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느긋하다. 느긋해도 너무 느긋하다.
아침 7시부터 일어나 아침을 먹고 유치원에 갈 준비를 하는데, 9시 30분 에서야 나간다.
그동안에 내 속은 터진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나는 아직도 답답해 죽겠다.
대체 나는 왜 아이를 이해 못 할까.
7:10
어김없이 아이가 내려온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나만의 시간을 갖고 있던 중에 뚜벅뚜벅 발걸음 소리는 불청객이다. 하지만 티를 낼 수는 없는 터. 반갑게 아침 인사를 한다.
"이게 누구야? 우리 딸~ 일어났어?"
"엄마, 엄마, 엄마~~~"
막 잠에서 깬 아기 새는 엄마 품에 안긴다.
이렇게 오늘도 아기 새와의 하루가 시작됐다. 엄마엄마엄마, 7살 된 아기새가 오늘은 얼마나 또 재잘거릴까.
아침을 챙겨 줘야지.
몇 글자 못 쓴 문서 창을 내리고 펼쳤던 노트북을 닫는다.
아침마다 뭘 줘야 할지, 때마다 고민이다.
밥을 주자니 번거롭고 매번 빵을 주자니 미안하고...
오늘은 냉장고에 뭐가 있나, 매일 열고 또 연다.
어제 사놓은 떡이 있었다. 우유와 떡을 내준다.
떡을 한 입 베어 물고는 엄마, 이거 무슨 모양 같아? 음... 글쎄. 초승달 같지 않아?
난나난나난. 갑자기 신이 나는지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도도도도도. 식탁 주위를 맴돌고. 또 시작이다.
가만히 앉아서 먹어야지, 다 흘리잖아. 가만히 앉아있지를 못한다.
한 바퀴 돌고 와서 한입, 또 두 바퀴 돌고 와서 한 입. 어느 세월에 다 먹을까.
아기 새 마냥 입에 물어다 주고 싶은데, 다 큰애를 그럴 수는 없는 일. 가끔은 입에 쏙쏙 넣어주던 아기 때가 그립기도 하다.
이제 먹었으니, 양치하고 세수하고 옷 갈아입고 준비해야지.
뭉그적뭉그적.
옷을 벗는데도 한 번에 후루룩 안 벗고 다리 한쪽 빼고는 앉았다가 또 다리 한쪽 빼고는 거울 보다가.
바지 하나 벗는데 한 세월이다.
결국 보다 못한 나는 윗옷을 후루룩 머리 위로 벗겨 낸다.
후다닥. 나도 느린 손으로 어설프게 아이 머리를 빗어 묶는다. 오늘도 가르마는 삐뚤다.
"다온아, 엄마는 맨날 똑바로 한다고 하는데 가르마가 다시 보면 왜 삐뚤까. 이해가 안 되네."
"엄마, 괜찮아. 이쁜데 뭘~"
우리 딸은 나를 이해하고 있었다.
가르마가 삐뚤어도, 손재주가 없어 맨날 똑같은 머리를 해줘도.
저녁밥으로 두부에 계란, 오이만 썰어줘도, 엄마 밥에는 사랑이 담겨 있어 제일 맛있다는 딸이다.
서툰 엄마를 아이는 이해하는데, 나는 아이를 기다려 주지 못하고 있었다.
느린 아이는 잘못이 없다. 느릴 수 있다. 내가 그랬던 거처럼.
느렸던 내가 싫어서 아이는 그러지 않길 바라는 내 마음을 받아들이자.
언제나 기다려 주길 바랐던 나의 7살 때를 기억하자.
그리고 열심히 자라고 있는 나의 작은 새를 응원해 주자.
내일 아침엔 꼭 기다려 줄 것이다. 얼마 큼이든 기다려 줄 것이다.
언젠가 훨훨 날아갈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