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이 한국어 공부하는 팁
히마리는 한글 개인교습을 받은 후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말속에 한글 단어도 하나씩 넣어 말하는 것을 보면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실력이 향상되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 김지은 선생님의 아이 눈높이에 맞춘 개인교습 수업이 재미있고, 다이토민단台東民団의 한글교류회에 참가하여 한국말을 쓰는 아이들 속에서 하루를 보낸 효과도 있는 것 같다. 아직 어린이집을 완전히 빠질 수는 없어 일주일에 하루 이틀밖에 한글을 공부할 수 없는 것은 아쉽다.
문제는 히마리의 엄마. 당장 서울에 가면 아이들을 유치원,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고, 선생님들과 커뮤니케이션도 해야 한다. 히마리 아빠는 한국말을 잘 하지만 직장에 출근해야 하니 매일 도움을 받을 수도 없을 것이다. 한글 공부의 필요성이 절실하지만, 육아, 재택근무로 취침시간이 하루 4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하니 공부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아직 2살인 쌍둥이들이 밤에 자주 깨니 숙면을 취하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4월에 개강하는 동경한국교육원의 온라인 강좌를 신청하도록 했다. 그 강좌는 일본인, 재일동포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 일본어로 수업을 진행하니 히마리 엄마도 배우기 쉬울 것이고, 서울에 이사 가더라도 계속해서 강의를 들을 수 있어 히마리 엄마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이라 생각되었다. 주말에는 시간이 되는대로 네이티브 스피커 天仁과 함께 한국어를 공부하기로 했다.
히마리 엄마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전시장 부스를 디자인하는 실내 인테리어 전문가이다. 특이하게 한글을 읽을 줄은 안다. 10년 전쯤 한국 여행을 다녀올 때 익혔다고 한다. 히마리를 공부시키는 한글 단어 교재를 읽어 보라고 했더니 받침이 있는 글자까지 잘 읽으신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한글을 히라가나 식으로 읽으려 하고, 연음 법칙을 모르니 발음이 조금 어색한 것은 문제다. 무엇부터, 어떻게 공부하면 될지 판단이 선다.
天仁은 외국어를 암기과목이 아니라 ‘이해과목’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엄마 등에 업혀 2년만 지나도 말을 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성인의 경우는 다르다. 일본어 비전공자인 한국인 天仁이 일본어를 익혔던 경험을 역으로 히마리 엄마에게 한글을 가르쳐 드리기로 했다. 교육부에서 발행한 한국어 교재도 구했지만, 먼저 한국어에 대해 기본적인 사항부터 이해시키기로 했다.
우선 한국어와 일본어의 차이점을 A4 한 장으로 요약했다. 한국어 개요, 유사한 점도 많지만 미묘하게 다른 일본어 중 한국어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정리했다. 띄어쓰기, 받침이 들어가면서 연음화 되는 단어들을 모아 규칙도 설명했다. 어느 나라 사람들이라도 문법을 모르면서 말은 잘한다. 히마리 엄마에게도 문법을 외울 필요는 없지만, 어떤 형태, 원리로 한국어 문장이 구성되고, 소리가 나는지 원리를 설명하고 이해해야 함을 강조했다.
天仁은 일본어를 처음 공부했을 때는 교재에 나오는 다이얼로그를 모두 외워버렸다. 외우려고 외운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소리 내어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입에 붙어 외워졌다. 상대방의 말이 들리지 않아 미리 커닝페이퍼 같은 질문지를 만들고, 신분증명서를 지참하여 호텔 로비에서 출장 온 일본인들과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어디서 오셨냐?”라고 물으면 대답에 ‘지명’이 나오기 때문에 미리 답을 유추할 수 있어 리스닝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자국 말을 공부하려는 한국인 청년을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대체할 수 있겠지만, 포켓 한일사전을 가지고 다니면서 모든 생각을 일본어로 번역, 작문해 보기도 했다. 예를 들어 길을 걷다가 자동차가 달리고 있는 모습이 보이면 일본어 ’車が走っている‘라는 식으로 작문을 했다. 적당한 단어가 떠 오르지 않거나 모르면 사전을 꺼냈다. 패턴을 기억해야 하는 영어와 달리 일본어는 기본적인 문법 공부가 끝나면 단어를 많이 아는 것이 작문, 회화에 유리하다. 일본어가 한국어와 어순이 같고, 동사, 조사활용이 유사하기 때문에 가능한 공부 방법이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히마리와의 인연으로 히마리 엄마와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이 또한 히마리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시작한 일이다. 天仁과 히마리 엄마의 한국어 공부,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히마리 엄마는 물론 가족들이 하루빨리 한국 적응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히마리 엄마에게 알려 준, 天仁이 생각하는 한국어 이해와 공부 팁>
1.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흉내 내라.
히라가나 식으로 한국어를 발음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이유는 한국어의 모음 수가 일본어보다 많기 때문이다. 일본어 모음은 기본적으로 아, 이, 우, 에, 오 다섯 개이지만 한국어는 단모음 10개, 중모음이 11개이고 실제로 적을 수 있는 음절 수가 약 3천 개나 된다. 특히, ‘ㅓ, ㅕ, ㅡ, ㅚ’ 등 일본어 모음에 없는 발음을 중점적으로 연습하라.
2. 단어를 많이 외워라. 한국어는 일본어와 어순, 동사의 활용방법이 유사해서 단어를 많이 알면 알수록 활용의 폭이 넓어진다. 단어를 외우려고 하지 말고, 예문 문장으로 많이 읽어 입에 붙도록 연습하라.
3. 표기와 소리 나는 발음이 다른 연음이 있음을 이해하라. 한글을 읽을 줄 알기 때문에 별도로 한 번 정리해서 공부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4. 'ㄹ, ㄴ'이 첫소리에 오지 못한다는 두음법칙도 있다.
5. 일본어와 달리 한국어에는 띄어쓰기가 있다. 잘못 띄어 쓰면 ‘아버지가 가방에’ 들어가시게 된다.
6. 한국어와 일본어 사이에는 미묘하게 다른 점이 있다.
1) 결합 순서가 다른 단어가 있다. 예) 이것저것을 일본어로는 저것 이것(あれこれ), 흑백은 백흑(白黒)으로 하는 등등
2) 조사 사용의 차이 : 감기를 걸리다(風邪を引く), 나는 한국이 좋습니다(私は韓国が好きです).
3) 다른 표현 : 일본어로는 약을 마신다(薬を飲む)라고 하지만 한국어로는 약은 ‘먹는다’
4) 의미가 다른 한자어 : 일본에서 양복(洋服)은 옷, 한국에서는 서양식 의복(suit), 일본에서 애인(愛人)은 ‘세컨드’라는 뜻.
7. 한국어는 형용사가 매우 발달해 있다 : 빨강, 빨갛다, 새빨갛다. 붉다, 붉그스럼하다 등등
8. 발음의 구별이 어려운 ‘혜’와 ‘해’ 등은 ‘ㅕ+ㅣ’, ‘ㅏ+ㅣ’ 모음을 풀어서 설명하면 이해하기 쉽다.
<한국 사람들은 모르면서도 잘 사용하지만, 한글을 읽을 줄 하는 히마리 엄마에게 필요한 한국어의 발음에 관한 문법>
1. 연음화 : 받침 뒤에 모음이 이어지면 받침이 뒷 음절의 모음에 붙는다. 예) 연애→여내, 국어→구거, 음악→으막, 필요→피료, 단어→다너, 직업→지겁, 십일→시빌
2. 비음화
1) 'ㄴ', 'ㅁ' 앞에 일본어 촉음에 해당하는 ‘ㄱ→ㅇ, ㄷ→ㄴ, ㅂ→ㅁ’ 예) 작년→장년, 몇 년→면년, 앞날→암날, 백만→뱅만, 잇몸→인몸, 입문→임문
2) 'ㄱ+ㄹ→ㅇ+ㄴ', ‘ㅂ+ㄹ→ㅁ+ㄴ’ 예) 독립→동닙, 협력→혐녁
3) ‘ㅁ/ㅇ+ㄹ→ㅁ/ㅇ+ㄴ’ 예) 음력 → 음력, 승리
3. 측음화: 'ㄴ+ㄹ/ㄹ+ㅁ→ㄹ+ㄹ' 예) 연락→열락, 설날→설랄
4. 농음화: 'ㄱ, ㄷ, ㅂ+ㄱ, ㄷ, ㅂ, ㅅ, ㅈ→’ㄲ, ㄸ, ㅃ, ㅆ, ㅉ' 예) 맥주→맥쭈, 식당→식땅, 잡지→잡찌, 학생→학쌩, 사건→사껀, 문법→문뻡, 할게요→할께요
5. 격음화: 'ㄱ, ㄷ, ㅂ, ㅈ+ㅎ'→’ㅋ, ㅌ, ㅍ, ㅊ’ 예)입학→이팍, 못하다→모타다, 좋다→조타
6. 약음화
1) 받침 'ㅎ'+모음 예) 좋아하다→조아하다
2) 받침 'ㄴ, ㄹ, ㅁ'+'ㅎ'→연음화 예)은행→으냉, 전화→저놔, 결혼→겨론, 싫어하다→시러하다
3) 3종류 ‘ㅎ’ 발음 변화. 예) 학교, 후추 / 은행→으냉, 결혼→겨론 / 입학→이팍, 축하→추카
7. 기타(복합명사, 구개음화) 예) 한여름→한녀름, 십육→심뉵, 서울역→(서울녁)→서울력, / 같이→가치, 닫히다→다치다, 굳이→구지, 해돋이→해도지, 붙이다→부치다, 굳히다→구치다