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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기억

by 차솔솔


1989년 7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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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8일


엄마.

올해는 장마도 장마 같지 않은 마른장마라고 하네. 비가 오지 않고 푹푹 찌는 폭염이 시작되었어. 밖에 잠시만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주르륵 흘러. 이 더운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걱정이야.


더운 날씨에 아이들과 무얼 하며 하루를 보내야 하나 그게 요즘 내 큰 고민 중의 하나야. 놀이터에 나가서 노는 것도 날씨가 너무 뜨거워서 잠깐이고, 친구들이랑 하원시간이 달라져서 혼자 노는 것도 금세 지루해하는 것 같더라고. 다행히 지난달부터 다니기 시작한 태권도에 흥미를 붙인 것 같아 마음이 놓여. 늘 공주 놀이, 종이 오리기, 색칠 공부처럼 정적인 놀이만 해서 태권도처럼 동적인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아 시작했거든. 태권도를 다니고부터는 목소리도 커진 것 같고, 저녁밥도 적극적으로 먹는 것 같아 흐뭇해.


태권도에서 열심히 뛰어다녀서 그런지 요즘엔 자기 전에 다리가 아프다고 할 때가 있어. 자기 전에 이솔이의 무릎, 종아리, 발을 열심히 주물러주는데 그 느낌이 좋았는지 요즘엔 태권도에 가지 않는 날에도 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그러더라고. 이솔이의 다리를 주물러주는데 문득 엄마 아빠가 어릴 적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해주던 '쭈까쭈까'가 생각이 났어. 특히 아빠의 손은 늘 따뜻하고 부드러워서 아빠가 다리를 주물러주면 기분이 참 좋았거든. 성인이 된 지금도 그 부드러웠던 손길이 기억나는 걸 보면 몸의 기억은 참 오래가는 것 같아.


아이들의 다리를 주물러주면서 훗날 아이들이 나를 기억할 때 어떤 모습으로 기억해 줄까 궁금해졌어. 내가 그랬든 아이들도 엄마의 손길이 참 따뜻하고 부드러웠다고 기억해 주면 좋을 텐데. 나의 손길이 아이들의 몸에 기억이 되도록 무거운 눈꺼풀을 이겨내며 오늘도 열심히 다리를 주물러 줘야지. 아이들의 작은 발을 꼭꼭 어루만져 줘야지. 잘 자렴. 좋은 꿈 꾸고. 사랑해. 솔솔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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