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7월 14일
2025년 7월 20일
엄마.
최근에 나는 운동을 시작했어.
아이들에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나에게 좀 친절해지기 위해서 시작하게 된 것 같아. 육아를 하면서는 나의 온 신경이 아이들에게 쏠려 있어 정작 나에게는 소홀했던 것 같아. 아이들과 관련된 거라면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어서 노력하는 나인데, 이상하게 그런 노력이 나에게 향하는 게 참 어렵더라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다는 아니지만 특히 둘째를 낳고 나서 늘어난 흰머리, 살찐 몸이 더 나를 외면하게 했지. 그러다 우연히 이솔이가 찍은 나의 모습을 보았는데 참 낯설고 못나 보이더라고. 물론 우리 이솔이는 "나는 우리 엄마가 제일 예뻐"라고 예쁘게 말을 해주는데 그 예쁜 콩깍지마저도 나를 슬프게 만들더라고. 그래서 큰 마음먹고 운동을 시작했지.
하루에 한두 시간 시간을 내는 것도 나에게는 참 쉽지 않더라. 아직 둘째 해솔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있어 운동하는 것도 엄마의 도움을 받아야 할 수 있는 것들이더라고. 이솔이 하나였을 땐 새벽시간에 운동을 갈 수 있었는데 아이가 둘이 되고 나니 출근하는 남편에게 두 아이 케어를 맡기고 나갈 수도 없고, 저녁에는 두 아이가 잘 때 엄마를 찾아서 두고 나갈 수도 없고. 물론 집에서 홈트를 할 수 있지만 나의 의지가 그렇게 강하지는 않더라고. 그리고 솔직히 집이 아닌 곳에서 잠시나마 혼자의 몸이 되고 싶은 것도 있었어.
엄마의 도움을 받아 운동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었어. 출산 전 운동 할 때만큼 몸무게가 금방 줄지도 않고 운동도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변화가 생긴 것 같아. 일단 둘째 출산 후 매일 아침 붓고 쑤시던 손가락 관절통이 없어졌어. 출산 후 후유증이라고 생각하고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겠거니 생각했던 증상인데 운동을 시작하고 나니 붓기가 사라지더라고. 전반적으로 활력이 생긴 것 같아. 운동하는 날은 지쳐서 좀 처질 때도 있지만 체력이 올라간 건지 일상을 지낼 때 생기가 많이 도는 것 같아. 얼굴도 조금 갸름해졌고~
생각지 않은 부작용은 아이들의 식단과 늘어난 음식 쓰레기. 지금은 좀 적응이 되긴 했지만 처음에 식단을 할 때 내 식단 챙기기에 급급해서 아이들의 식사를 엄마와 남편의 손에 맡겼던 것 같아. 내가 먹지도 못하는 음식을 하려니 정말 고역이라 아이들 식사도 소홀해지더라고. 그동안 나도 모르게 먹고 있었던 음식들이 참 많았더라. 아이들이 남긴 음식들 아까워서 내가 먹곤 했는데 그 양이 꽤 되더라고. (살찌는데 다 이유가 있었나 봐)
항상 아이들의 성장을 바라보고 기뻐하다가 운동을 통해 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도 가벼워졌어. 남들보다 운동하는 시간은 짧을 수 있겠지만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해솔이와 고생하고 있을 엄마를 생각하니 운동을 하는 마음은 누구보다도 간절한 것 같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해 주어 고마워요.
+ 문득 이 글을 쓰고 나니 엄마의 육아는 언제 끝나나 싶네. 결혼으로 딸을 독립시켰다가 아이를 낳고 다시 육아가 시작된 엄마의 최신 육아일기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