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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나길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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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Jul 01. 2021

고여있는 물은 썩는다.

나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라


 세월이 물과 같이 흐르듯 우리의 삶도 물처럼 흘러간다고 말할 수 있어. 저 넓은 바다를 향해 흘러가다 장애물을 만나서 돌아가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낭떠러지를 만나 뚝 떨어져 정신없이 흘러가기도 해. 조금 돌아가도 정신이 혼미할 만큼 아파도 흐르고 있는 물은 썩지 않아. 오히려 편안하고 아늑한 웅덩이에 빠져서 나오지 않고 머물 때 물은 썩는 거야. 


 어떤 과학적 원리에 의해 물이 고여있으면 썩는지는 잘 몰라. 그냥 경험을 통해 아는 거지. 우리의 지식, 경험, 정보, 사랑도 흘려보내지 않으면 부패하여 냄새가 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돼. 


 몇 개월 전 아빠가 지방에 다녀오실 때 광천 약수터에서 약수를 받아 오셨어. 사이다와 비슷한 맛이 비위가 거슬렸지만 귀한 물이라고 해서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냉장고에 넣어 두었지. 어느 날 냉장고를 정리하다 물을 발견하고 맛을 보았는데 물은 제맛을 잃었고 물통은 미끈거렸어. 아깝지만 버려야 했지. 


 우리 삶 속에서도 이런 일이 많아. 냉동실에는 언제 넣어 놓았는지도 모르는 까만 비닐봉지에 담긴 식재료가 가득해. 아까워서 언젠가 먹기 위해 넣어 놓은 것들이야.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쌓아 놓고 사는지 평소에는 잘 몰라. 이사를 하려고 짐을 꺼내보면 작은 공간에 어떻게 그 많은 것들을 쟁여 놓고 살았는지 신기할 정도야. 하나하나 살펴보면 없어도 될 것들이 너무나 많아. 


 엄마가 ‘즐거운 집 그룹홈’을 운영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가 흘려보내야 한다는 거야. 아동, 청소년이 생활하는 생활시설이라 ‘푸드뱅크’를 통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들이 들어올 때가 있어. 아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고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해도 양이 너무 많을 때도 있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냉장고에 보관했다, 나중에 주고 싶은데 냉장고에 넣어 놓을 공간이 없는 거야. 그래서 그냥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 하는 것으로 흘려보내고 있어. 그리고 수시로 냉장고를 정리하여 유통기한이 지난 것은 버리고 많은 것을 보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단다. 


 우리가 배운 지식과 정보와 경험도 마찬가지야. 한 번 배운 지식이 영원하지 않거든. 요즈음은 지식과 정보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가 가진 지식은 쓸모가 없게 되는 거야. 그래서 평생학습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우리는 죽을 때까지 배우고 그렇게 배운 지식과 정보를 내 안에서 재창조하여 흘려보내야 해. 그래야 옹달샘처럼 맑은 물이 샘솟게 되는 거지. 


 ‘새로운 자극과 도전을 받은 물방울은 용기를 내어 다시 여행을 시작할 준비를 합니다. 그동안 웅덩이에 주저앉아 벌여놓은 일부터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먼 길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짐이 너무 많아도 안 되거든요. 쉽게 지쳐 버릴 테니까요. 최소한의 짐을 가지고 떠나야 합니다. 미련을 가지고 뒤돌아보아서도 안 됩니다. 그 길은 한 번밖에 갈 수 없는 길이기 떼문입니다.’ 


 오래전 써 놓았던 ‘물방울 여행’이라는 수필의 일부분이야. 우리 인생은 물방울 여행과 같아. 하늘에서 작은 물방울 하나가 산골짝 돌 틈 사이에 떨어져 흐르기 시작해. 흐르고 흘러 바다로 가면서 다른 물방울과 만나 도랑물이 되고, 시냇물이 되어 흐르다 큰 강물을 만나고 바다로 흘러가며 역사를 쓰는 거지. 이렇게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물은 아무리 맑은 물이라도 썩게 되어있어. 네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네 안에서 숙성시켜 흘려보내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맑고 깨끗하고 투명하여 어느 곳에나 쓰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항상 너를 응원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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