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87년생 토끼띠. 전 국민이 받은 만 나이 버프로 2년을 벌어 37살이라고 하지만, 몸과 마음은 여전히 서른아홉이 더 익숙하다. MZ세대라고 하기엔 눈치 보이고, 그렇다고 감히 중년이라고 하기엔 너무 응애응애다. 결혼도 안 하고 이렇다 할 거 없이 철딱서니 없이 살아서일까. 그래도 아직은 청년의 나이라는 것에 조금이나마 위안받으며 청춘을 유예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나이에 연연하지 않았었는데, 해가 바뀔 때마다 하나씩 카운트되는 나이에 민감해지는 것 보니 서른아홉, 결코 적지 않은 나이는 맞는 것 같다. 아무리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해도.
<서른, 아홉>이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손예진 배우, 전미도 배우, 김지현 배우가 서른아홉 살의 단짝 친구로 등장한다. 마흔을 코앞에 둔 이들의 삶과 우정, 사랑에 대한 이야기. 피부과 의사, 연기 선생님, 백화점 매니저.. 그들의 직업은 이렇다. 나이만큼 경력도 쌓여 직급도 높다. 맞다. 특별한 사연 없는 서른아홉이라면 이게 맞는 것 같다.
내 주변 87년생 토끼띠인 친구들도 비슷하다.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은 최소 과장 이상을 달았고, 함께 막내작가로 시작했던 작가 친구들은 이제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메인급 작가가 되었다. 출산 후 육아에 전념한 친구들은 한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꾸리고 초등학생, 유치원생 자녀를 둔 어엿한 베테랑 주부다.
그렇다면 이제 내 이야기를 할 차례다.
그래서, 김연경 너는 무슨 서른아홉인데?
…스타..
뭐? 스타라고?
..ㅂ ㅏ...리...스타..
어! 너 카페 사장이구나?
아니..!! 신입 바리스타!!
서른아홉 살에
다시 신입 딱지를 달았다.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