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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보이 Oct 01. 2024

새는 Contact 사람은 Contactless

“정말 현금은 필요 없을까요?”


여행을 떠나기 전 호주여행카페에서 종종 봤던 질문이다. 이미 다녀와 경험한 사람으로서 답을 한다면,


“네, 필요없어요. 카드 한 장이면 충분 합니다.“


정말 호주는 지폐가 필요없는 나라다. 만일에 대비해 우리도 200불 정도의 현금은 미리 챙겨 갔으나, 그 돈은 딱히 쓸 데가 없어 전부 카지노에 기부(ㅠ)를 하고 돌아왔다.




현금도 카드 삽입도 필요없는 나라 호주!

환전해 둔 호주 달러를 카드 계좌에 넣어두기만 하면, 그 카드 하나로 물건도 사고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결제 방식은 종업원에게 카드를 건네 카드리더기에 꽂거나 긁는 방식이 아닌, 카드소유자가 직접 패드에 터치를 하는 Contactless방식.길거리 노점에서조차 이게 가능하다.


일본은 현금 사용이 많은 나라라 여행을 갈 때마다 물건을 사고 남는 동전이 늘 골칫거리였다. 이것 때문에 인터넷에서 일본 여행용 동전 지갑을 구매하기도 헸는데…

직전 여행을 일본으로 다녀온 나는, 호주의 이런 방식은 경험해 보기 전까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진짜 그게 다 된다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일본은 내가 15년 전 워킹홀리데이로 커피전문점에서 일을 할 때도 카드 결제 손님이 거의 없던 나라이긴 하다. 그런 일본과 비교를 하는 건 아무래도 좀 무리.

그에 비하면 그때도 동네 구멍 가게에서조차 카드를받던 한국이 역시 IT강국인데.

그런 한국조차 지금 호주에 비하면 어쩐지 좀 더딘 느낌?!

물론 Contactless의 보급률을 단순히 IT기술만 놓고 이야기 할 순 없다. 나라마다 특수한 상황과 문화가 있으니, 그에 따라 보급률은 차이가 날 수도 있는데...  

호주의 Contactless를 빠르게 이끈 건 아무래도 코로나 팬데믹이지 싶다. 그 시기를 거치며 주문 방식은 물론 결제 방식까지 전부 비접촉식으로 바뀐 게 아닐까.

식당에선 주문은 물론 결제까지 종업원을 거치지 않고 테이블에 앉아 핸드폰으로 QR코드를 찍어 할 수 있다. 핸드폰에 미처 결제 카드를 등록하지 못한 여행자에겐 다소 복잡하고 번거로운 일이긴 하다.

이럴 경우엔 메뉴판을 들고 카운터로 걸어가 종업원에게 직접 주문을 하고 결제를 하면 된다. 우리도 그랬다.

그러니 결국 이건, 영어를 할래 아니면 카드를 등록할래? 영어가 자신이 없으면 핸드폰에 카드를 등록하면 되고, 핸드폰에 카드 등록을 하는 게 번거로우면 카운터로 가 영어를 하면 된다.

여기서 하는 영어? 알다시피 별 거 없다. 너도 나도 모두가 다 아는... 디스, 원, 투, 쓰리… 플리즈면 끝!   



그런가 하면, 시드니는 트램이나 트레인도 갖고있는 카드 한 장으로 모두 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처음 타는 트램에서 발생했다.

막 도착한 트램에 사람들을 따라 서둘러 올라탔는데아무리 봐도 카드 찍는 데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카드를 찍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뭐지? 왜 요금을 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혹시 이거 무료야?"


분명 여행을 오기 전 수집한 정보엔 트램이 무료라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왜 요금을 내거나 카드를 찍는 데가 아무리 봐도 안 보이는지, 이동하는 내내 우리는 어리둥절 당황스럽기만 했다.

결국 요금을 치루지 못하고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 본의 아니게 무임승차를 해버린 탓에 제 발이 저려내리자마자 최대한 빨리 그곳을 떴는데...

맙소사! 두 번째 트램을 타기 위해 다른 정거장에 갔을 때에야 이걸 봤다.

  

트램 안이 아니라, 정류장에 있는 터치 패드.

시드니의 트램은 카드 터치 패드가 트램 안에 있지 않고 밖(정류장 기둥)에 있다.

정류장에 잠시 서 있는 동안, 트램을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이 앞으로 가 카드를 찍는 걸 보고서야 우리도 이 사실을 알았다.

아마도 트램 내 혼잡을 피하기 위해, 요금 지불 방식을 탑승 전과 후 트램 밖 터치 패드에 자율적으로 하도록 만든 게 아닐까 싶은데…

이 사실을 몰랐던 우리는 막 도착한 트램에 서둘러 올라타느라 미처 이걸 보지 못했고 (탑승 전 태그 못함), 그게 찔려 괜히 내려서도 서둘러 자리를 뜬 우리는 탑승 후 태그도 못해 졸지에 무임승차를 한 사람들이 돼 버렸다.


“네, 첫 탑승은 무임승차를 한 게 맞구요…

그렇지만 두 번째부턴 탈 때도 내릴 때도 꼬박꼬박 카드를 잘 찍고 탔답니다.“


시드니를 처음 여행 하시는 분들, 혹은 카드로 트램 탑승이 가능한 건 알지만, 카드를 언제 어디다 찍는지 그것까진 아직 잘 모르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도서관 로비의 무로 빵

그런가 하면, 이런 종류의 Contactles도 있었다.

좀전에 말한 Contactlless가 편리함을 추구한 것이라면, 이건 배려가 눈의 띄었던 Contactless.

서리힐즈에 있는 그 지역 도서관에 잠시 들렀을 때였다. 무료 개방된 화장실을 잠시 이용하고 밖으로 나오는데, 전날 마트 세일 매대에서 봤던 빵 봉투들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다름 아닌 배고픈 사람들을 위한 무료 나눔 빵.

가게 앞에서 쭈볏거릴 필요도 없고,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부탁할 일도 없는, 그저 필요하면 가져가기만 하면 되는 나눔이다. 한 마디로 자율과 배려가 두 축인 Contactless 인데…

편리함만 추구하는 Contactless는 어떤 땐 좀 세상이 각박해지는 것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이런 식의 Contactless는 반대로 좀 따듯한 느낌을 줘 나에겐 참 인상깊었다.



그리고 이건 우스개로 덧붙이는 말.

사람은 점점 Contactless화 되어가는데, 새는 자꾸귀찮게 Contact 하는 호주?!

어딜 가나 새(?)가 참 많은 호주다. 어째 코알라나 캥거루보다 조류 구경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시내 한복판에도 검고 딱딱한 긴 부리를 가진 새가 동네 개마냥 지나 다니고, 오페라 하우스 카페 테이블엔 (과장 좀 보태) 사람들보다 갈매기가 더 많이 앉아있는 시드니다.


사람이 남기고 간 음식 쟁탈전 중인 갈매기들.

오죽하면 시드니 해변가 식당엔 테이블마다 화병… 이 아니라 물이 든 분무기가 한 개씩 놓여있다.

맞다. 새를 쫓기 위한 용도다. 식사를 하다 갈매기가 날아들면 한 번씩 새총… 아니 분무기를 들어 쏴주면되는데. 이색적이긴 하나, 생각보다 좀 성가시다.


해변가 식당에서 식사를 하실 분들은 이 점도 꼭 참고하시길.


화병 대신 분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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