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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살의나비 Aug 24. 2023

다시 내 아가 되어주면 내가 다 해줄게 (3)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엄마다.

왜 엄마여야 할까? 

엄마에 대한 쌓여있는 섭섭함과 나의 못나고 모난 마음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어느 날은 다 풀린 듯했다가 어느 순간 또 불쑥 올라 와 또 나를 괴롭히고 있다.


엄마는 말한다.


"너는 너무 모든 걸 밝히려 하고 덮고 가질 못한다."


맞다. 나는 내 안의 풀지 못하고 넘어간 감정의 응어리들을 풀기 위해 글을 쓴다. 

이 답답함이 풀려야 나는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나를 벗기고 까발리기 위해 글을 쓴다.

살면서 나는 숨기고 포장하기 바빴는데, 글을 쓰면서 있는 그대로 보이려고 하고 있다. 

다 보인 다음에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래서 글을 쓴다.

그렇게 나를 밝히는 중에 어쩔 수 없이 엄마가 빠지지 않는 것이다.

엄마는 한편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내가 너한테 그렇게 나쁘게 했나."

"상처받으라고 그런 거는 아닌데."


엄마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엄마는 그저 살아가느라 바빴고, 견뎌내느라 버거웠고, 본인이 어린 시절 자라온 대로, 익혀진 대로 그저 그렇게 아이를 키우면 되겠거니 했겠지. 

그런데 나는 그저 그렇게 자라지를 못했다. 

조용하게 무난하게 자란 줄 알았던 어린 내가, 성인이 되어서야 엄마 나는 아팠어, 외로웠어하고 소리를 질러대니 엄마는 당황스럽고 지난 세월이 황망하기도 할 것이다.

지나영 교수님의 "본질육아" 강의에서 들었다. 

부모에게 아무리 상처를 받았더라도, 그 상처가 나를 너무 아프게 해도, 그 부모에게서 사과를 받고 용서를 해줄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사람 나이 서른이 넘으면 자신의 상처는 자기 스스로 치료할 줄 알아야 한다고.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엄마 아빠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그 강의를 들으며 많이도 울었다. 나는 나 스스로의 엄마 아빠가 되지 못했다.

아직 나는 부모를 용서하지 못했다.

여전히 엄마에게 상처받고, 아팠던 과거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고, 용서를 하고 싶다.

쉽지 않을 일이란 걸 알면서도 아직은 그런 기대를 하며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오래간만에 엄마와 술을 한잔 했다.

엄마도 나도 술을 좋아하는 터라 그날은 꽤 과해졌다.


"엄마, 내가 쓴 책 보고 상처는 받지 마. 내가 괜찮아지려고 쓴 거니, 다 지난 이야기니 상처받지는 마요."


엄마는 그렇게 다 얘기해야 네 속이 편하겠냐고 네 책을 보는 게 겁난다며 우셨다.

엄마는 그렇게 나에게 사과할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날 밤, 우리는 무슨 말을 한지도 모를 정도로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나는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새벽 엄마에게 장문의 카톡이 와 있었다.


어린 딸에게 상처 준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아온 세월.
나 진정 너무너무 가슴 아프다.
그 사실조차 모른 채 나를 대한 그 시간들이 
그 얼마나 네가 아파하면서 날 미워하면서도, 나의 딸로 한 시간들은...
가슴 아프다. 미안하다 내 딸.
세상에 엄마한테 상처받고 산 너에게, 난 그 죄를 어찌하나. 
통곡하고도 가슴이 저린 이 마음이다.
나는 어쩌다가 내 딸에게 그런 상처를 주었단 말인가. 
절대 나를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이다.
딸, 미안하구나 우찌 그리 되었을까. 나에게 묻고 또 묻고 싶다.
내가 내 딸에게 그 상처 주고 잘났다고 산 세월에 통곡한다.
너무도 무지한 그 시간들에 용서를...


딸아, 다시 내 아가 되어주면 내가 다 해줄게.


나는 다시 일곱 살 엄마의 아가가 되어 엄마 품에서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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