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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좋아요' 보다 '괜찮아'가 필요한 오늘, 우리 같은 주부들에게

by 챗언니

솔직히, 처음엔 그냥 작가가 되고 싶었다. 내 이름이 찍힌 책을 한 번쯤 세상에 내놓고 싶었다.

유명해지고, 돈을 벌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에게 ‘작가’라는 이름이 주어진다면, 부족한 나를 조금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타이틀 하나만으로 오래 의심해온 나에게 위로가 되고,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았다.


내 바람은 나를 계속 어딘가로 데려갔다.

브런치로, 블로그로, 그리고 POD 출판까지. 책을 만들긴 했지만, 그때의 나는 아직 ‘진짜 작가’가 아니었다. 노력보다 바람이 앞섰고, 독자를 향한 진심보다 ‘나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컸다.

과연 나는 그때 글에 진심이었을까. 그 진심은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만큼 절실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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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울증과 ADHD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누구한테나 쉬운 일이 나에게는 어렵다.
하루를 버티는 일. 그 당연한 것이 나에겐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
내 하루는 늘 뒤죽박죽 엉켜 있다.
머릿속은 들어찰 대로 들어차 있고,
꽉 막힌 서랍처럼 무엇 하나 제대로 찾을 수 없다.
멀쩡한 흰 티 한 장 없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얼룩이 튀어 이제는 빨래를 포기했다.
늘 다니는 길도 3개월은 지나야 네비게이션 없이 갈 수 있다.
혼자 대중교통을 탄다는 건 거의 ‘미션 임파서블’ 수준이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계란말이나 파전처럼 약간의 참을성과 집중이 필요한 요리는
여전히 실패 확률이 높다.
주부 11년차인데도 그렇다. 그래도 뭐,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



이 책은 어쩌면 당신의 하루와도 닮아 있을, 나의 정신없는 일상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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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SNS 속 완벽한 주부, 예쁜 필터로 꾸며진 이야기가 아닌

보정 하나 없는‘진짜 얘기’, 그리고 ‘애 얘기가 아닌, 내 얘기’ 를 해보려 한다.

숨겨 두고 감추고 싶었던 창고 속 쌓여 있던 이야기를 꺼내 보자.

이제껏 어디서나 잘하는 모습만 보여야 했다면 여기서는 못하고 실수하고 우스운 이야기를 해보자.

여기서 지금 나부터 해보려 한다. 뻔한 위로를 받고 싶은 건 아니다.

그저 그래도 괜찮다고 “너도 그러니? 사실은 나도 그래" 하며 웃어주길 바란다.

.

그리고 여기에 당신이 직접 쓸 수 있는 빈 자리도 남겨 두었다.

그 자리를 당신의 문장으로 채워줄 때, 비로소 이 책이 완성된다.


애 얘기 말고, 내 얘기를 할 당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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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