화해해 간다. 그러다보면 점점 고요한 정적에도 익숙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